사퇴·복귀 마음대로…법 무시하는 ‘족벌 경영’

입력 2018.04.24 (21:06) 수정 2018.04.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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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원들을 머슴처럼 부리는 재벌들의 족벌경영, 세습경영의 폐해를 경제부 김나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조양호 회장이 최근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딸들을 모두 경영 일선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는데요.

지금 어떻게 됐나요?

[기자]

오늘(24일) 오후부터 조현아, 현민 자매가 사임했다는 공지가 계열사별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상법을 좀 들여다보면요, 등기임원을 해임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하거나 임원 본인이 사의표명을 해야 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번 건은 결국 별도의 주주총회 없이 처리된 겁니다.

당사자들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회장의, 그러니깐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임원직에서 내려오게 된거죠,

주식회사 운영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당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죠.

[고학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과문을 보면, 내가 회장으로서 이 사람들을 사퇴시키겠다는 건 마음 먹으면 이 사람들을 적당한 시기에 복귀시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조 회장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복귀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봐도 되겠네요?

[기자]

2014년 조현아 씨의 '땅콩 회항' 사건,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엔 업무에서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배제될 것 같은 분위기였잖아요?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조현아 씨는 3년만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회장, 그리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까지 일가의 완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시간이 좀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딸들이 다시 복귀할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땅콩 회항' 당시 만들겠다던 '소통위원회'도 아직까지 현실화된 게 없거든요.

이러니깐 이번에 새로 꾸린다는 준법위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고요.

외부 경영인을 새로 앉혔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신임 석태수 부회장 역시 조 회장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조 회장의 사죄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로군요. 그렇다면 족벌경영이나 세습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아직도 없는 건가요?

[기자]

따지고 보면 조 회장 일가가 가진 대한항공 지분은 11%에 불과합니다.

제2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조 씨 일가를 더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사회가 제 목소리를 내면 좋겠지만 사내 이사들 상당수는 대한항공 출신 임원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제 역할을 기대하기 사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한진그룹은 과거에 해운업에서 퇴출당할 때도 족벌경영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개선책이 없는거죠?

[기자]

당시, 한진해운 부도는 최은영 전 회장의 부실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최은영씨는 조양호 회장 동생의 부인입니다. 말하자면 제수씨죠.

쉽게 말해 평범한 주부를 회장 자리에 앉혔다가 부도 위기까지 맞았던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족벌경영의 폐단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한진해운 부도 사태로 해운업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위기까지 닥쳤었는데, 결국 대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 나아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조 회장 일가의 최근 행태를 지켜보면 비난 여론을 당분간만 모면해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만큼, 구체적인 경영 개혁과 쇄신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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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퇴·복귀 마음대로…법 무시하는 ‘족벌 경영’
    • 입력 2018-04-24 21:08:15
    • 수정2018-04-24 2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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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원들을 머슴처럼 부리는 재벌들의 족벌경영, 세습경영의 폐해를 경제부 김나나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조양호 회장이 최근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딸들을 모두 경영 일선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는데요.

지금 어떻게 됐나요?

[기자]

오늘(24일) 오후부터 조현아, 현민 자매가 사임했다는 공지가 계열사별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상법을 좀 들여다보면요, 등기임원을 해임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하거나 임원 본인이 사의표명을 해야 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번 건은 결국 별도의 주주총회 없이 처리된 겁니다.

당사자들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회장의, 그러니깐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임원직에서 내려오게 된거죠,

주식회사 운영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당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죠.

[고학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과문을 보면, 내가 회장으로서 이 사람들을 사퇴시키겠다는 건 마음 먹으면 이 사람들을 적당한 시기에 복귀시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조 회장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복귀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봐도 되겠네요?

[기자]

2014년 조현아 씨의 '땅콩 회항' 사건,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엔 업무에서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배제될 것 같은 분위기였잖아요?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조현아 씨는 3년만에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회장, 그리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까지 일가의 완전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시간이 좀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딸들이 다시 복귀할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땅콩 회항' 당시 만들겠다던 '소통위원회'도 아직까지 현실화된 게 없거든요.

이러니깐 이번에 새로 꾸린다는 준법위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고요.

외부 경영인을 새로 앉혔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신임 석태수 부회장 역시 조 회장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조 회장의 사죄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로군요. 그렇다면 족벌경영이나 세습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아직도 없는 건가요?

[기자]

따지고 보면 조 회장 일가가 가진 대한항공 지분은 11%에 불과합니다.

제2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조 씨 일가를 더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사회가 제 목소리를 내면 좋겠지만 사내 이사들 상당수는 대한항공 출신 임원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제 역할을 기대하기 사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한진그룹은 과거에 해운업에서 퇴출당할 때도 족벌경영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개선책이 없는거죠?

[기자]

당시, 한진해운 부도는 최은영 전 회장의 부실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최은영씨는 조양호 회장 동생의 부인입니다. 말하자면 제수씨죠.

쉽게 말해 평범한 주부를 회장 자리에 앉혔다가 부도 위기까지 맞았던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족벌경영의 폐단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한진해운 부도 사태로 해운업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위기까지 닥쳤었는데, 결국 대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 나아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조 회장 일가의 최근 행태를 지켜보면 비난 여론을 당분간만 모면해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만큼, 구체적인 경영 개혁과 쇄신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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