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 톡톡] 자살자 92% ‘사전징후’ 보이지만…대부분 몰라

입력 2018.05.04 (08:48) 수정 2018.05.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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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 당 25.6명으로 13년째 OECD 1윕니다.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왜 자살을 막지 못했는지, 자살자의 유가족을 심리 부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박기자, 심리부검이란 단어가 생소한데요.

[기자]

네,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심리 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을 심층 인터뷰해서 자살자의 인생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입니다.

핀란드가 1987년 도입해 분석을 정책에 반영했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자살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봤습니다.

심리 부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8살 A씨의 경우 자살 전에 취업에 실패하면서 갈등이 잦아졌고, 구직활동을 포기했습니다.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밤에 잠을 거의 못 자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망 당일에는 어머니에게 '그동안 자식 노릇 못해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리부검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업문제, 가족갈등, 대인기피 등이 있었고, 자살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가족들은 이것이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겁니다.

[앵커]

심리부검이란 것이 상당히 구체적인데요.

이번에 종합 분석한 결과가 나왔죠?

[기자]

네, A씨처럼 자살을 택한 289명의 심리 부검 결과를 보건복지부가 분석해서 발표했는데요.

자살 사망자의 대부분 92%는 자살 경고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의 80%가 이를 몰랐습니다.

자살 경고 신호를 좀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경고 신호는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언어'입니다.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하거나, 신체적 불편을 호소했고, 자기비하적인 말을 합니다.

그다음 '행동'으로도 드러나는데요.

자살자들의 대다수가 잠을 거의 못자거나, 반대로 너무 과하게 자는 수면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거의 먹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먹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또,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인 변화를 보이는데요.

죄책감, 무기력감, 과민함을 들 수 있는데, 갑자기 운다든가 말이 없고, 사람을 기피하는 것도 자살 징후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징후들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정말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를 알아차리는 가족들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자살 경고 신호를 인지했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걱정만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살사망자의 공통적인 특성을 추려봤더니,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자살 위험 요인들이 좀 달랐는데요.

청년기에는 연애관계나 학업 스트레스가 컸고요.

또, 어렸을 때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년기엔 직장 내 대인관계나 이직 등 직장 관련 스트레스가 높았습니다.

장년기엔 직업 관련해서 실업문제가 많았고, 사업 자금 등 부채와 관련된 경제적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노년기엔 만성 질환을 비롯한 신체 질병 비율이 높은 점과, 혼자 고립돼 생활하는 점이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이번 심리부검에선 자살 유가족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면서요?

[기자]

네, 자살 유가족의 경우 자살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는 물론이고 심리적,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가족의 80%가 우울감을 느꼈고, 27%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일부 유가족은 수면문제나 음주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따라서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한데요.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유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니까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애초에 자살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겠죠.

어떤 게 자살 위험 신호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고요.

주변 사람들이 자살 징후를 보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로 전화하는 등 전문 기관에 의뢰하는 게 필요합니다.

좀 더 우리 주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시고요.

그런 분들 주변에 있다면, 걱정만 하지 마시고 전문 기관에 연결해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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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건강 톡톡] 자살자 92% ‘사전징후’ 보이지만…대부분 몰라
    • 입력 2018-05-04 08:54:45
    • 수정2018-05-04 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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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 당 25.6명으로 13년째 OECD 1윕니다.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왜 자살을 막지 못했는지, 자살자의 유가족을 심리 부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박기자, 심리부검이란 단어가 생소한데요.

[기자]

네,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심리 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을 심층 인터뷰해서 자살자의 인생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입니다.

핀란드가 1987년 도입해 분석을 정책에 반영했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자살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봤습니다.

심리 부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8살 A씨의 경우 자살 전에 취업에 실패하면서 갈등이 잦아졌고, 구직활동을 포기했습니다.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밤에 잠을 거의 못 자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망 당일에는 어머니에게 '그동안 자식 노릇 못해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리부검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업문제, 가족갈등, 대인기피 등이 있었고, 자살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가족들은 이것이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겁니다.

[앵커]

심리부검이란 것이 상당히 구체적인데요.

이번에 종합 분석한 결과가 나왔죠?

[기자]

네, A씨처럼 자살을 택한 289명의 심리 부검 결과를 보건복지부가 분석해서 발표했는데요.

자살 사망자의 대부분 92%는 자살 경고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의 80%가 이를 몰랐습니다.

자살 경고 신호를 좀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경고 신호는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언어'입니다.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하거나, 신체적 불편을 호소했고, 자기비하적인 말을 합니다.

그다음 '행동'으로도 드러나는데요.

자살자들의 대다수가 잠을 거의 못자거나, 반대로 너무 과하게 자는 수면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거의 먹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먹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또,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인 변화를 보이는데요.

죄책감, 무기력감, 과민함을 들 수 있는데, 갑자기 운다든가 말이 없고, 사람을 기피하는 것도 자살 징후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징후들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정말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를 알아차리는 가족들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자살 경고 신호를 인지했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걱정만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살사망자의 공통적인 특성을 추려봤더니,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자살 위험 요인들이 좀 달랐는데요.

청년기에는 연애관계나 학업 스트레스가 컸고요.

또, 어렸을 때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년기엔 직장 내 대인관계나 이직 등 직장 관련 스트레스가 높았습니다.

장년기엔 직업 관련해서 실업문제가 많았고, 사업 자금 등 부채와 관련된 경제적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노년기엔 만성 질환을 비롯한 신체 질병 비율이 높은 점과, 혼자 고립돼 생활하는 점이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이번 심리부검에선 자살 유가족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면서요?

[기자]

네, 자살 유가족의 경우 자살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는 물론이고 심리적,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가족의 80%가 우울감을 느꼈고, 27%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일부 유가족은 수면문제나 음주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따라서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한데요.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유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니까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애초에 자살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겠죠.

어떤 게 자살 위험 신호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고요.

주변 사람들이 자살 징후를 보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로 전화하는 등 전문 기관에 의뢰하는 게 필요합니다.

좀 더 우리 주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시고요.

그런 분들 주변에 있다면, 걱정만 하지 마시고 전문 기관에 연결해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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