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낙태 허용되나?

입력 2018.05.24 (20:38) 수정 2018.05.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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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국내에서 뜨거운데요,

가톨릭 전통이 유구한 아일랜드 역시 사정이 비슷합니다.

낙태를 계속 법으로 금지시킬 건지, 허용할 건지를 놓고 국민 투표를 시행하는데요.

투표를 하루 앞두고 낙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아일랜드의 현재 상황,

국제부 정아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일랜드의 낙태 찬반 국민투표가 현지 시간으로 내일 실시되는 거죠?

[기자]

네, 정확하게는 낙태 금지를 규정한 헌법 조항 폐지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를 묻는 투표입니다.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금 아일랜드에서는 찬반 캠페인 열기가 뜨겁습니다.

붉은 가운에 흰 모자를 쓰고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인데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합니다.

[엠마 케이트 오캘란/'낙태 허용' 찬성 : "여성은 안전한 낙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결정이 옳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옳은 결정은 (낙태 금지법을) 폐기한다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낙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낙태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다, 살인을 허용하는 거다, 이런 주장입니다.

[메이린 맥그라스/'낙태 허용' 반대 : "인권을 빼앗는 투표입니다. 찬성에 투표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권리를 살리고 수정 헌법 제8조를 유지하는 '반대'에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 투표에서 낙태 금지법을 폐기하자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허용이 되는 건가요?

[기자]

폐기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오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아일랜드는 1983년부터 낙태를 금지했습니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제8조 조항에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한 겁니다.

이 조항에 따라서 아일랜드에서 낙태를 하게 되면 최대 징역 14년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앵커]

낙태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까, 아예 아일랜드 밖으로 나가서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아일랜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낙태가 허용이 안됩니다.

딱 한가지, 산모가 위독한 경우에만 허용이 됩니다.

굉장히 제한적인 거죠.

그 외에 부모가 심각한 유전적 질환이 있다거나, 성범죄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더라도 반드시 출산을 해야되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성범죄로 임신을 한 12살 소녀가 영국까지 가서 낙태 시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영국은 이미 50년 전에 낙태를 합법화했거든요.

그런데 아일랜드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니까, 돌아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거죠.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셋째를 임신했을 당시에 병원에서 뱃속의 태아가 선천적으로 뇌가 없는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반 도나휴 : "만약 낙태 시술을 받고 싶으면 수정 헌법 제8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는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다른 나라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앵커]

그런 원정 시술이 적지 않겠어요.

[기자]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해외로 나가 낙태 시술을 받은 아일랜드 여성들이 매일 평균 11명.

1980년대 이후로는 17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여성들은 의사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앵커]

그래서 결국 국민투표까지 부치게 된거군요.

[기자]

낙태 합법화 시위가 촉발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낙태를 거부당해서 임신부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6년 전에 한 여성이 심각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낙태를 요청했는데 병원에서 거부당한지 하룻만에 패혈증성 쇼크로 사망한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시작되면서 결국 국민투표로 낙태 금지법을 폐지할 건지 말 건지를 정하자, 이렇게 된 겁니다.

[앵커]

국민투표 결과,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여론은 일단 낙태 금지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운 상탭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가 24% 였습니다.

임신 초기 낙태 허용안에 대해선 48%가 찬성했고 33%가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재 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에 낙태 시술이 가능한 나라는 29개 국입니다.

세계 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평균 5천6백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안전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생명 존중과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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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낙태 허용되나?
    • 입력 2018-05-24 20:37:38
    • 수정2018-05-24 20: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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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국내에서 뜨거운데요,

가톨릭 전통이 유구한 아일랜드 역시 사정이 비슷합니다.

낙태를 계속 법으로 금지시킬 건지, 허용할 건지를 놓고 국민 투표를 시행하는데요.

투표를 하루 앞두고 낙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아일랜드의 현재 상황,

국제부 정아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일랜드의 낙태 찬반 국민투표가 현지 시간으로 내일 실시되는 거죠?

[기자]

네, 정확하게는 낙태 금지를 규정한 헌법 조항 폐지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를 묻는 투표입니다.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금 아일랜드에서는 찬반 캠페인 열기가 뜨겁습니다.

붉은 가운에 흰 모자를 쓰고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인데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합니다.

[엠마 케이트 오캘란/'낙태 허용' 찬성 : "여성은 안전한 낙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결정이 옳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옳은 결정은 (낙태 금지법을) 폐기한다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낙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낙태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다, 살인을 허용하는 거다, 이런 주장입니다.

[메이린 맥그라스/'낙태 허용' 반대 : "인권을 빼앗는 투표입니다. 찬성에 투표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권리를 살리고 수정 헌법 제8조를 유지하는 '반대'에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 투표에서 낙태 금지법을 폐기하자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허용이 되는 건가요?

[기자]

폐기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오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아일랜드는 1983년부터 낙태를 금지했습니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제8조 조항에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한 겁니다.

이 조항에 따라서 아일랜드에서 낙태를 하게 되면 최대 징역 14년 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앵커]

낙태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까, 아예 아일랜드 밖으로 나가서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아일랜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낙태가 허용이 안됩니다.

딱 한가지, 산모가 위독한 경우에만 허용이 됩니다.

굉장히 제한적인 거죠.

그 외에 부모가 심각한 유전적 질환이 있다거나, 성범죄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더라도 반드시 출산을 해야되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성범죄로 임신을 한 12살 소녀가 영국까지 가서 낙태 시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영국은 이미 50년 전에 낙태를 합법화했거든요.

그런데 아일랜드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니까, 돌아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거죠.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셋째를 임신했을 당시에 병원에서 뱃속의 태아가 선천적으로 뇌가 없는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반 도나휴 : "만약 낙태 시술을 받고 싶으면 수정 헌법 제8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는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다른 나라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앵커]

그런 원정 시술이 적지 않겠어요.

[기자]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렇게 해외로 나가 낙태 시술을 받은 아일랜드 여성들이 매일 평균 11명.

1980년대 이후로는 17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여성들은 의사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앵커]

그래서 결국 국민투표까지 부치게 된거군요.

[기자]

낙태 합법화 시위가 촉발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낙태를 거부당해서 임신부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6년 전에 한 여성이 심각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낙태를 요청했는데 병원에서 거부당한지 하룻만에 패혈증성 쇼크로 사망한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시작되면서 결국 국민투표로 낙태 금지법을 폐지할 건지 말 건지를 정하자, 이렇게 된 겁니다.

[앵커]

국민투표 결과,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여론은 일단 낙태 금지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운 상탭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가 24% 였습니다.

임신 초기 낙태 허용안에 대해선 48%가 찬성했고 33%가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재 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에 낙태 시술이 가능한 나라는 29개 국입니다.

세계 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평균 5천6백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안전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생명 존중과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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