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청소년 래퍼들, 통일을 말하다

입력 2018.05.26 (08:20) 수정 2018.05.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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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정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10만여 명을 조사했더니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2%를 조금 넘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많은 대학생의 경우 결과가 더 심각한데요.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48%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북 관계가 안 좋을 때 때 유년기를 보내면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네,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이런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이색 경연대회를 찾았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맑고 쾌청한 날씨에 버스터미널이 나들이객들로 북적입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부린 청소년들이 보이는데요.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랩 대회에 나갑니다. (우승 기대하시나요?) 1등 말고는 생각을 안 하고 와서요."]

힙합을 사랑하는 학교 친구들끼리 결성한 ‘체스크’. 힙합은 자신감이라지만, 낯선 주제로 가사를 쓰느라 고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한주/‘체스크(에로스)’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통일이라는) 주제도 생소하고 그래서 약간 많이 생각해왔던 건데 막상 생각하려니까 잘 가사가 안 나오는 경향도 있었던 것 같아가지고…"]

부푼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는 어린 래퍼들.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까요?

짧은 이동 시간에도 통일을 생각하며 직접 쓴 가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오늘도 잠에서 깨네. 저기선 햇빛이 비쳐. 미처 몰랐지만, 통일이 되길 희망을 해."]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자신감 있게 해 자신감 있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이 있기에 마음이 든든한데요.

[정찬용/‘체스크(헤로인)’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요즘에는 밤에 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가끔씩 친구랑 연습 맞춰보고 그래요."]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진도.

바다를 담은 바람을 느끼며 젊은 래퍼들은 서둘러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 세대인 청소년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통일은 조금 낯선 단어인데요.

청소년 래퍼들이 친구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나섰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한데요.

한 번 만나볼까요?

무대에선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진도 출신 래퍼 박민 군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박민/‘페퍼민트’/서울시 동작구 : "평화, 평화, 평화. 이제 아냐 꿈에서만 보던 동화 wooya. 되찾아야지 잃어버렸던 가족과 사랑. love wooya"]

[박민/‘페퍼민트’, 서울시 동작구 :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제 대통령들끼리 소나무 심었던 것도 주제로 썼고요. 뭐 이산가족 그런 주제로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어려운 주제이다 보니까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도 많이 됐던 것 같고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은 치열한 예선 경쟁을 통과한 실력자들이라고 하는데요. 본선진출 18팀을 가리는 데 120팀 넘게 참여할 정도로 예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김남중/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남지역회의 청년위원 : "저희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유튜브에 나온 내용으로 작품성 그다음에 내용성, 그다음에 이제 통일에 대한 염원 이런 쪽에 퍼포먼스를 맞추고 있는 팀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자의 실력을 확인해서일까요?

연습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각오도 대단합니다.

[김화진/‘순천더비트’ 팀, 청암고등학교 2학년 : "되게 잘 하는 팀들도 많아서 걱정되긴 한데 뒤에 퍼포먼스 해주는 언니, 오빠들도 있어서 걱정은 많이 되지 않아요. (경쟁자는) 없습니다. 저희 1등 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경연.

무대를 장악한 청소년들의 랩과 몸짓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요.

평소 큰 관심 없던 통일과 북한...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느낀 생각과 마음가짐을 박자에 맞춰 말해봅니다.

[김태강/ ‘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평화통일에 대한 생각은 동일하진 않겠지. 근데 원하잖아 종일. 기차 타고 유럽까지 여행을 가. 또 평양에 들러서 먹자고 냉면."]

곁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친구들도 잠시 경쟁을 잊고 무대를 지켜보며 감탄하기도 하는데요.

통일에 대한 마음만은 하나인가 봅니다.

[김태강/ ‘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이젠 매번 늘어놓긴 그만하고 진짜 몸으로 다 실천할 차례. 명절만 되면 북한 쪽에 차례 드리는 사람보고 뭐 안 느껴? 느끼면 타. 내 버스에 같이 통일을 위해서."]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얼굴에선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한봉철/김태강 군 외할아버지 : "정말 대견하네요. 뭐 자전거 타고 평양 가고, 기차 타고 유럽 가고 뭐 그런 노랫말들이 나오는데 더 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행사장에선 조금 특별한 관객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무대 가까이서 북한 음식을 소개하고 판매하던 탈북민들입니다.

[장유빈/통일요리연구가 : "젊은 친구들이 랩을 하잖아요. 그런데 평화통일에 대한 이 랩을 하니까 순간적으로 닭살이 막 돋는 거예요. 젊은 분들이 통일에 대해서 너무 그 간절한 그걸 랩에 담아서 하니까 막 있잖아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고...

치열했던 경연도 막바지를 향해 달립니다.

꿈과 끼가 넘치는 청소년 래퍼들이 그린 통일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오늘의 노래가 불씨가 되어 진도의 바닷길이 열리듯 통일의 길도 활짝 열리길 기대해봅니다.

축하공연을 즐기는 사이 심사결과가 집계되었는데요.

["대상! 축하드립니다! ‘순천 더 비트’ 축하드립니다!"]

높은 수준의 랩 실력도 그렇지만 화려한 태극기 퍼포먼스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끌었나 봅니다..

[오수연/ ‘순천더비트’ 팀/전라남도 순천시 : "진짜 받을 줄 몰랐는데 받게 돼서 너무 고맙고 너무 기분 좋아요."]

[김광철/심사위원/세한대학교 실용음악학과 학부장 : "우리 사회 전체가 통일이란 걸 멀게 느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청소년들이 피부로 못 느껴서 그런 거지 실제 가사 내용을 보면 아주 좋은 가사들이 많이 있고..."]

[황지민/‘오미크론’/덕원중학교 2학년 :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 동상이몽이던 우리가 이심전심이 돼 버리고, 동산 너머였던 그곳이 이젠 선물이 되어버리고..."]

교과서 속 이야기였던 통일.

다른 나라로만 여겨졌던 북한.

하지만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마음 한 구석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슴 속에서 싹틔운 이 노랫말들이 청소년들의 미래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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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청소년 래퍼들, 통일을 말하다
    • 입력 2018-05-26 08:49:21
    • 수정2018-05-26 09:06:11
    남북의 창
[앵커]

지난해 정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10만여 명을 조사했더니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2%를 조금 넘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많은 대학생의 경우 결과가 더 심각한데요.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48%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북 관계가 안 좋을 때 때 유년기를 보내면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네,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이런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이색 경연대회를 찾았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맑고 쾌청한 날씨에 버스터미널이 나들이객들로 북적입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부린 청소년들이 보이는데요.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랩 대회에 나갑니다. (우승 기대하시나요?) 1등 말고는 생각을 안 하고 와서요."]

힙합을 사랑하는 학교 친구들끼리 결성한 ‘체스크’. 힙합은 자신감이라지만, 낯선 주제로 가사를 쓰느라 고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한주/‘체스크(에로스)’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통일이라는) 주제도 생소하고 그래서 약간 많이 생각해왔던 건데 막상 생각하려니까 잘 가사가 안 나오는 경향도 있었던 것 같아가지고…"]

부푼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는 어린 래퍼들.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까요?

짧은 이동 시간에도 통일을 생각하며 직접 쓴 가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오늘도 잠에서 깨네. 저기선 햇빛이 비쳐. 미처 몰랐지만, 통일이 되길 희망을 해."]

[김태강/‘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자신감 있게 해 자신감 있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이 있기에 마음이 든든한데요.

[정찬용/‘체스크(헤로인)’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요즘에는 밤에 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가끔씩 친구랑 연습 맞춰보고 그래요."]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진도.

바다를 담은 바람을 느끼며 젊은 래퍼들은 서둘러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 세대인 청소년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통일은 조금 낯선 단어인데요.

청소년 래퍼들이 친구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나섰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한데요.

한 번 만나볼까요?

무대에선 리허설이 한창입니다.

진도 출신 래퍼 박민 군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박민/‘페퍼민트’/서울시 동작구 : "평화, 평화, 평화. 이제 아냐 꿈에서만 보던 동화 wooya. 되찾아야지 잃어버렸던 가족과 사랑. love wooya"]

[박민/‘페퍼민트’, 서울시 동작구 :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제 대통령들끼리 소나무 심었던 것도 주제로 썼고요. 뭐 이산가족 그런 주제로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어려운 주제이다 보니까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도 많이 됐던 것 같고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은 치열한 예선 경쟁을 통과한 실력자들이라고 하는데요. 본선진출 18팀을 가리는 데 120팀 넘게 참여할 정도로 예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김남중/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남지역회의 청년위원 : "저희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유튜브에 나온 내용으로 작품성 그다음에 내용성, 그다음에 이제 통일에 대한 염원 이런 쪽에 퍼포먼스를 맞추고 있는 팀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자의 실력을 확인해서일까요?

연습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각오도 대단합니다.

[김화진/‘순천더비트’ 팀, 청암고등학교 2학년 : "되게 잘 하는 팀들도 많아서 걱정되긴 한데 뒤에 퍼포먼스 해주는 언니, 오빠들도 있어서 걱정은 많이 되지 않아요. (경쟁자는) 없습니다. 저희 1등 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경연.

무대를 장악한 청소년들의 랩과 몸짓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요.

평소 큰 관심 없던 통일과 북한...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느낀 생각과 마음가짐을 박자에 맞춰 말해봅니다.

[김태강/ ‘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평화통일에 대한 생각은 동일하진 않겠지. 근데 원하잖아 종일. 기차 타고 유럽까지 여행을 가. 또 평양에 들러서 먹자고 냉면."]

곁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친구들도 잠시 경쟁을 잊고 무대를 지켜보며 감탄하기도 하는데요.

통일에 대한 마음만은 하나인가 봅니다.

[김태강/ ‘체스크(험프백 웨일)’ 팀/월봉중학교 3학년 : "이젠 매번 늘어놓긴 그만하고 진짜 몸으로 다 실천할 차례. 명절만 되면 북한 쪽에 차례 드리는 사람보고 뭐 안 느껴? 느끼면 타. 내 버스에 같이 통일을 위해서."]

손자를 응원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얼굴에선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한봉철/김태강 군 외할아버지 : "정말 대견하네요. 뭐 자전거 타고 평양 가고, 기차 타고 유럽 가고 뭐 그런 노랫말들이 나오는데 더 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행사장에선 조금 특별한 관객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무대 가까이서 북한 음식을 소개하고 판매하던 탈북민들입니다.

[장유빈/통일요리연구가 : "젊은 친구들이 랩을 하잖아요. 그런데 평화통일에 대한 이 랩을 하니까 순간적으로 닭살이 막 돋는 거예요. 젊은 분들이 통일에 대해서 너무 그 간절한 그걸 랩에 담아서 하니까 막 있잖아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고...

치열했던 경연도 막바지를 향해 달립니다.

꿈과 끼가 넘치는 청소년 래퍼들이 그린 통일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오늘의 노래가 불씨가 되어 진도의 바닷길이 열리듯 통일의 길도 활짝 열리길 기대해봅니다.

축하공연을 즐기는 사이 심사결과가 집계되었는데요.

["대상! 축하드립니다! ‘순천 더 비트’ 축하드립니다!"]

높은 수준의 랩 실력도 그렇지만 화려한 태극기 퍼포먼스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끌었나 봅니다..

[오수연/ ‘순천더비트’ 팀/전라남도 순천시 : "진짜 받을 줄 몰랐는데 받게 돼서 너무 고맙고 너무 기분 좋아요."]

[김광철/심사위원/세한대학교 실용음악학과 학부장 : "우리 사회 전체가 통일이란 걸 멀게 느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청소년들이 피부로 못 느껴서 그런 거지 실제 가사 내용을 보면 아주 좋은 가사들이 많이 있고..."]

[황지민/‘오미크론’/덕원중학교 2학년 :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는 순간, 동상이몽이던 우리가 이심전심이 돼 버리고, 동산 너머였던 그곳이 이젠 선물이 되어버리고..."]

교과서 속 이야기였던 통일.

다른 나라로만 여겨졌던 북한.

하지만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마음 한 구석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슴 속에서 싹틔운 이 노랫말들이 청소년들의 미래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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