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폭력’ 폭로에 엉터리 실태 조사

입력 2018.06.19 (23:15) 수정 2018.06.1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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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등학교 교사가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교육당국이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요.

설문지에 피해 학생 이름 뿐 아니라 부모의 연락처까지 적도록 요구한다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강예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고등학교 복도에 메모 수백 장이 붙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한 교사가 "누구랑 사귈까 고민 중이다.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은 학생이 2명 있다"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포스트잇(메모)을 붙인 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성희롱과 혐오 발언 때문에..."]

또 다른 고등학교, 한 교사가 "'미투'는 여자가 예뻐서 당하는 거다" 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메모를 떼자 부산시교육청에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이후 해당 학교에서 실제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이 있었는지 실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KBS가 입수한 실태 조사 설문지입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한다며, 학생 이름 뿐 아니라 부모의 전화번호까지 적도록 했습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되게 무서웠고, 그래서 제가 거기(설문지)에 결국 이름을 못 썼거든요."]

피해 사실을 적은 학생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나중에 (피해 사실을) 적은 애들을 교실 에서 이름을 불러서 따로 상담을 했어요."]

지난 2월 부산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보낸 성폭력 대응 지침입니다.

피해 학생 등 신고자의 신상이 외부에 누설되지 않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돼 있습니다.

지침을 어긴 겁니다.

[권진옥/부산시교육청 건강생활과 장학사 : "(피해자가) 특정이 안 돼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다시 요청을 하게 되고 그것이 아이들한테 또 다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교육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학생들이 느꼈을 어려움을 인정한다"며 조사 방식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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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성폭력’ 폭로에 엉터리 실태 조사
    • 입력 2018-06-19 23:17:19
    • 수정2018-06-19 23: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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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등학교 교사가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교육당국이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요.

설문지에 피해 학생 이름 뿐 아니라 부모의 연락처까지 적도록 요구한다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강예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고등학교 복도에 메모 수백 장이 붙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한 교사가 "누구랑 사귈까 고민 중이다.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은 학생이 2명 있다"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포스트잇(메모)을 붙인 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성희롱과 혐오 발언 때문에..."]

또 다른 고등학교, 한 교사가 "'미투'는 여자가 예뻐서 당하는 거다" 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메모를 떼자 부산시교육청에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이후 해당 학교에서 실제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이 있었는지 실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습니다.

KBS가 입수한 실태 조사 설문지입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한다며, 학생 이름 뿐 아니라 부모의 전화번호까지 적도록 했습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되게 무서웠고, 그래서 제가 거기(설문지)에 결국 이름을 못 썼거든요."]

피해 사실을 적은 학생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부산 △△고등학교 학생/음성변조 : "나중에 (피해 사실을) 적은 애들을 교실 에서 이름을 불러서 따로 상담을 했어요."]

지난 2월 부산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보낸 성폭력 대응 지침입니다.

피해 학생 등 신고자의 신상이 외부에 누설되지 않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돼 있습니다.

지침을 어긴 겁니다.

[권진옥/부산시교육청 건강생활과 장학사 : "(피해자가) 특정이 안 돼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다시 요청을 하게 되고 그것이 아이들한테 또 다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교육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학생들이 느꼈을 어려움을 인정한다"며 조사 방식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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