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등기소 급행료 여전하다

입력 1994.04.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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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시대의 달라짐은, 우선 관공서의 민원창구에서 알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민원이 빨리 처리되고 있습니다. 신속. 친절운동도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친절과 늦장처리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등기소 입니다. 잘못된 관행 가운데는, 이제는 사리진 듯했던 급행료까지 들어있습니다. 문민시대의 사각지대인 등기소를 오늘 현장추적에서 들여다봤습니다.

황상무 기자입니다.


황상무 기자 :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로 항상 봄비는 곳. 바로 등기소입니다. 서류를 신청한지 벌써 두어 시간이 흘렀지만, 창구에서는 아무런 웅담도 없습니다. 모두가 기다림에 지쳐 불만에 가득 찬 표정입니다.


민원인 :

2시간, 어떨 때는 3시간까지 걸리는 것도 있어요.


민원인 :

어디를 가도 그러던데요, 여기만 그러는 게 아니고, 사당등기소가도 그러고, 강서등기소 가도 그러고 항시 그래요.


황상무 기자 :

독촉도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퉁명스런 대답뿐입니다.


급한데 빨리는 도저히 안 됩니까?

밥 안먹고 하면 되죠

민원인 :

20분정도 남았는데 뭘 벌써 왔냐고 그러고..,


황상무 기자 :

직접 찾아가도 이정도니, 전화로 서류발급을 접수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등기소 전화는 하루 종일 통화중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점심때부터 오후 내내..,

어렵게 전화접수가 되도 서류를 곧바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원인 :

전화가 잘못받아서 뭐가 잘못됐다고, 또 40분 기다리라는 얘기야


황상무 기자 :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급요청서를 접수하자마자, 곧바로 서류를 받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급행료를 주기 때문입니다. 9백원짜리 등기부등본 1 통을 떼면서 2천원을 밀어넣습니다. 그러자 창구직원은, 서류와 함께 돈을 재빨리 뒤집습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천원짜리 두장을 나누어, 챙겨야할 몫은 따로 떼어놓습니다.


“됐어요”


“언제와요?”


“금방이요”

나만을 생각하는 얌체족의 이기주의와 창구직원의 검은 마음이 맞아 떨어져, 시간을 돈을 주고 산 셈입니다.

“구백 원짜린데 이천 원 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 알아서 판단해요”

“수십 년 내려온 오랜 관례지..., ”

사정바람으로 한때 주춤했던 급행료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 각종 등기서류 접수를 법무사들이 직접 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하루에도 몇 군데 등기소에 수십 통씩의 서류접수를 하느라 시간에 쫓기다보니 급행료를 줄 수 밖 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쪽에서도 법무사들은 아니까 주면 자연스럽게 받는군요?"“물론이죠, 그러믄요”


민원인 :

난 이런 때 관공서에 오면은요, 도대체 우리국민을 위한건지, 자기네들을 위해 우리가 오는 건지 난 분별을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녜요.


황상무 기자 :

일반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청의 하나인 등기소. 그러나 이 같은 불친절과 탈법이 문민시대의 위민봉사의 구호를 비웃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상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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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등기소 급행료 여전하다
    • 입력 1994-04-03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시대의 달라짐은, 우선 관공서의 민원창구에서 알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또 민원이 빨리 처리되고 있습니다. 신속. 친절운동도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친절과 늦장처리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등기소 입니다. 잘못된 관행 가운데는, 이제는 사리진 듯했던 급행료까지 들어있습니다. 문민시대의 사각지대인 등기소를 오늘 현장추적에서 들여다봤습니다.

황상무 기자입니다.


황상무 기자 :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로 항상 봄비는 곳. 바로 등기소입니다. 서류를 신청한지 벌써 두어 시간이 흘렀지만, 창구에서는 아무런 웅담도 없습니다. 모두가 기다림에 지쳐 불만에 가득 찬 표정입니다.


민원인 :

2시간, 어떨 때는 3시간까지 걸리는 것도 있어요.


민원인 :

어디를 가도 그러던데요, 여기만 그러는 게 아니고, 사당등기소가도 그러고, 강서등기소 가도 그러고 항시 그래요.


황상무 기자 :

독촉도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퉁명스런 대답뿐입니다.


급한데 빨리는 도저히 안 됩니까?

밥 안먹고 하면 되죠

민원인 :

20분정도 남았는데 뭘 벌써 왔냐고 그러고..,


황상무 기자 :

직접 찾아가도 이정도니, 전화로 서류발급을 접수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등기소 전화는 하루 종일 통화중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점심때부터 오후 내내..,

어렵게 전화접수가 되도 서류를 곧바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원인 :

전화가 잘못받아서 뭐가 잘못됐다고, 또 40분 기다리라는 얘기야


황상무 기자 :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급요청서를 접수하자마자, 곧바로 서류를 받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급행료를 주기 때문입니다. 9백원짜리 등기부등본 1 통을 떼면서 2천원을 밀어넣습니다. 그러자 창구직원은, 서류와 함께 돈을 재빨리 뒤집습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천원짜리 두장을 나누어, 챙겨야할 몫은 따로 떼어놓습니다.


“됐어요”


“언제와요?”


“금방이요”

나만을 생각하는 얌체족의 이기주의와 창구직원의 검은 마음이 맞아 떨어져, 시간을 돈을 주고 산 셈입니다.

“구백 원짜린데 이천 원 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 알아서 판단해요”

“수십 년 내려온 오랜 관례지..., ”

사정바람으로 한때 주춤했던 급행료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 각종 등기서류 접수를 법무사들이 직접 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하루에도 몇 군데 등기소에 수십 통씩의 서류접수를 하느라 시간에 쫓기다보니 급행료를 줄 수 밖 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쪽에서도 법무사들은 아니까 주면 자연스럽게 받는군요?"“물론이죠, 그러믄요”


민원인 :

난 이런 때 관공서에 오면은요, 도대체 우리국민을 위한건지, 자기네들을 위해 우리가 오는 건지 난 분별을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녜요.


황상무 기자 :

일반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청의 하나인 등기소. 그러나 이 같은 불친절과 탈법이 문민시대의 위민봉사의 구호를 비웃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상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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