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앵벌이들 폭력과 약물에 시달려

입력 1995.03.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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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우리가 길거리나 전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걸어린이들. 이른바 앵벌이라고 불리는 이들 어린이들 뒤에는 반드시 폭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폭력과 갈취에 시달리고 있는 현장이 KBS에 포착됐습니다. 더욱이 이들 어린이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물까지 상습적으로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취재에 연규선 기자입니다.


연규선 기자 :

어린 앵벌이들이 폭력배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있는 현장입니다. 두 어린이가 무릎을 꿇은 채 하루 종일 구걸해서 받은 돈을 폭력배들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앵벌이 어린이들에게 가해진 협박과 폭력. 매일 밤 이렇게 계속됩니다.


폭력배 :

야, 이리 와봐, 야...


딱 한마디 해요. 간단히 센터(주머니 뒤지는 것)하기 전에 돈 있으면 내놔


“10만원 벌면 만원 남겨놓고 다 빼앗겼어요.”


연규선 기자 :

24시간 형이라 불리는 이들 폭력배들의 감시 아래 앵벌이 어린이들은 이들이 가하는 폭력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 형들이 밖에서 지키며 기다리고 있어요.”

“못 팔면 그때부터 주먹, 발, 작대기로 맞아요.”


만약 도망가다 발각이라도 되면 이들 사이에 도군당이라 불리는 집단폭행이 뒤따릅니다.


“한명이 넘어뜨리고 차례로 짓밟는 거예요. 최소 20명한테 백대씩 맞아요.”


전단을 나눠주고 쵸코릿과 낌을 팔며 이들 앵벌이 어린이들이 받는 돈은 하루 5만원을 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정을 뛰쳐나온 가출 어린이들이 앵벌이의 유혹을 쉽게 받게 됩니다. 어찌 보면 떠돌이 생활 같지만 이들은 합숙을 통한 나름대로의 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2백여 명의 앵벌이들이 부산까지 원정을 가는 등, 이들 집단은 날로 조직화 돼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폭력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앵벌이를 나가기 전에 환각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약을 마시기도 합니다. 방금 벤졸을 구입한 앵벌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들이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마시는 벤졸은 가정에서 얼룩을 지울 때나 사용하는 치명적인 화공약품입니다.


약사 :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마시더라구... 많이 마시면 생명이 위험하지요.


연규선 기자 :

또 다른 환각 물질. 부끄러움을 진정시키는 알랭이라고 불리는 약입니다.


“한 번에 열알에서 스무알 먹어요.”

“레이저가 보이고 정신이 없어요.”

“자존심을 없애요.”

“돈이 많이 나와요.”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이들 앵벌이 어린이들. 결코 남의 집 이들의 얘기만은 아닌 더 이상 버려둘 수 없는 현실입니다.

KBS 뉴스, 연규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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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앵벌이들 폭력과 약물에 시달려
    • 입력 1995-03-24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우리가 길거리나 전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걸어린이들. 이른바 앵벌이라고 불리는 이들 어린이들 뒤에는 반드시 폭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폭력과 갈취에 시달리고 있는 현장이 KBS에 포착됐습니다. 더욱이 이들 어린이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물까지 상습적으로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취재에 연규선 기자입니다.


연규선 기자 :

어린 앵벌이들이 폭력배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있는 현장입니다. 두 어린이가 무릎을 꿇은 채 하루 종일 구걸해서 받은 돈을 폭력배들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앵벌이 어린이들에게 가해진 협박과 폭력. 매일 밤 이렇게 계속됩니다.


폭력배 :

야, 이리 와봐, 야...


딱 한마디 해요. 간단히 센터(주머니 뒤지는 것)하기 전에 돈 있으면 내놔


“10만원 벌면 만원 남겨놓고 다 빼앗겼어요.”


연규선 기자 :

24시간 형이라 불리는 이들 폭력배들의 감시 아래 앵벌이 어린이들은 이들이 가하는 폭력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 형들이 밖에서 지키며 기다리고 있어요.”

“못 팔면 그때부터 주먹, 발, 작대기로 맞아요.”


만약 도망가다 발각이라도 되면 이들 사이에 도군당이라 불리는 집단폭행이 뒤따릅니다.


“한명이 넘어뜨리고 차례로 짓밟는 거예요. 최소 20명한테 백대씩 맞아요.”


전단을 나눠주고 쵸코릿과 낌을 팔며 이들 앵벌이 어린이들이 받는 돈은 하루 5만원을 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정을 뛰쳐나온 가출 어린이들이 앵벌이의 유혹을 쉽게 받게 됩니다. 어찌 보면 떠돌이 생활 같지만 이들은 합숙을 통한 나름대로의 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2백여 명의 앵벌이들이 부산까지 원정을 가는 등, 이들 집단은 날로 조직화 돼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폭력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앵벌이를 나가기 전에 환각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약을 마시기도 합니다. 방금 벤졸을 구입한 앵벌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들이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마시는 벤졸은 가정에서 얼룩을 지울 때나 사용하는 치명적인 화공약품입니다.


약사 :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마시더라구... 많이 마시면 생명이 위험하지요.


연규선 기자 :

또 다른 환각 물질. 부끄러움을 진정시키는 알랭이라고 불리는 약입니다.


“한 번에 열알에서 스무알 먹어요.”

“레이저가 보이고 정신이 없어요.”

“자존심을 없애요.”

“돈이 많이 나와요.”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이들 앵벌이 어린이들. 결코 남의 집 이들의 얘기만은 아닌 더 이상 버려둘 수 없는 현실입니다.

KBS 뉴스, 연규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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