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새 아파트에 이사했더니…집안 곳곳 ‘혹파리떼’

입력 2018.06.28 (08:32) 수정 2018.06.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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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새 아파트에 이사를 했는데 난데없이 불청객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벌레이거니 했는데, 이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불을 켜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 간식과 밥에 들어가기 일쑤라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악몽으로 변한 새 아파트 이주민들의 모습 지금부터 따라가 확인해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

막 아파트 구매 계약을 끝낸 30대 부부입니다.

그토록 원하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는데 설렘보다는 두려운 생각이 앞섭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다음 주에 이사인데 무작정 들어오지는 못할 거 같아요.”]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아무도 산 적이 없는 새 집이지만, 집안에 먼저 둥지를 튼 불청객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주방 곳곳에 떨어져 있는 검은 점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처음엔 몰랐죠. 새 아파트이니깐 그런 벌레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아파트를 처음 본 건 이번 달 초, 당시엔 그저 하루살이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로 파리목에 속하는 혹파리였습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서랍장만 봤는데도 심각했잖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과연 살 수 있을까 걱정되고……”]

다른 집 사정은 어떨까?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곳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입주하고) 한 달 후에 날씨가 되게 더웠었는데 그때 습도가 90%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난 다음에 (혹파리가) 확 생겼어요.”]

밤이면 조명을 향해 까맣게 몰려드니 불을 켜는 것도 부담스럽고, 하루 종일 혹파리 잡는 게 일과가 됐다고 합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요리를 하다 보면 벌레가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고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자기 전에 불 끄고 휴대전화를 살짝 보잖아요. 그럴 때 몰려들면 콧구멍으로 훅 들어가요.“]

무엇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걱정이 더 크다고 하는데요.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젖병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서도 죽어 있고, 아기방에 유독 많이 나와서 거실로 아기 침대랑 장난감이랑 다 옮겨놨는데 거실에도 더 많이 생기면서 다른 방으로 또 옮겼어요.”]

아파트 전체 천2백 세대 가운데 이처럼 혹파리의 습격을 받은 집은 3백 가구가 넘는다고 합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아일랜드 장 서랍에서 많이 나왔고요. 오븐레인지 아래에서도 나오고 냉장고 장 위에서도 나오고 서랍 열어보면 다 나왔다고 보면 돼요.”]

혹파리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다름 아닌 주방이었습니다.

주방 서랍을 열어 목재의 단면을 자세히 봤더니,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보이는데, 혹파리 유충과 유충이 탈피한 흔적들도 발견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현재 아파트에서 나오는 그런 혹파리 종류는 부식된 유기물에서 서식하면서 나오는 부식성 혹파리입니다.”]

현장을 목격한 전문가들은 곰팡이가 핀 주방 가구를 혹파리의 서식처로 지목했습니다.

주방가구에 쓰인 목재는 톱밥과 나무 조각을 접착제로 이어붙인 파티클 보드였는데요.

[박병대/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 “파티클 보드 제조 공정은 고압과 고열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가구를 만들고 시공하기 전에 저장하거나 아니면 관리할 때 혹파리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시공사측은 일단 방역을 제안했는데요, 과연 결과는?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방역을 했으면 벌레가 안 나와야 되는데 방역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거예요.”]

이번에는 40대 부부가 두 딸과 사는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결혼 12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인데, 그 기쁨은 채 한 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맘 편히 밥 한 끼 먹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주방에서 밥 먹는 사람이 없고, 애들이 다 방으로 들어가서 먹는 그런 상황입니다.”]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식탁에서 먹으면 파리가 밥에 들어가니까……"]

이미 방역은 3차례나 했다고 하는데요, 혹파리의 악몽에서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성충은 일단 줄었는데, 집안 곳곳에서 이젠 유충과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유충이며 사체들이며 매일 청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발생이 돼서……"]

방역을 한 가구에서도 유충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성충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는 있는데 유충들은 목재 사이 틈이라든가 그 안쪽에서 서식을 하거든요. 살충제가 거기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죠.”]

전문가들은 문제의 목재를 사용한 가구는 교체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합니다.

[임현옥/소비자원 주택공산품팀 차장 : "벌레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구입일로부터 2년 이내에는 무상수리 또는 부품 교환이에요. 규정이. 벌레가 발생한 것을 수리로 해결하기는 상당히 어렵잖아요. 부품 교환으로 안 되면 새 제품 교환이나 이런 걸 다 해야죠."]

장기간 방치될 경우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1mm 정도로 굉장히 작기 때문에 비행을 하다가 사람이 호흡을 하게 되면 호흡기로 빨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폐렴이라든가 천식이라든가 비염 이런 것들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혹파리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 아파트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승태/변호사 " “다른 지역에서도 혹파리가 발생해서 싱크대 가구를 전면 교체를 해준 적도 있고요.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김기현/입주자 대표 : “원인 분석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의 자료를 공유하겠다. 대책안을 실행한다고 하지만 항상 조건부로 붙는 것이 언론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전면 철회한다고 지속적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에서 시작된 혹파리와의 불편한 동거, 빠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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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새 아파트에 이사했더니…집안 곳곳 ‘혹파리떼’
    • 입력 2018-06-28 08:43:54
    • 수정2018-06-28 08:50:44
    아침뉴스타임
[기자]

새 아파트에 이사를 했는데 난데없이 불청객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벌레이거니 했는데, 이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불을 켜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 간식과 밥에 들어가기 일쑤라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악몽으로 변한 새 아파트 이주민들의 모습 지금부터 따라가 확인해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

막 아파트 구매 계약을 끝낸 30대 부부입니다.

그토록 원하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는데 설렘보다는 두려운 생각이 앞섭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다음 주에 이사인데 무작정 들어오지는 못할 거 같아요.”]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아무도 산 적이 없는 새 집이지만, 집안에 먼저 둥지를 튼 불청객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주방 곳곳에 떨어져 있는 검은 점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처음엔 몰랐죠. 새 아파트이니깐 그런 벌레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아파트를 처음 본 건 이번 달 초, 당시엔 그저 하루살이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로 파리목에 속하는 혹파리였습니다.

[입주 예정자/음성변조 : “서랍장만 봤는데도 심각했잖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과연 살 수 있을까 걱정되고……”]

다른 집 사정은 어떨까?

이미 입주해 살고 있는 곳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입주하고) 한 달 후에 날씨가 되게 더웠었는데 그때 습도가 90%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난 다음에 (혹파리가) 확 생겼어요.”]

밤이면 조명을 향해 까맣게 몰려드니 불을 켜는 것도 부담스럽고, 하루 종일 혹파리 잡는 게 일과가 됐다고 합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요리를 하다 보면 벌레가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고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자기 전에 불 끄고 휴대전화를 살짝 보잖아요. 그럴 때 몰려들면 콧구멍으로 훅 들어가요.“]

무엇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걱정이 더 크다고 하는데요.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젖병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서도 죽어 있고, 아기방에 유독 많이 나와서 거실로 아기 침대랑 장난감이랑 다 옮겨놨는데 거실에도 더 많이 생기면서 다른 방으로 또 옮겼어요.”]

아파트 전체 천2백 세대 가운데 이처럼 혹파리의 습격을 받은 집은 3백 가구가 넘는다고 합니다.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아일랜드 장 서랍에서 많이 나왔고요. 오븐레인지 아래에서도 나오고 냉장고 장 위에서도 나오고 서랍 열어보면 다 나왔다고 보면 돼요.”]

혹파리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다름 아닌 주방이었습니다.

주방 서랍을 열어 목재의 단면을 자세히 봤더니,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보이는데, 혹파리 유충과 유충이 탈피한 흔적들도 발견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현재 아파트에서 나오는 그런 혹파리 종류는 부식된 유기물에서 서식하면서 나오는 부식성 혹파리입니다.”]

현장을 목격한 전문가들은 곰팡이가 핀 주방 가구를 혹파리의 서식처로 지목했습니다.

주방가구에 쓰인 목재는 톱밥과 나무 조각을 접착제로 이어붙인 파티클 보드였는데요.

[박병대/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 “파티클 보드 제조 공정은 고압과 고열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가구를 만들고 시공하기 전에 저장하거나 아니면 관리할 때 혹파리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시공사측은 일단 방역을 제안했는데요, 과연 결과는?

[엄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방역을 했으면 벌레가 안 나와야 되는데 방역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거예요.”]

이번에는 40대 부부가 두 딸과 사는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결혼 12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인데, 그 기쁨은 채 한 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맘 편히 밥 한 끼 먹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주방에서 밥 먹는 사람이 없고, 애들이 다 방으로 들어가서 먹는 그런 상황입니다.”]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식탁에서 먹으면 파리가 밥에 들어가니까……"]

이미 방역은 3차례나 했다고 하는데요, 혹파리의 악몽에서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성충은 일단 줄었는데, 집안 곳곳에서 이젠 유충과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황OO/피해 아파트 입주자/음성변조 :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유충이며 사체들이며 매일 청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발생이 돼서……"]

방역을 한 가구에서도 유충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성충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는 있는데 유충들은 목재 사이 틈이라든가 그 안쪽에서 서식을 하거든요. 살충제가 거기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죠.”]

전문가들은 문제의 목재를 사용한 가구는 교체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합니다.

[임현옥/소비자원 주택공산품팀 차장 : "벌레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구입일로부터 2년 이내에는 무상수리 또는 부품 교환이에요. 규정이. 벌레가 발생한 것을 수리로 해결하기는 상당히 어렵잖아요. 부품 교환으로 안 되면 새 제품 교환이나 이런 걸 다 해야죠."]

장기간 방치될 경우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양영철/한국유용곤충연구소 박사 : “1mm 정도로 굉장히 작기 때문에 비행을 하다가 사람이 호흡을 하게 되면 호흡기로 빨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폐렴이라든가 천식이라든가 비염 이런 것들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혹파리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 아파트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승태/변호사 " “다른 지역에서도 혹파리가 발생해서 싱크대 가구를 전면 교체를 해준 적도 있고요.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김기현/입주자 대표 : “원인 분석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의 자료를 공유하겠다. 대책안을 실행한다고 하지만 항상 조건부로 붙는 것이 언론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전면 철회한다고 지속적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에서 시작된 혹파리와의 불편한 동거, 빠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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