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평화의 순례길…한반도 DMZ를 걷다

입력 2018.07.07 (08:20) 수정 2018.07.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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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무장지대, DMZ를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분단의 현장을 가까이서 경험하고픈 마음일 텐데요.

그런데 얼마 전 DMZ를 동서로 횡단한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6월25일 임진각을 출발해 어제 11박12일의 대장정을 마쳤다는데요.

걸은 거리만 3백 킬로미터가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횡단 기간 동안 더위와 비 등 날씨 때문에 고생도 심했다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맛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무장지대를 횡단하는 통일걷기 참가자들입니다.

[양해종/충청남도 천안시 : "하루에 한 20~30km씩 7일 걷고 이제 시작하는 거니까 200km 정도 걸은 것 같습니다."]

파주 임진각부터 고성의 통일 전망대까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비무장지대 330여km를 걷는 중인데요.

[노윤숙/제주도 서귀포시 : "올레길만 걸을 게 아니라 민통선도 걸어보자. 그래서 (제주도에서) 올라왔어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화이통!"]

참가자라면 누구든지 수시로 외치는 화이통.

바로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구호라네요.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DMZ 분단과 적대의 상징이라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인데요.

전쟁의 상흔이 서린 길 위에서 보내는 11박 12일의 평화기행 그 특별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실까요?

오늘 도전할 길은 두타연 길.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모두들 작은 상처 하나둘씩은 훈장처럼 달고 있습니다.

[이효상/경기도 인천 : "발톱이 빠져 가지고. 아프진 않아서 괜찮아요. 한 3일 동안은 아, 왜 하나 싶었어요. 진짜 힘들고 그랬는데 시간 지날수록 여기에는 못 들어오잖아요. 민간인이."]

옛 선조들이 금강산 유람을 위해 걸었던 길 위에 선 참가자들.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지현주/경기도 광명시 : "보통 저희가 산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에요. 되게 때 묻지 않은 엄청 아름다운 폭포하고 이런 경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마냥 즐길 수 없는 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단의 아픈 흔적들 때문입니다.

[박돈목/통일걷기 참가자 : "앙 옆에 지뢰밭이라고 지금 있는데 거기에 이제 아름다운 그림들이 있고 이 길이 예술과 사색의 길이라는 게 참 이게 매치가 참 묘하다는 생각이 좀 많이 듭니다."]

이른 아침부터 걸음을 재촉했기 때문일까요?

슬슬 허기가 몰려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름다운 경치와 새로 사귄 친구들.

여기에 배까지 든든해지니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윤재혁/서울시 구로구 : "비 오는 날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아까 금강산 가는 길도 있었잖아요. 거기를 보면서 내년에 꼭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 그것도 전쟁의 흔적이 가득한 곳을 간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DMZ 횡단.

하지만 걸은 거리가 켜켜이 쌓일 때마다 머릿속에는 더욱 많은 생각이 맴돕니다.

[김현종/서울시 구로구 : "작년에 이 행사 하셨을 때는 사이가 굉장히 남북관계가 굉장히 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개성공단이나 이런 거 다시 되새김질하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박성주/서울시 성동구 :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줘야 배려잖아요. 이렇게 걷는 게 그분(북한군인)들에게도 좋은 일인지. 저희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그 마음을 눈치 챘을까요?

뒤따라 걷던 단장이 슬그머니 다가가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는데요.

["이 길을 걸으면서 평화를 생각하면서 걷는 거야? 아니면 그냥 걷는 거야?"]

학생들도 기회다 싶어 평소 고민했던 부분을 물어보네요.

["의원님은 그러면 통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신 게 언제쯤이세요?"]

[이인영/국회의원/서울시 구로구 : "우리는 80년대 대학 다닐 때 그랬지. 남북 간의 대결, 분단, 적대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 (그래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통일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었는데…."]

남북 분단의 최전선에서 오가는 전쟁과 분단, 그리고 평화와 통일 이야기.

어느새 27킬로미터를 걸어 오늘의 종착점에 다다랐네요.

‘서로 사맛디 맹가노니’ 학생들이 착용한 팔찌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때 화제가 됐던 훈민정음 문구로 ‘서로 통하여 만들다’라는 뜻인데요.

학생들이 걷는 이 DMZ가 생명과 평화의 길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개성공단, 군사긴장, 북한말 등 횡단 일정 내내 다양한 주제로 이어지는 강연은 다음날 걸으며 곱씹어 볼 재료가 됩니다.

오늘 강연 내용은 ‘청년들의 꿈과 일’.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할 계획이라는 청년의 꿈은 무엇일까요?

[이효상/인천광역시 : "선유도 공원에 가면 내가 죽기 전에 무엇을 꼭 해보고 싶다 이런 것을 쓰는 표지판이 있거든요. 무의식적으로 이제 통일 한국 일주라는 소망을 쓴 적이 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해서 소외가 남다릅니다."]

걷는다고 통일이 되나. 길을 걷던 중 한 학생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에서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를 그려보는 일.

통일이라는 천리 길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꿈이 모여 DMZ가 평화와 생태의 길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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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평화의 순례길…한반도 DMZ를 걷다
    • 입력 2018-07-07 08:15:57
    • 수정2018-07-07 08: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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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무장지대, DMZ를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분단의 현장을 가까이서 경험하고픈 마음일 텐데요.

그런데 얼마 전 DMZ를 동서로 횡단한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6월25일 임진각을 출발해 어제 11박12일의 대장정을 마쳤다는데요.

걸은 거리만 3백 킬로미터가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횡단 기간 동안 더위와 비 등 날씨 때문에 고생도 심했다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맛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무장지대를 횡단하는 통일걷기 참가자들입니다.

[양해종/충청남도 천안시 : "하루에 한 20~30km씩 7일 걷고 이제 시작하는 거니까 200km 정도 걸은 것 같습니다."]

파주 임진각부터 고성의 통일 전망대까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비무장지대 330여km를 걷는 중인데요.

[노윤숙/제주도 서귀포시 : "올레길만 걸을 게 아니라 민통선도 걸어보자. 그래서 (제주도에서) 올라왔어요. 한라에서 백두까지. 화이통!"]

참가자라면 누구든지 수시로 외치는 화이통.

바로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구호라네요.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DMZ 분단과 적대의 상징이라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인데요.

전쟁의 상흔이 서린 길 위에서 보내는 11박 12일의 평화기행 그 특별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실까요?

오늘 도전할 길은 두타연 길.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모두들 작은 상처 하나둘씩은 훈장처럼 달고 있습니다.

[이효상/경기도 인천 : "발톱이 빠져 가지고. 아프진 않아서 괜찮아요. 한 3일 동안은 아, 왜 하나 싶었어요. 진짜 힘들고 그랬는데 시간 지날수록 여기에는 못 들어오잖아요. 민간인이."]

옛 선조들이 금강산 유람을 위해 걸었던 길 위에 선 참가자들.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지현주/경기도 광명시 : "보통 저희가 산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에요. 되게 때 묻지 않은 엄청 아름다운 폭포하고 이런 경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마냥 즐길 수 없는 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단의 아픈 흔적들 때문입니다.

[박돈목/통일걷기 참가자 : "앙 옆에 지뢰밭이라고 지금 있는데 거기에 이제 아름다운 그림들이 있고 이 길이 예술과 사색의 길이라는 게 참 이게 매치가 참 묘하다는 생각이 좀 많이 듭니다."]

이른 아침부터 걸음을 재촉했기 때문일까요?

슬슬 허기가 몰려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름다운 경치와 새로 사귄 친구들.

여기에 배까지 든든해지니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윤재혁/서울시 구로구 : "비 오는 날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아까 금강산 가는 길도 있었잖아요. 거기를 보면서 내년에 꼭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 그것도 전쟁의 흔적이 가득한 곳을 간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DMZ 횡단.

하지만 걸은 거리가 켜켜이 쌓일 때마다 머릿속에는 더욱 많은 생각이 맴돕니다.

[김현종/서울시 구로구 : "작년에 이 행사 하셨을 때는 사이가 굉장히 남북관계가 굉장히 안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개성공단이나 이런 거 다시 되새김질하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박성주/서울시 성동구 :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줘야 배려잖아요. 이렇게 걷는 게 그분(북한군인)들에게도 좋은 일인지. 저희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그 마음을 눈치 챘을까요?

뒤따라 걷던 단장이 슬그머니 다가가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는데요.

["이 길을 걸으면서 평화를 생각하면서 걷는 거야? 아니면 그냥 걷는 거야?"]

학생들도 기회다 싶어 평소 고민했던 부분을 물어보네요.

["의원님은 그러면 통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신 게 언제쯤이세요?"]

[이인영/국회의원/서울시 구로구 : "우리는 80년대 대학 다닐 때 그랬지. 남북 간의 대결, 분단, 적대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 (그래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통일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었는데…."]

남북 분단의 최전선에서 오가는 전쟁과 분단, 그리고 평화와 통일 이야기.

어느새 27킬로미터를 걸어 오늘의 종착점에 다다랐네요.

‘서로 사맛디 맹가노니’ 학생들이 착용한 팔찌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때 화제가 됐던 훈민정음 문구로 ‘서로 통하여 만들다’라는 뜻인데요.

학생들이 걷는 이 DMZ가 생명과 평화의 길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개성공단, 군사긴장, 북한말 등 횡단 일정 내내 다양한 주제로 이어지는 강연은 다음날 걸으며 곱씹어 볼 재료가 됩니다.

오늘 강연 내용은 ‘청년들의 꿈과 일’.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할 계획이라는 청년의 꿈은 무엇일까요?

[이효상/인천광역시 : "선유도 공원에 가면 내가 죽기 전에 무엇을 꼭 해보고 싶다 이런 것을 쓰는 표지판이 있거든요. 무의식적으로 이제 통일 한국 일주라는 소망을 쓴 적이 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해서 소외가 남다릅니다."]

걷는다고 통일이 되나. 길을 걷던 중 한 학생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에서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를 그려보는 일.

통일이라는 천리 길의 첫 걸음이 아닐까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꿈이 모여 DMZ가 평화와 생태의 길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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