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추가 문건 공개…말 안듣는 의원은 ‘고립·압박’

입력 2018.08.01 (06:12) 수정 2018.08.0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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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에 여론의 압박까지 이어지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196건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문건에는 당시 상고법원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을 고립시키고 압박한 것은 물론 재판을 활용한 정황까지 담겨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2015년 초부터 총력전에 나섭니다.

그러나 첫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 등 법사위원들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서기호/당시 국회 법사위원/2015년 2월 : "대법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검증할 기회가 있는데, 상고 법관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이 회의 한달여 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법사위원 대응전략' 문건입니다.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사위원 5명을 콕 찍었는데, 당시 서기호 의원에 대해 "설득이 쉽지 않다"며 "우회 접촉에 극도의 거부감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석달 뒤 서 전 의원이 상고법원 설치 대신 대법관 증원 법안을 내놓자 법원행정처는 더 노골적으로 변합니다.

대외비 문건에서 야당 내 동조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해 서 전 의원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 고립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다른 대외비 문건에선 아예 서 전 의원의 재판에 개입한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 전 의원이 대법원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 대해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건 작성 이틀 뒤 실제 1심 재판의 변론이 종결됐고, 한달여 뒤 서 전 의원은 패소했습니다.

[서기호/전 국회 법사위원 : "변론 종결을 할 지 여부는 그날 재판장만이 알 수 있는 건데, 법원행정처에서 해당 재판부에 변론 종결하도록 개입을 한 것이다..."]

또 당시 이춘석 법사위원을 공략하기 위해 이 의원 지역구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말고 늦추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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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 추가 문건 공개…말 안듣는 의원은 ‘고립·압박’
    • 입력 2018-08-01 06:14:29
    • 수정2018-08-01 0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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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행정처가 검찰 수사에 여론의 압박까지 이어지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196건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문건에는 당시 상고법원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을 고립시키고 압박한 것은 물론 재판을 활용한 정황까지 담겨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2015년 초부터 총력전에 나섭니다. 그러나 첫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 등 법사위원들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서기호/당시 국회 법사위원/2015년 2월 : "대법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검증할 기회가 있는데, 상고 법관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큽니다)."] 이 회의 한달여 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법사위원 대응전략' 문건입니다.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사위원 5명을 콕 찍었는데, 당시 서기호 의원에 대해 "설득이 쉽지 않다"며 "우회 접촉에 극도의 거부감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석달 뒤 서 전 의원이 상고법원 설치 대신 대법관 증원 법안을 내놓자 법원행정처는 더 노골적으로 변합니다. 대외비 문건에서 야당 내 동조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해 서 전 의원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 고립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다른 대외비 문건에선 아예 서 전 의원의 재판에 개입한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 전 의원이 대법원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 대해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건 작성 이틀 뒤 실제 1심 재판의 변론이 종결됐고, 한달여 뒤 서 전 의원은 패소했습니다. [서기호/전 국회 법사위원 : "변론 종결을 할 지 여부는 그날 재판장만이 알 수 있는 건데, 법원행정처에서 해당 재판부에 변론 종결하도록 개입을 한 것이다..."] 또 당시 이춘석 법사위원을 공략하기 위해 이 의원 지역구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말고 늦추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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