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주식 또 팔고 사들인 증권사…시스템 곳곳 ‘허점’

입력 2018.08.08 (21:27) 수정 2018.08.0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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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서 배당 사고로,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2천억원 상당의 주식이 거래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로부터 한 달 뒤 다른 증권사에서도 유령 주식이 거래되는 유사한 사고가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식 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또 한 번 확인됐습니다.

이중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 모 씨는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미국의 상장지수펀드 660여 주를 샀습니다.

해당 펀드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4대 1로 병합되면서, 수량이 4분의 1로 줄고, 가격은 4배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씨의 계좌에는 가격만 4배로 올랐을 뿐 160여 주로 줄어야 할 660여 주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씨는 4배 오른 가격에 보유 물량을 모두 팔아 천7백만 원을 더 벌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주식 5백 주가 시장에서 팔린 겁니다.

원인은 증권사가 제대로 입력을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외주식이 병합이나 분할될 경우, 자동으로 고객 계좌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 (음성변조) : "통상 2~3일 전에 전문이 오면 맞춰서 거래 정지시키고 전산에 반영하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날짜로(당일에 통보가) 오니까 직원이 놓친 것이죠."]

또 매도 주문이 체결 될 때까지 실제로 주식이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장치가 없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증권사는 약 500주를 급하게 매수해 사고는 막았지만 이 씨는 증권사의 실수라며 천7백만 원의 수익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 겁니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원장 : "결국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고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든지 활성화 측면에서도 제약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식 매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검증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대책에도 해외 주식에 대한 검증은 빠져 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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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는 주식 또 팔고 사들인 증권사…시스템 곳곳 ‘허점’
    • 입력 2018-08-08 21:30:08
    • 수정2018-08-08 21: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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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서 배당 사고로,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2천억원 상당의 주식이 거래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로부터 한 달 뒤 다른 증권사에서도 유령 주식이 거래되는 유사한 사고가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식 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또 한 번 확인됐습니다.

이중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 모 씨는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미국의 상장지수펀드 660여 주를 샀습니다.

해당 펀드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4대 1로 병합되면서, 수량이 4분의 1로 줄고, 가격은 4배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씨의 계좌에는 가격만 4배로 올랐을 뿐 160여 주로 줄어야 할 660여 주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씨는 4배 오른 가격에 보유 물량을 모두 팔아 천7백만 원을 더 벌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주식 5백 주가 시장에서 팔린 겁니다.

원인은 증권사가 제대로 입력을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외주식이 병합이나 분할될 경우, 자동으로 고객 계좌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 (음성변조) : "통상 2~3일 전에 전문이 오면 맞춰서 거래 정지시키고 전산에 반영하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날짜로(당일에 통보가) 오니까 직원이 놓친 것이죠."]

또 매도 주문이 체결 될 때까지 실제로 주식이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장치가 없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증권사는 약 500주를 급하게 매수해 사고는 막았지만 이 씨는 증권사의 실수라며 천7백만 원의 수익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 겁니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원장 : "결국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고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든지 활성화 측면에서도 제약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식 매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검증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대책에도 해외 주식에 대한 검증은 빠져 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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