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구단체 보고서 표절·짜깁기 ‘수두룩’

입력 2018.08.31 (06:34) 수정 2018.08.3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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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는 의원들의 입법 활동과 정책 연구 개발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연구단체에 10년간 백억 원 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이 중에서 우수하다고 선정된 연구단체들의 보고서를 전수조사해 봤는데, 어땠을까요?

먼저, 임재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국회 손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모두 10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올해 초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선정됐습니다.

[박주선/전 국회부의장/지난 2월 : "내실 있는 연구보고서가 눈에 띄는 것이 많이 있더라는 말씀을 주시면서 역시 국회의원들은 다르구나..."]

손 의원이 대표집필한 해당 단체의 연구 보고섭니다.

모두 30쪽짜리 보고서.

본론 부분 9쪽이 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와 거의 똑같습니다.

나머지 부분 역시 80% 가량이 국토부 보도자료와 인터넷 여행잡지 등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습니다.

짜깁기 보고섭니다.

[손혜원 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이거는 저희가 사실 좀 왜냐하면 참고문헌만 넣으면 된다고 이제 생각하고 미진했던 면도 좀 있고요."]

홍문종 의원을 대표로 14명의 의원이 참여한 대중문화와 미디어 연구회.

2015년 홍 의원이 대표 집필한 보고섭니다.

2009년 노동부 보고서에서 어미만 조금씩 바꿨을 뿐 똑같습니다.

6년전 통계자료를 2013년 자료처럼 바꾸면서 통계치도 틀렸습니다.

단어 자동바꾸기 기능을 썼는지 일부 내용이나 참고문헌의 연도도 함께 엉망이 됐습니다.

[홍문종 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소규모 용역을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보고서를 만들었어요. 이게 표절인지, 짜깁기인지 자료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코이카 이사장인 이미경 전 의원은 동료의원 10명과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란 연구단체를 만들고 2013년 보고서를 대표 집필했습니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보고서가 여럿 검색됩니다.

8년 전인 2005년 한 대학생이 과제물로 제출한 적도 있습니다.

이 의원측은 환경단체 관계자가 과거 만든 자료를 넘겨받아 그대로 제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코이카 관계자/음성변조 : "(원작자가) '미발표 자료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쓰십시오' 이래 됐는데 지금 이제 KBS에서 이렇게 지적을 하시니까 저희도 좀 억울한 면이 많죠."]

국회사무처 내규는 보고서가 연구논문 형식을 갖추고,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히라고 돼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표절이나 짜깁기 자체, 자체는 나쁜 것이지만, 그거를 그동안 뭐 관행적으로 해왔고, 또 거기에 대한 제재가 없었고..."]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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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연구단체 보고서 표절·짜깁기 ‘수두룩’
    • 입력 2018-08-31 06:37:56
    • 수정2018-08-31 07:42:25
    뉴스광장 1부
[앵커]

국회는 의원들의 입법 활동과 정책 연구 개발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연구단체에 10년간 백억 원 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이 중에서 우수하다고 선정된 연구단체들의 보고서를 전수조사해 봤는데, 어땠을까요?

먼저, 임재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국회 손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모두 10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올해 초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선정됐습니다.

[박주선/전 국회부의장/지난 2월 : "내실 있는 연구보고서가 눈에 띄는 것이 많이 있더라는 말씀을 주시면서 역시 국회의원들은 다르구나..."]

손 의원이 대표집필한 해당 단체의 연구 보고섭니다.

모두 30쪽짜리 보고서.

본론 부분 9쪽이 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와 거의 똑같습니다.

나머지 부분 역시 80% 가량이 국토부 보도자료와 인터넷 여행잡지 등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습니다.

짜깁기 보고섭니다.

[손혜원 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이거는 저희가 사실 좀 왜냐하면 참고문헌만 넣으면 된다고 이제 생각하고 미진했던 면도 좀 있고요."]

홍문종 의원을 대표로 14명의 의원이 참여한 대중문화와 미디어 연구회.

2015년 홍 의원이 대표 집필한 보고섭니다.

2009년 노동부 보고서에서 어미만 조금씩 바꿨을 뿐 똑같습니다.

6년전 통계자료를 2013년 자료처럼 바꾸면서 통계치도 틀렸습니다.

단어 자동바꾸기 기능을 썼는지 일부 내용이나 참고문헌의 연도도 함께 엉망이 됐습니다.

[홍문종 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소규모 용역을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걸 바탕으로 정책보고서를 만들었어요. 이게 표절인지, 짜깁기인지 자료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코이카 이사장인 이미경 전 의원은 동료의원 10명과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란 연구단체를 만들고 2013년 보고서를 대표 집필했습니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보고서가 여럿 검색됩니다.

8년 전인 2005년 한 대학생이 과제물로 제출한 적도 있습니다.

이 의원측은 환경단체 관계자가 과거 만든 자료를 넘겨받아 그대로 제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코이카 관계자/음성변조 : "(원작자가) '미발표 자료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쓰십시오' 이래 됐는데 지금 이제 KBS에서 이렇게 지적을 하시니까 저희도 좀 억울한 면이 많죠."]

국회사무처 내규는 보고서가 연구논문 형식을 갖추고,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히라고 돼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표절이나 짜깁기 자체, 자체는 나쁜 것이지만, 그거를 그동안 뭐 관행적으로 해왔고, 또 거기에 대한 제재가 없었고..."]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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