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율 OECD 1위…새벽차 타고 ‘500원 순례길’

입력 2018.09.10 (21:29) 수정 2018.09.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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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어떨까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 나라는 노인 2명 중 1명이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지만, 현실은 500원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합니다.

오늘(10일)은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를 짚어봅니다.

최은진, 조혜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침 7시, 노인들이 동네 공원에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원 근처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는 500원짜리 동전을 받기 위해섭니다.

["집에서 4시 반에 나왔지. 구로동에서 첫차 타고. 여기 들어오니까 6시 30분이었지."]

온 순서대로 동전을 나눠주기 때문에 자리맡기는 필수.

오전 9시, 드디어 번호표가 주어집니다.

간혹 신경전도 벌어집니다.

["아, 이 새치기를 해. (뭐야 뭐야 여기.) 아줌마 그렇게 거짓말을 해."]

겨우 도착한 이 할아버지는 끝 번호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는 길이에요. 내가 걸음이 느려서 줄이 없어요. 꼴찌 받고 그래요."]

노인 300여 명이 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돈은 500원짜리 동전 3개.

82살인 유 할머니는 이 돈을 모아 방세에 보탭니다.

[유OO/82살 : "세 사는 사람들이라 셋돈 줘야지. 보증금 15만원 가지. 10만원, 15만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OO/82살 : "신사에 500원 주는 (교회가) 잘 줘요. 거기가."]

공원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또 다른 교회, 아까 공원에 있던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이 곳에 모인 노인들은 250여 명.

노인들은 이곳에서 또 동전을 받습니다.

[최OO/82살 : "두 군데. 아까 세 개. 여기서 한 개. 그러니까 4개 받았지. 2천 원."]

오늘 최 할머니는 2천원 그대로 저금통에 넣을 계획입니다.

[최OO/82살 : "저축해서 쓰고 해야지. 돈은 막 쓰는거 아니야. 이렇게 벌어서 어떻게 막 쓰겠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는 노인들, 오늘도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일 안 쓰이잖아. 나이 많다고. 일도 안쓰이고 돈도 없고 하니까, 이런 데 안 다닐 수 없잖아."]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노인빈곤율 46%, 실업자 70%…“일하고 싶다”

[기자]

한푼이 아쉬운 노인들의 힘든 순례길을 끝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 노인 복지 재정은 GDP 2.6%로 OECD 평균의 1/3 수준입니다.

노인 빈곤율 45.7%, OECD 최상위입니다.

한달 25만 원의 기초연금을 포함하더라도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한달 100만 원이 안되는 돈으로 노후를 보냅니다.

그런데 노인복지 재정만 계속 늘릴수 만은 없으니 또 하나의 방법은 건강한 노인들이 일자리를 갖는 겁니다.

평균 은퇴 시점이 남성은 51세, 여성은 47세인 마당에 30-40년을 일 없이 살 수도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노인 절반 이상은 계속 일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하는 노인은 10명중 3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이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입니다.

일하는 노인 중 자신의 경력과는 무관한 단순노무직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쏠림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정부는 내년에 노인 일자리 10만 개를 더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빈곤의 늪에 빠져 거리를 헤매는 노인들, 국민 7명 중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과제 중 하나는 노인 일자리입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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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빈곤율 OECD 1위…새벽차 타고 ‘500원 순례길’
    • 입력 2018-09-10 21:35:48
    • 수정2018-09-10 22: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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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어떨까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 나라는 노인 2명 중 1명이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지만, 현실은 500원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합니다.

오늘(10일)은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를 짚어봅니다.

최은진, 조혜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침 7시, 노인들이 동네 공원에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원 근처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는 500원짜리 동전을 받기 위해섭니다.

["집에서 4시 반에 나왔지. 구로동에서 첫차 타고. 여기 들어오니까 6시 30분이었지."]

온 순서대로 동전을 나눠주기 때문에 자리맡기는 필수.

오전 9시, 드디어 번호표가 주어집니다.

간혹 신경전도 벌어집니다.

["아, 이 새치기를 해. (뭐야 뭐야 여기.) 아줌마 그렇게 거짓말을 해."]

겨우 도착한 이 할아버지는 끝 번호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는 길이에요. 내가 걸음이 느려서 줄이 없어요. 꼴찌 받고 그래요."]

노인 300여 명이 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돈은 500원짜리 동전 3개.

82살인 유 할머니는 이 돈을 모아 방세에 보탭니다.

[유OO/82살 : "세 사는 사람들이라 셋돈 줘야지. 보증금 15만원 가지. 10만원, 15만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OO/82살 : "신사에 500원 주는 (교회가) 잘 줘요. 거기가."]

공원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또 다른 교회, 아까 공원에 있던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이 곳에 모인 노인들은 250여 명.

노인들은 이곳에서 또 동전을 받습니다.

[최OO/82살 : "두 군데. 아까 세 개. 여기서 한 개. 그러니까 4개 받았지. 2천 원."]

오늘 최 할머니는 2천원 그대로 저금통에 넣을 계획입니다.

[최OO/82살 : "저축해서 쓰고 해야지. 돈은 막 쓰는거 아니야. 이렇게 벌어서 어떻게 막 쓰겠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는 노인들, 오늘도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일 안 쓰이잖아. 나이 많다고. 일도 안쓰이고 돈도 없고 하니까, 이런 데 안 다닐 수 없잖아."]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노인빈곤율 46%, 실업자 70%…“일하고 싶다”

[기자]

한푼이 아쉬운 노인들의 힘든 순례길을 끝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 노인 복지 재정은 GDP 2.6%로 OECD 평균의 1/3 수준입니다.

노인 빈곤율 45.7%, OECD 최상위입니다.

한달 25만 원의 기초연금을 포함하더라도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한달 100만 원이 안되는 돈으로 노후를 보냅니다.

그런데 노인복지 재정만 계속 늘릴수 만은 없으니 또 하나의 방법은 건강한 노인들이 일자리를 갖는 겁니다.

평균 은퇴 시점이 남성은 51세, 여성은 47세인 마당에 30-40년을 일 없이 살 수도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노인 절반 이상은 계속 일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하는 노인은 10명중 3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이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입니다.

일하는 노인 중 자신의 경력과는 무관한 단순노무직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쏠림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정부는 내년에 노인 일자리 10만 개를 더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빈곤의 늪에 빠져 거리를 헤매는 노인들, 국민 7명 중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과제 중 하나는 노인 일자리입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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