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또 은행 강도…‘범죄 표적’된 이유?

입력 2018.09.14 (08:29) 수정 2018.09.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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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은행강도 사건.

또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당진의 한 농협이었는데요.

벌써 올해만 6번째 은행강도 사건인데요,

그런데 사건들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 직원이 적은 데다 무엇보다도 청원 경찰이 상주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은행들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농협, 막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할 때쯤 그물이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들어오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현금입출금기 앞에 서 있는 여성의 허벅지에 총을 가져다 댑니다.

총을 발견하고 놀란 여성이 뒷걸음질 치는데요.

범인은 이번엔 창구 쪽으로 다가가더니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해 가방에 돈을 담으라고 합니다.

[이귀목/목격자 : "돈을 달라고 하니깐 직원들이 벌벌 떨어서 무서워서 미처 돈을 못 갖다 줬어요. 돈 빨리 가져오라고 하면서 또 한 4~5방을 더 쏘더라고요."]

[피해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저기에도 쏘는 거예요. 제압할 수가 없었어요."]

범인은 순식간에 2천 7백여 만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심대섭/피해 농협지점장 : "한 3분 정도 만에 나갔어요. 그러면서 저와 남자 직원이 뒷문으로 추적을 했어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도망친 범인... 하지만, 인근 야산에서 3시간 반 만에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인근에서 식당을 하던 51살 박모 씨. 식당을 운영하며 진 빚 9억 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윤성묵/충남 당진경찰서 수사과장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술 한 잔을 먹었는데 맥주 두 병을 마셨다고 합니다. 빚 생각이 나고 하니까."]

사건 당시, 박 씨는 술에 취해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앞서 화면에서 좀 이상한 점이 없으셨습니까?

박 씨가 사람들을 위협할 때 쓴 건 총이 아니라 전동 못총, 타정기였습니다.

그동안의 은행 강도 사건과 비교해보면 좀 많이 달랐던 박 씨의 범행.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청원경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은행마다 경비 인력이 다 있다고 생각되시죠. 하지만, 경비인력을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시중 은행과 달리, 지역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은 청원 경찰을 두는 게 의무가 아닙니다.

여기에다 비용도 문젭니다.

[○○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법으로 강제화해서 청원 경찰을 다 둬라. 이랬을 때는 인건비가 나가겠죠. 그럴 경우 서민은 오히려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결국, 청원경찰 대신 사설 경비업체에 의지하고 있는데요, 책상 밑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경비업체와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범행 시간에 걸린 시간은 3분 남짓, 하지만 관할 경찰서에서 은행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도 10분 이상이었습니다.

[당진경찰서 ○○파출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그 은행을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어요. 개점 시간이나 폐점 시간, 두 시간대를 위주로 저희가 지정해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인 은행강도 사건, 그런데, 여섯 곳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청원 경찰이 없는 소규모 지역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에다 직원이 적은 곳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다른 곳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충남 서산에 있는 한 수협.

직원은 다섯 명만 근무 중이고 이곳 역시 청원경찰은 없습니다.

[○○수협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들이) 대응하기가 좀 어렵고 저희가 경비업체도 있거든요. 경비업체에 연결이 되면 곧바로 경찰에 연결이 되거든요."]

이처럼 지방 소도시의 농협, 수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사설 경비업체에 경비를 맡겨두는 사정인데요. 대신,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 청원 경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들이) 가스총을 하나씩 들고 있어요. 교육을 받아요. 현장에서 시연하고 가스 다시 충전해서 주고 가요."]

그렇다면 서울은 과연 어떨까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입니다.

직원이 10명에 육박하는 나름 큰 규모인데요. 그런데, 청원경찰은 보이질 않습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음성변조 : "청원경찰이요? 저희 소장님이 등록되어(있어요.) '직원들이 분담해서 이런 식으로 대응해라.' 라는 역할 분담이 있어요."]

이곳 역시 직원들이 청원 경찰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는데요.

또 다른 서울의 소규모 은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따로 청원경찰은 없는데…."]

[△△새마을금고 관계자/음성변조 : "자체적으로 있는 곳도 있을 거고요. 저희는 청원 경찰은 없습니다."]

이처럼 은행마다 청원 경찰이 상주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비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전문적인 경호 직원을 채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청원 경찰이 하는 일은 대부분 은행에서 고객들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전문 경비원이 아니기 때문에…."]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은행 강도....

직원들은 물론 손님들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피해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정신적 충격이 어마어마해요. 근무는 하고 있지만, 사건이 있던 날도 근무했어요."]

[손님/음성변조 : "CCTV만 있을 뿐이지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불안하죠."]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청원 경찰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염건령/한국범죄학 연구소 소장 :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요원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시각적으로 범죄의 의지를 꺾는 예방효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용 문제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청원 경찰.

은행 만큼이나 안전이 최우선인 병원 응급실에서도 청원 경찰 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요.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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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또 은행 강도…‘범죄 표적’된 이유?
    • 입력 2018-09-14 08:34:17
    • 수정2018-09-14 09: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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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은행강도 사건.

또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당진의 한 농협이었는데요.

벌써 올해만 6번째 은행강도 사건인데요,

그런데 사건들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 직원이 적은 데다 무엇보다도 청원 경찰이 상주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은행들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충남 당진의 한 농협, 막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할 때쯤 그물이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들어오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현금입출금기 앞에 서 있는 여성의 허벅지에 총을 가져다 댑니다.

총을 발견하고 놀란 여성이 뒷걸음질 치는데요.

범인은 이번엔 창구 쪽으로 다가가더니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해 가방에 돈을 담으라고 합니다.

[이귀목/목격자 : "돈을 달라고 하니깐 직원들이 벌벌 떨어서 무서워서 미처 돈을 못 갖다 줬어요. 돈 빨리 가져오라고 하면서 또 한 4~5방을 더 쏘더라고요."]

[피해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저기에도 쏘는 거예요. 제압할 수가 없었어요."]

범인은 순식간에 2천 7백여 만 원을 챙겨 달아났습니다.

[심대섭/피해 농협지점장 : "한 3분 정도 만에 나갔어요. 그러면서 저와 남자 직원이 뒷문으로 추적을 했어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도망친 범인... 하지만, 인근 야산에서 3시간 반 만에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인근에서 식당을 하던 51살 박모 씨. 식당을 운영하며 진 빚 9억 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윤성묵/충남 당진경찰서 수사과장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술 한 잔을 먹었는데 맥주 두 병을 마셨다고 합니다. 빚 생각이 나고 하니까."]

사건 당시, 박 씨는 술에 취해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앞서 화면에서 좀 이상한 점이 없으셨습니까?

박 씨가 사람들을 위협할 때 쓴 건 총이 아니라 전동 못총, 타정기였습니다.

그동안의 은행 강도 사건과 비교해보면 좀 많이 달랐던 박 씨의 범행.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청원경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은행마다 경비 인력이 다 있다고 생각되시죠. 하지만, 경비인력을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시중 은행과 달리, 지역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은 청원 경찰을 두는 게 의무가 아닙니다.

여기에다 비용도 문젭니다.

[○○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법으로 강제화해서 청원 경찰을 다 둬라. 이랬을 때는 인건비가 나가겠죠. 그럴 경우 서민은 오히려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결국, 청원경찰 대신 사설 경비업체에 의지하고 있는데요, 책상 밑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경비업체와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범행 시간에 걸린 시간은 3분 남짓, 하지만 관할 경찰서에서 은행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도 10분 이상이었습니다.

[당진경찰서 ○○파출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그 은행을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어요. 개점 시간이나 폐점 시간, 두 시간대를 위주로 저희가 지정해서 순찰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인 은행강도 사건, 그런데, 여섯 곳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청원 경찰이 없는 소규모 지역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에다 직원이 적은 곳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다른 곳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충남 서산에 있는 한 수협.

직원은 다섯 명만 근무 중이고 이곳 역시 청원경찰은 없습니다.

[○○수협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들이) 대응하기가 좀 어렵고 저희가 경비업체도 있거든요. 경비업체에 연결이 되면 곧바로 경찰에 연결이 되거든요."]

이처럼 지방 소도시의 농협, 수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사설 경비업체에 경비를 맡겨두는 사정인데요. 대신,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 청원 경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직원들이) 가스총을 하나씩 들고 있어요. 교육을 받아요. 현장에서 시연하고 가스 다시 충전해서 주고 가요."]

그렇다면 서울은 과연 어떨까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입니다.

직원이 10명에 육박하는 나름 큰 규모인데요. 그런데, 청원경찰은 보이질 않습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음성변조 : "청원경찰이요? 저희 소장님이 등록되어(있어요.) '직원들이 분담해서 이런 식으로 대응해라.' 라는 역할 분담이 있어요."]

이곳 역시 직원들이 청원 경찰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는데요.

또 다른 서울의 소규모 은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따로 청원경찰은 없는데…."]

[△△새마을금고 관계자/음성변조 : "자체적으로 있는 곳도 있을 거고요. 저희는 청원 경찰은 없습니다."]

이처럼 은행마다 청원 경찰이 상주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비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전문적인 경호 직원을 채용할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청원 경찰이 하는 일은 대부분 은행에서 고객들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전문 경비원이 아니기 때문에…."]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은행 강도....

직원들은 물론 손님들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피해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정신적 충격이 어마어마해요. 근무는 하고 있지만, 사건이 있던 날도 근무했어요."]

[손님/음성변조 : "CCTV만 있을 뿐이지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불안하죠."]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청원 경찰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염건령/한국범죄학 연구소 소장 :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요원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시각적으로 범죄의 의지를 꺾는 예방효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용 문제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청원 경찰.

은행 만큼이나 안전이 최우선인 병원 응급실에서도 청원 경찰 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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