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남북 손잡은 백두산…‘평화·발전’ 상징 될까

입력 2018.10.13 (08:07) 수정 2018.10.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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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장면 중 하나.

바로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인데요.

남북 정상이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고, 수행원들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등 분위기가 참 화기애애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우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백두산의 문을 활짝 열려는 움직임을 연이어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혁명의 성산으로 여겼던 백두산, 평화와 발전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9월 22일/조선중앙TV :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근 넉 달 만에 또 다시 상봉하게 된 기쁨을 나누시며 뜨겁게 포옹하셨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말 공개한 기록영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주목받은 대목은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이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이 반만년 민족사의 특기할 격동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등반을 격동의 순간이라 칭하며 백두산을 통일과 화합의 장소로 소개했다.

["백두산이 오늘처럼 겨레의 가슴 가슴을 통일과 화합의 열기로 세차게 끓게 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두 정상 위주의 화면이 아닌 남북 수행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도 가감 없이 공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백두 산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남측 인사들과 격식 없이 담소를 나누시며 우의와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셨습니다."]

실제 우리 쪽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 수행원들의 말에 가볍게 농담조로 화답하거나,

[리선권/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 "천지 산천어가 이만합니다. 길이가 40cm 짜리도 있단 말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 "리선권 위원장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제안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국무위원장 :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 성원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

["내가 찍어 드리죠."]

백두산에 올라 보여준 북한 지도자의 이러한 친근한 행동은 TV를 본 북한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을 거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영희/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2002년 탈북 : "그냥 다 섞여서 격이 없어요 전혀. 다 섞여서 소통하고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사진 찍고 이런 모습이 분단 역사에 있어왔을까 거기서 하는 모든 행동이라던가 이것을 제가 뭐 사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줄까 이런 것도 각본에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TV로 일부 방영을 했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아마 놀랐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군조선의 천하 제일경 백두산 : "천만군민 모두가 마음속 깊이 안고 사는 백두산."]

언제 봐도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북한은 이런 백두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수시로 전하며 우리 민족의 영원한 근원이라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 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백두산이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 무대가 백두산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른바 ‘백두산 혁명 역사’를 김일성, 김정일의 유일 지배 체제의 정당화 수단으로 삼은 것인데,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학교 교과 과정에 넣어 교육할 만큼 주민들에게 깊이 각인시켜 왔다.

[박은미/2012년 탈북 : "일단은 백두산이라고 하면 김정일 원수님께서 태어나신 고향 집 그리고 거기에 있는 정말 장군봉이 서있는 산 이렇게 기억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께서는 1945년 2월 16일 백두산 고향집에서 탄생하시었습니다라는 혁명 역사가 있어요. 이런 거를 다 암기를 해야 되고 또 그 역사 과목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백두산이다라고 가르칠 때 김정일 태어난 곳 이런 걸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성스러운 조정의 산에 또 한분의 백두산 장군 김정은 원수님께서 오르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줄곧 자신을 백두혈통이라 강조하며 ‘백두의 칼바람정신’, ‘백두산 대국’등 선전구호에도 백두산을 적극 활용했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도 공개했다.

[북한 기록영화 ‘혁명적대경사의 해 2015’ : "눈보라치는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맛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맛을 알 수 있으며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게 됩니다."]

새로 만들어진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북한 가요다.

[북한 가요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집권과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항일 빨치산에서 출발하는 소위 백두혈통의 백두줄기의 출발점이 백두산이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권력의 정통성 김씨 일가의 권력의 집권의 정통성을 백두산에서 찾는 거죠. 물론 백두산과 김정은 위원장은 관계가 없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백두산이라고하는 북한 체제의 정통성과 정권의 정통성과 김정은 위원장을 중첩시키는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을 우상화 목적 외에 경제개발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지연 전역으로 달리는 뜨거운 마음들 : "세상에 둘도 없는 산간도시로 훌륭히 전변시키기 위한 전례 없는 창조대전이 벌이지고 있는 삼지연군!"]

백두산 등정의 초입인 양강도 삼지연군 북한은 이곳 삼지연을 타 지역의 모범이 될만한 문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건물의 개·보수는 물론 군 경기장과 공장 등도 새로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중국 허룽과 삼지연을 잇는 관광지를 조성하는 등 백두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북한이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두산 캠핑을 허용해 큰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인 등산가 로저 쉐퍼드씨와 일행이 5박 6일간 백두산 일대를 산행하며 야영을 즐긴 것이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뉴질랜드 사람으로서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한해 2백만이 찾는 중국쪽 백두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한적한 모습.

그만큼 자연 훼손도 덜 할뿐더러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쉐퍼드 씨의 말이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죠. 가장 높은 곳은 북한에 있는 장군봉입니다. 덜 개발됐고 더 아름답고, 더 자연적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캠핑 도중 북한 주민들과 어울리며 이들의 일상을 체험할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감자냄새가 좋네요. 여기 대홍단 감자입니까?) 아니, 대홍단 감자래. 삼지연(감자입니다)."]

["(미스터 한, 이거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몇시간 동안 했나 물어 봅니다."]

["이거? 시간 반. (시간 반? 한시간 반?) 응."]

북한산 감자를 함께 쪄 먹는가 하면 일대를 지나는 학생들과 대화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갔다.

["웰컴! (아 감사합니다. 잘가요.) 땡큐 베리마치! (오늘 백두산 같이 (갈까요?)) 바이."]

어쩌면 북한 가장 일반적인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백두산 캠핑.

쉐퍼드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백두산 관광 개발에 대한 가장 최근 소식을 전해주었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삼지연은 지금 개·보수중이에요. 대대적 개·보수 중입니다. 새 호텔, 새 시설, 새 전기설비, 새 수도시설, 새 공항, 역 등이요. 관광 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오픈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해요. 2020년에는 남한 사람들이 인천에서 삼지연으로 곧장 가서 백두산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7년 10.4 선언에서 남과 북은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과 서울 간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핵 협상이 진전돼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풀린다면 백두산 관광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희/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2002년 탈북 : 백두산 관광을 할려면 우리가 육로로 걸어갈 수 없잖아요. 철도나 도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서부터 직항로를 연결을 직항로를 개설을 하자 이거 10.4 선언의 합의된 내용이에요. 그다음에 철도라든가 도로라든가 이런 걸 통해 서 턱밑까지 중국처럼 백두산 올라가는 턱밑까지 갈 수 있는 그런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뭐 북한도 그걸 못하니까 지금 북한이 못하는 거지."]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으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등반을 백두산이 가진 민족적 상징으로만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남북 두 정상의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한 의지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백두산 남북 양 정상의 등반은 사실은 그 상징성을 넘어서서 새로운 남북관계 불가역적인 남북관계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요. 결국 과거와는 다른 남북 관계는 북한이 가져가겠다 거기에 대한 의지가 있다라는 의지 표명일 수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가서 새로운 역사라는 표현을 썼다는 얘기는 결국 김정은 위원장도 과거와는 다른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전향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백두대간의 뿌리이자 민족의 정기를 품은 백두산.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지금, 한반도 평화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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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남북 손잡은 백두산…‘평화·발전’ 상징 될까
    • 입력 2018-10-13 08:31:13
    • 수정2018-10-13 08:42:03
    남북의 창
[앵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장면 중 하나.

바로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인데요.

남북 정상이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고, 수행원들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등 분위기가 참 화기애애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우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백두산의 문을 활짝 열려는 움직임을 연이어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혁명의 성산으로 여겼던 백두산, 평화와 발전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9월 22일/조선중앙TV :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근 넉 달 만에 또 다시 상봉하게 된 기쁨을 나누시며 뜨겁게 포옹하셨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말 공개한 기록영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주목받은 대목은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이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이 반만년 민족사의 특기할 격동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등반을 격동의 순간이라 칭하며 백두산을 통일과 화합의 장소로 소개했다.

["백두산이 오늘처럼 겨레의 가슴 가슴을 통일과 화합의 열기로 세차게 끓게 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두 정상 위주의 화면이 아닌 남북 수행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도 가감 없이 공개 한 것이 눈길을 끈다.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백두 산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남측 인사들과 격식 없이 담소를 나누시며 우의와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셨습니다."]

실제 우리 쪽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 수행원들의 말에 가볍게 농담조로 화답하거나,

[리선권/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 "천지 산천어가 이만합니다. 길이가 40cm 짜리도 있단 말입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 "리선권 위원장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제안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국무위원장 :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 성원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

["내가 찍어 드리죠."]

백두산에 올라 보여준 북한 지도자의 이러한 친근한 행동은 TV를 본 북한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을 거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영희/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2002년 탈북 : "그냥 다 섞여서 격이 없어요 전혀. 다 섞여서 소통하고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사진 찍고 이런 모습이 분단 역사에 있어왔을까 거기서 하는 모든 행동이라던가 이것을 제가 뭐 사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줄까 이런 것도 각본에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TV로 일부 방영을 했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아마 놀랐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군조선의 천하 제일경 백두산 : "천만군민 모두가 마음속 깊이 안고 사는 백두산."]

언제 봐도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북한은 이런 백두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수시로 전하며 우리 민족의 영원한 근원이라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 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백두산이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 무대가 백두산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른바 ‘백두산 혁명 역사’를 김일성, 김정일의 유일 지배 체제의 정당화 수단으로 삼은 것인데,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학교 교과 과정에 넣어 교육할 만큼 주민들에게 깊이 각인시켜 왔다.

[박은미/2012년 탈북 : "일단은 백두산이라고 하면 김정일 원수님께서 태어나신 고향 집 그리고 거기에 있는 정말 장군봉이 서있는 산 이렇게 기억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께서는 1945년 2월 16일 백두산 고향집에서 탄생하시었습니다라는 혁명 역사가 있어요. 이런 거를 다 암기를 해야 되고 또 그 역사 과목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백두산이다라고 가르칠 때 김정일 태어난 곳 이런 걸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성스러운 조정의 산에 또 한분의 백두산 장군 김정은 원수님께서 오르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줄곧 자신을 백두혈통이라 강조하며 ‘백두의 칼바람정신’, ‘백두산 대국’등 선전구호에도 백두산을 적극 활용했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도 공개했다.

[북한 기록영화 ‘혁명적대경사의 해 2015’ : "눈보라치는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맛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맛을 알 수 있으며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게 됩니다."]

새로 만들어진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북한 가요다.

[북한 가요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집권과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항일 빨치산에서 출발하는 소위 백두혈통의 백두줄기의 출발점이 백두산이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권력의 정통성 김씨 일가의 권력의 집권의 정통성을 백두산에서 찾는 거죠. 물론 백두산과 김정은 위원장은 관계가 없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백두산이라고하는 북한 체제의 정통성과 정권의 정통성과 김정은 위원장을 중첩시키는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을 우상화 목적 외에 경제개발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지연 전역으로 달리는 뜨거운 마음들 : "세상에 둘도 없는 산간도시로 훌륭히 전변시키기 위한 전례 없는 창조대전이 벌이지고 있는 삼지연군!"]

백두산 등정의 초입인 양강도 삼지연군 북한은 이곳 삼지연을 타 지역의 모범이 될만한 문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건물의 개·보수는 물론 군 경기장과 공장 등도 새로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중국 허룽과 삼지연을 잇는 관광지를 조성하는 등 백두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북한이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두산 캠핑을 허용해 큰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인 등산가 로저 쉐퍼드씨와 일행이 5박 6일간 백두산 일대를 산행하며 야영을 즐긴 것이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뉴질랜드 사람으로서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한해 2백만이 찾는 중국쪽 백두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한적한 모습.

그만큼 자연 훼손도 덜 할뿐더러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쉐퍼드 씨의 말이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죠. 가장 높은 곳은 북한에 있는 장군봉입니다. 덜 개발됐고 더 아름답고, 더 자연적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캠핑 도중 북한 주민들과 어울리며 이들의 일상을 체험할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감자냄새가 좋네요. 여기 대홍단 감자입니까?) 아니, 대홍단 감자래. 삼지연(감자입니다)."]

["(미스터 한, 이거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몇시간 동안 했나 물어 봅니다."]

["이거? 시간 반. (시간 반? 한시간 반?) 응."]

북한산 감자를 함께 쪄 먹는가 하면 일대를 지나는 학생들과 대화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갔다.

["웰컴! (아 감사합니다. 잘가요.) 땡큐 베리마치! (오늘 백두산 같이 (갈까요?)) 바이."]

어쩌면 북한 가장 일반적인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백두산 캠핑.

쉐퍼드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백두산 관광 개발에 대한 가장 최근 소식을 전해주었다.

[로저 쉐퍼드/등반가 : "삼지연은 지금 개·보수중이에요. 대대적 개·보수 중입니다. 새 호텔, 새 시설, 새 전기설비, 새 수도시설, 새 공항, 역 등이요. 관광 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오픈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해요. 2020년에는 남한 사람들이 인천에서 삼지연으로 곧장 가서 백두산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7년 10.4 선언에서 남과 북은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과 서울 간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핵 협상이 진전돼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풀린다면 백두산 관광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희/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2002년 탈북 : 백두산 관광을 할려면 우리가 육로로 걸어갈 수 없잖아요. 철도나 도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서부터 직항로를 연결을 직항로를 개설을 하자 이거 10.4 선언의 합의된 내용이에요. 그다음에 철도라든가 도로라든가 이런 걸 통해 서 턱밑까지 중국처럼 백두산 올라가는 턱밑까지 갈 수 있는 그런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뭐 북한도 그걸 못하니까 지금 북한이 못하는 거지."]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으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등반을 백두산이 가진 민족적 상징으로만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남북 두 정상의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한 의지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백두산 남북 양 정상의 등반은 사실은 그 상징성을 넘어서서 새로운 남북관계 불가역적인 남북관계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요. 결국 과거와는 다른 남북 관계는 북한이 가져가겠다 거기에 대한 의지가 있다라는 의지 표명일 수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가서 새로운 역사라는 표현을 썼다는 얘기는 결국 김정은 위원장도 과거와는 다른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전향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백두대간의 뿌리이자 민족의 정기를 품은 백두산.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지금, 한반도 평화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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