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원정 출산’ 논란…캐나다 현지는?

입력 2018.10.20 (21:53) 수정 2018.10.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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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정 출산을 오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캐나다에선 요즘 원정 출산 논란이 뜨겁다고 합니다.

자식의 시민권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이민자 차별, 인종 차별'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달아오른 논란의 현장을,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캐나다 밴쿠버 공항이 위치한 리치몬드시.

거리 곳곳에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띕니다.

중국인들이 '풍수'가 좋다며 선호하는 지역인데, 원정출산도 많이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근의 한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중국어로 영상을 제작해 출산센터를 홍보하고 있는 곳입니다.

출산센터 직원은 외국인 출산은 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출산센터 관계자 : "1만 달러를 미리 내면 출산 후 실비정 산하고요. 외국인 산모가 보통 네~다섯명의은 있어요."]

또 다른 병원은 비거주자용 요금표까지 마련해놨습니다.

캐나다인이라면 출산비용이 무료지만 외국인인 경우 최소 8천 달러, 우리 돈으로 7백만 원을 미리 내야한다고 설명합니다.

병원 관계자

["비 거주자용 요금표도 있는데요. 8200달러에서 13000달러 정도 드는데 출산 한달 전에 미리 내야됩니다."]

지난해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10명 중 3명은 대부분 중국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는데 외국인 산모 출산율은 해마다 증가셉니다.

출산을 앞둔 한 중국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캐나다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아이를 낳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임신부 : "창사시, 후난성에서 왔어요."]

원정출산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정출산 여성 : "내 딸에게 미래에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싶어서요. 자라서 캐나다에 올 수도 있겠지요..."]

함께 온 남성은 원정출산 업체 직원였습니다.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여성과 숙소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원정출산 업체 직원 [녹취] 내 상급자에게 말하면 아기 돌봐주는 사람이나 숙소도 알아봐줄 거예요.

원정출산을 온 중국인 여성들은 산후조리원 성격의 숙박시설을 이용합니다.

공항에서 10분 이내, 주택가에 몰려 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또 다른 중국인 산모가 머무르는 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중국인 여성이 나옵니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여기에서 출산하고 몸조리하실분을 소개하고 싶은건가요?"]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방을 세 놓는다는 이 곳.

[(임산부들에게 임대하는 집인가요?) "3개월 이상 렌트해요."]

이 방들은 1개월에 900달러예요.

그런데 정식 허가는 받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워 합니다.

[숙박업소 운영자 :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거죠. 정부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아요"]

2016년 주 당국은 출산과 신생아 등록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불법 숙박시설 26곳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케리는 원정출산의 실태를 가까이서 지켜봐왔습니다.

[케리 스타척/리치몬드시 주민 : "나는 모든 걸 봤어요. 사람들이 도착하는 것, 손가방과 아기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태워 가는 것,어떤 때는 임신한 여성을 도와주는 여성들도 봤고요."]

캐나다 원정출산비용은 8천만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병원과 숙박업소, 비자와 시민권신청 등을 맡는 법률사무소까지 연계돼 하나의 산업이 형성된 셈입니다.

시민권법상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시민권을 주게 돼 있습니다.

때문에 원정출산이 위법은 아니지만 불만을 드러낸 건 지역주민들입니다.

쉽게 시민권을 얻어 무료 교육과 의료 , 사회복지시스템에 무임승차해 오히려 캐나다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합니다.

[케리 스타척/리치몬드 주민 : "(원정출산자들이)리치몬드 병원에 와서 병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지역 임산부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는 거예요..더 나은 학교, 병원, 도로를 만드는 데 그 사람은 기여한 바가 없어요..."]

원정출산 문제가 리치몬드지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원정출정출산을 둘러싼 논란은 캐나다에서 선거 때면 불거지는 주요한 이슈입니다.

토론토나 몬트리올 등지에서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여성들의 원정출산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내년 연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제 1야당인 보수당은 시민권법 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집권 여당 소속 조 페치솔리도 의원도 원정출산 남용을 막기 위한 청원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또다른 이민자 차별이라는 겁니다.

[이민전문 변호사 : "그 때부터 우린 이민자들을 환영했습니다. 시민권을 빨리 얻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건 이민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원정출산을 둘러싼 논란이 인종차별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리마 윌케스/UBC사회학 교수 : "원정출산에 대해 누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까요? 여기에 분개하는 데는 인종적인 요소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인종차별주의와 (경제적특권에 대한) 사회계층 문제가 혼합돼 있다고 봅니다."]

캐나다에서 원정출산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은 199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번번히 더 큰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반 이민 정서와 맞물려 원정출산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되면서 캐나다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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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원정 출산’ 논란…캐나다 현지는?
    • 입력 2018-10-20 22:20:45
    • 수정2018-10-20 22: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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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정 출산을 오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캐나다에선 요즘 원정 출산 논란이 뜨겁다고 합니다.

자식의 시민권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이민자 차별, 인종 차별'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달아오른 논란의 현장을,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캐나다 밴쿠버 공항이 위치한 리치몬드시.

거리 곳곳에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띕니다.

중국인들이 '풍수'가 좋다며 선호하는 지역인데, 원정출산도 많이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근의 한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중국어로 영상을 제작해 출산센터를 홍보하고 있는 곳입니다.

출산센터 직원은 외국인 출산은 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출산센터 관계자 : "1만 달러를 미리 내면 출산 후 실비정 산하고요. 외국인 산모가 보통 네~다섯명의은 있어요."]

또 다른 병원은 비거주자용 요금표까지 마련해놨습니다.

캐나다인이라면 출산비용이 무료지만 외국인인 경우 최소 8천 달러, 우리 돈으로 7백만 원을 미리 내야한다고 설명합니다.

병원 관계자

["비 거주자용 요금표도 있는데요. 8200달러에서 13000달러 정도 드는데 출산 한달 전에 미리 내야됩니다."]

지난해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10명 중 3명은 대부분 중국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는데 외국인 산모 출산율은 해마다 증가셉니다.

출산을 앞둔 한 중국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캐나다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아이를 낳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임신부 : "창사시, 후난성에서 왔어요."]

원정출산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정출산 여성 : "내 딸에게 미래에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싶어서요. 자라서 캐나다에 올 수도 있겠지요..."]

함께 온 남성은 원정출산 업체 직원였습니다.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여성과 숙소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원정출산 업체 직원 [녹취] 내 상급자에게 말하면 아기 돌봐주는 사람이나 숙소도 알아봐줄 거예요.

원정출산을 온 중국인 여성들은 산후조리원 성격의 숙박시설을 이용합니다.

공항에서 10분 이내, 주택가에 몰려 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또 다른 중국인 산모가 머무르는 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중국인 여성이 나옵니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여기에서 출산하고 몸조리하실분을 소개하고 싶은건가요?"]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방을 세 놓는다는 이 곳.

[(임산부들에게 임대하는 집인가요?) "3개월 이상 렌트해요."]

이 방들은 1개월에 900달러예요.

그런데 정식 허가는 받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워 합니다.

[숙박업소 운영자 :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거죠. 정부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아요"]

2016년 주 당국은 출산과 신생아 등록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불법 숙박시설 26곳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케리는 원정출산의 실태를 가까이서 지켜봐왔습니다.

[케리 스타척/리치몬드시 주민 : "나는 모든 걸 봤어요. 사람들이 도착하는 것, 손가방과 아기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태워 가는 것,어떤 때는 임신한 여성을 도와주는 여성들도 봤고요."]

캐나다 원정출산비용은 8천만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병원과 숙박업소, 비자와 시민권신청 등을 맡는 법률사무소까지 연계돼 하나의 산업이 형성된 셈입니다.

시민권법상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시민권을 주게 돼 있습니다.

때문에 원정출산이 위법은 아니지만 불만을 드러낸 건 지역주민들입니다.

쉽게 시민권을 얻어 무료 교육과 의료 , 사회복지시스템에 무임승차해 오히려 캐나다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합니다.

[케리 스타척/리치몬드 주민 : "(원정출산자들이)리치몬드 병원에 와서 병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지역 임산부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는 거예요..더 나은 학교, 병원, 도로를 만드는 데 그 사람은 기여한 바가 없어요..."]

원정출산 문제가 리치몬드지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원정출정출산을 둘러싼 논란은 캐나다에서 선거 때면 불거지는 주요한 이슈입니다.

토론토나 몬트리올 등지에서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여성들의 원정출산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내년 연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제 1야당인 보수당은 시민권법 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집권 여당 소속 조 페치솔리도 의원도 원정출산 남용을 막기 위한 청원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또다른 이민자 차별이라는 겁니다.

[이민전문 변호사 : "그 때부터 우린 이민자들을 환영했습니다. 시민권을 빨리 얻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건 이민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원정출산을 둘러싼 논란이 인종차별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리마 윌케스/UBC사회학 교수 : "원정출산에 대해 누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까요? 여기에 분개하는 데는 인종적인 요소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인종차별주의와 (경제적특권에 대한) 사회계층 문제가 혼합돼 있다고 봅니다."]

캐나다에서 원정출산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은 199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번번히 더 큰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반 이민 정서와 맞물려 원정출산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되면서 캐나다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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