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문 닫는 대학 총여학생회…‘존폐 기로’ 이유는?

입력 2018.12.03 (21:35) 수정 2018.12.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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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때 학생운동의 주축이자 사회참여 활동의 한 축이었던 총여학생회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겁니다.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높아졌지만 오히려 대학가에선 총여학생회가 사라져가는 역설적인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그 실태와 이유를 최유경, 강푸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놓고 열린 자유 토론.

[동국대 여학생 :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견제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동국대 남학생 : "남성에게 투표권을 안 주고 한다는 거는 저는 잘 이해가 안 되고..."]

동국대는 결국 지난달 말 76% 찬성으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해 올해 말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윤원정/동국대 마지막 총여학생회장 : "남학생들이 낸 학생회비를 쓴다, 그리고 학내에 성차별이 없다, 이런 지점에서 주로 총여학생회가 공격을 당했고."]

울산대도 지난 3월 30여 년만에 총여학생회를 없앴습니다.

대신 '같을 여'자를 쓰는 '여학국'을 만들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정해성/울산대 총학생회장 : "남성이랑 여성 비율이 같기 때문에 '총여학생회면 총남학생회는 왜 없냐' 이런 식으로 그런 얘기도 많이 나왔었죠."]

10년 넘게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었던 광운대는 지난 주말 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한설/광운대 총학생회장 : "총여학생회 선거 왜 안 나가냐 그렇게 물어봤었는데 왜 그걸 추가로 또 만드는지 모르겠다..."]

KBS가 전국 4년제 대학 현황을 조사한 결과, 79개였던 총여학생회가 2013년엔 55개로 줄었고, 5년이 지난 지금은 17개 대학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통 끝에 신임 회장을 선출한 연세대 총여학생회도 곧 존폐 기로에 서야할 지 모릅니다.

폐지 여부를 총투표로 정하자는 요청안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민선/연세대 신임 총여학생회장 : "(여성이) 더 이상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 하고 모두가 그걸 합의할 수 있는 날, 그런 날까지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좀 드리고 싶어요."]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리포트]

1980년대, 성균관대에선 남자는 교련, 여자는 무용이 필수과목이었습니다.

총여학생회가 나서 무용 수업 폐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성차별이란 이유였습니다.

[이주환/1988년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장 :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무용하고 연결시켜서... 고정관념에 따른 커리큘럼이었기 때문에."]

당시 여학생은 전체 대학생 수의 30% 정도, 총여학생회는 소수자로서 여성을 위한 활동에 앞장섰습니다.

["여학우들만의 특수한, 본인들이 느끼는 이해관계적인 것도 있고. 사회에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있고. 이런 거를 개선하는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2000년대 이후 여대생 수가 늘면서 현재는 전체 대학생의 44%가 여자입니다.

여학생 수가 늘면서 총여학생회는 힘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니 권익도 따로 챙길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서울 ○○대학교 학생 : "어차피 다 취업하기 팍팍한데 딱히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한 것 같다는 걸 체감하고 있지도 않고. 그런데 무슨 여성 인권이 낮고 여성이 소수자고 하는 이야기를 하느냐..."]

최근 심해진 '성 대결' 양상은 총여학생회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노서영/성균관대학교 학생 : "총여 잔존세력이 경영관 앞에 있다 쟤네 진압봉으로 때리고 구둣발로 짓이겨야 된다 이런 글이 올라왔었고요."]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점도 총여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은 큰 이윱니다.

[고준우/고려대학교 학생 : "그냥 학교에 왔다가 졸업장 따서 빨리 졸업이라고 하는 단계를 거쳐서 사회로 나가야 되는 아주 중간자적인 단계로밖에 의미부여가 되어 있지 않고..."]

연세대와 동국대 총여학생회 등은 총여학생회 해체에 반대하는 집회를 오는 9일 서울에서 엽니다.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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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줄이 문 닫는 대학 총여학생회…‘존폐 기로’ 이유는?
    • 입력 2018-12-03 21:40:46
    • 수정2018-12-03 21:44:39
    뉴스 9
[앵커]

요즘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때 학생운동의 주축이자 사회참여 활동의 한 축이었던 총여학생회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겁니다.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높아졌지만 오히려 대학가에선 총여학생회가 사라져가는 역설적인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그 실태와 이유를 최유경, 강푸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놓고 열린 자유 토론.

[동국대 여학생 :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견제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동국대 남학생 : "남성에게 투표권을 안 주고 한다는 거는 저는 잘 이해가 안 되고..."]

동국대는 결국 지난달 말 76% 찬성으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해 올해 말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윤원정/동국대 마지막 총여학생회장 : "남학생들이 낸 학생회비를 쓴다, 그리고 학내에 성차별이 없다, 이런 지점에서 주로 총여학생회가 공격을 당했고."]

울산대도 지난 3월 30여 년만에 총여학생회를 없앴습니다.

대신 '같을 여'자를 쓰는 '여학국'을 만들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정해성/울산대 총학생회장 : "남성이랑 여성 비율이 같기 때문에 '총여학생회면 총남학생회는 왜 없냐' 이런 식으로 그런 얘기도 많이 나왔었죠."]

10년 넘게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었던 광운대는 지난 주말 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한설/광운대 총학생회장 : "총여학생회 선거 왜 안 나가냐 그렇게 물어봤었는데 왜 그걸 추가로 또 만드는지 모르겠다..."]

KBS가 전국 4년제 대학 현황을 조사한 결과, 79개였던 총여학생회가 2013년엔 55개로 줄었고, 5년이 지난 지금은 17개 대학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통 끝에 신임 회장을 선출한 연세대 총여학생회도 곧 존폐 기로에 서야할 지 모릅니다.

폐지 여부를 총투표로 정하자는 요청안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민선/연세대 신임 총여학생회장 : "(여성이) 더 이상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 하고 모두가 그걸 합의할 수 있는 날, 그런 날까지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좀 드리고 싶어요."]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리포트]

1980년대, 성균관대에선 남자는 교련, 여자는 무용이 필수과목이었습니다.

총여학생회가 나서 무용 수업 폐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성차별이란 이유였습니다.

[이주환/1988년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장 :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무용하고 연결시켜서... 고정관념에 따른 커리큘럼이었기 때문에."]

당시 여학생은 전체 대학생 수의 30% 정도, 총여학생회는 소수자로서 여성을 위한 활동에 앞장섰습니다.

["여학우들만의 특수한, 본인들이 느끼는 이해관계적인 것도 있고. 사회에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있고. 이런 거를 개선하는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2000년대 이후 여대생 수가 늘면서 현재는 전체 대학생의 44%가 여자입니다.

여학생 수가 늘면서 총여학생회는 힘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니 권익도 따로 챙길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서울 ○○대학교 학생 : "어차피 다 취업하기 팍팍한데 딱히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한 것 같다는 걸 체감하고 있지도 않고. 그런데 무슨 여성 인권이 낮고 여성이 소수자고 하는 이야기를 하느냐..."]

최근 심해진 '성 대결' 양상은 총여학생회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노서영/성균관대학교 학생 : "총여 잔존세력이 경영관 앞에 있다 쟤네 진압봉으로 때리고 구둣발로 짓이겨야 된다 이런 글이 올라왔었고요."]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점도 총여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은 큰 이윱니다.

[고준우/고려대학교 학생 : "그냥 학교에 왔다가 졸업장 따서 빨리 졸업이라고 하는 단계를 거쳐서 사회로 나가야 되는 아주 중간자적인 단계로밖에 의미부여가 되어 있지 않고..."]

연세대와 동국대 총여학생회 등은 총여학생회 해체에 반대하는 집회를 오는 9일 서울에서 엽니다.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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