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이사회…재벌 총수 견제 대신 거수기 전락

입력 2018.12.06 (21:34) 수정 2018.12.0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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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회사마다 이사회라는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회 구성원들 상당수가 재벌 총수 일가가 심어놓은 사람들이라서 사실상 거수기 노릇만 할 뿐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이사회 운영실태를 최서희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하이트진로는 석 달여 전부터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거래 업체와의 사이에 총수 2세가 만든 회사를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긴 혐의가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정작 이런 잘못을 내부 통제해야 하는 이사회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2012년 당시 이사회 의사록입니다.

560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 안건에 있는 정보라곤 수량과 금액뿐이지만, 참석 이사들은 전원 찬성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1년 동안 이사회 안건 약 6천 건 가운데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경우가 99%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된 안건 810건도 부결된 것 하나 없었고, 이 가운데 수의계약을 사유도 기재 안한 안건이 82%나 됐습니다.

대기업들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이사회 안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두는 경우도 늘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 총수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도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실질적으로 자기가 뽑은 이사를 통해서 이사회와 경영을 장악하는 그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나 위치에 있는 회사에는 등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죠."]

또, 전자투표제 같은 소수주주권 보호장치를 도입한 대기업 비율은 전체 상장회사의 평균에도 못미쳐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장치 마련도 미흡하단 지적입니다.

KBS 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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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6 21:36:49
    • 수정2018-12-06 21: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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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회사마다 이사회라는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회 구성원들 상당수가 재벌 총수 일가가 심어놓은 사람들이라서 사실상 거수기 노릇만 할 뿐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이사회 운영실태를 최서희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하이트진로는 석 달여 전부터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거래 업체와의 사이에 총수 2세가 만든 회사를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긴 혐의가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정작 이런 잘못을 내부 통제해야 하는 이사회는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2012년 당시 이사회 의사록입니다.

560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 안건에 있는 정보라곤 수량과 금액뿐이지만, 참석 이사들은 전원 찬성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1년 동안 이사회 안건 약 6천 건 가운데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경우가 99%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된 안건 810건도 부결된 것 하나 없었고, 이 가운데 수의계약을 사유도 기재 안한 안건이 82%나 됐습니다.

대기업들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이사회 안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두는 경우도 늘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 총수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도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실질적으로 자기가 뽑은 이사를 통해서 이사회와 경영을 장악하는 그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나 위치에 있는 회사에는 등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죠."]

또, 전자투표제 같은 소수주주권 보호장치를 도입한 대기업 비율은 전체 상장회사의 평균에도 못미쳐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장치 마련도 미흡하단 지적입니다.

KBS 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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