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다른 비정규직과 금수저…‘부의 대물림’ 고착화

입력 2019.01.01 (21:24) 수정 2019.01.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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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절망감은 지금 보신 분들, 일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절대 다수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75%, 4명 가운데 3명이 우리 사회에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 3%에 불과합니다.

극복도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46%, 그러니까 절반 가량이 본인이나 자녀가 경제적 상위계층으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부의 불평등은 왜 생기는거 같냐고 물었더니, 편법 대물림과 임금 격차를 꼽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보는건데요.

이런 생각이 맞는지, 현실은 어떤지 그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김의용, 옥유정 두 기자가 차례로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이경희 씨.

차량 부품을 조립 설비에 대는 일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이씨를 포함한 45명의 비정규직 손을 들어줬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매달 휴일근무까지 하며 1년간 버는 돈은 2천2,3백만 원 선.

한국GM 정규직들의 평균 임금 8천6백만 원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이경희/한국GM 비정규직 : "정규직의 한 30% 정도 선에서 받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고. 아니 오히려 더 힘들고 어렵고 까다롭고 지저분하고 하는 일들을 더 힘들게 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한달 평균 임금은 160만 원 정도, 반면 정규직은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격차도 더 벌어졌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3백 명 이상 고용한 사업체와 그 이하 사업체의 임금 격차는 2014년엔 1.7배까지 커졌습니다.

[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근무 시간 대비해서 버는 돈의 차이가 확실히 나기 때문에 대기업쪽으로 더 가고 싶다, 이런 걸 느끼는거 같아요."]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대기업 수는 고작 0.3%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이 내는 전체 이익 중 60% 넘게는 이 대기업이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들도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기업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인건비와 생산비용 부담 등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계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중소기업들이 물품대금, 대금 이런 것들을 좀 낮게 받는 그런 관행들이 근로자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에도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 형성의 출발점인 임금에서부터 좀체 좁히기 힘든 양극화가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상위 10%에 몰린 부…부는 정당한가?

[리포트]

50대 주부 김 모 씨는 4년 전, 70억 원대 아파트와 상가를 샀습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 씨가 자금을 마련한 건, 아버지가 들어준 연금보험 수익금에다 쪼개기식 현금 증여 때문.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습니다.

금융사들은 '절세'란 명목으로 이른바 VIP 고객들의 세금 깎아주기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한 증권사는 자산 1조 원 규모의 비상장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오너의 증여 작업을 설계했습니다.

부인과 3명의 자녀에게 기업 지분 40%를 증여했는데, 이때 지분 평가액을 낮춰 세금을 줄였습니다.

이후 지분 가치는 4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를 동원해 그룹 지분을 늘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의 축소판인 셈입니다.

[증권사 PB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 세금만 잔뜩 내니까 먼저 증여한다, 이런 것이 가장 흔한 것 같고요. 되게 흔하죠, 돈 있는 사람들은. (금융자산) 30억, 50억은 기본이 되는 거 같아요, 적어도."]

2017년에 상속ㆍ증여된 재산은 90조 원.

특히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증여의 비중이 1년 새 급격히 늘었습니다.

[은행 PB 관계자/음성변조 : "탈세라는 것과 절세라는 것 사이에 조세회피라는 게 있습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에요.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을수록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들을 받을 기회가 많아서 부가 불평등하게 움직여지는..."]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 상위 10%가 전체 90%를 독식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이 돈을 낳는, '불로소득'입니다.

[김낙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로소득의 집중도보다 비근로소득의 집중도가 좀 더 빨리 악화돼서 그것이 소득 불평등을 가져온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할 수 있고요."]

편법 증여가 난무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불공정 행위를 엄벌하고 부유층 세금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해선 매우 찬성한다가 32%, 찬성한다가 30%였습니다.

찬성자들의 41%는 '30억 원 이상'에 대해, 35%는 '10억 원 이상'에 대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입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앵커]

앞서 말씀드린대로 부의 불평등은 물질적 격차에 그치지 않고 우울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 사이에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행복감, 행복추구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KBS는 앞으로 이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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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발선’ 다른 비정규직과 금수저…‘부의 대물림’ 고착화
    • 입력 2019-01-01 21:29:55
    • 수정2019-01-01 22:20:13
    뉴스 9
[앵커]

이런 절망감은 지금 보신 분들, 일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절대 다수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75%, 4명 가운데 3명이 우리 사회에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 3%에 불과합니다.

극복도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46%, 그러니까 절반 가량이 본인이나 자녀가 경제적 상위계층으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부의 불평등은 왜 생기는거 같냐고 물었더니, 편법 대물림과 임금 격차를 꼽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보는건데요.

이런 생각이 맞는지, 현실은 어떤지 그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김의용, 옥유정 두 기자가 차례로 설명해드립니다.

[리포트]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이경희 씨.

차량 부품을 조립 설비에 대는 일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이씨를 포함한 45명의 비정규직 손을 들어줬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매달 휴일근무까지 하며 1년간 버는 돈은 2천2,3백만 원 선.

한국GM 정규직들의 평균 임금 8천6백만 원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이경희/한국GM 비정규직 : "정규직의 한 30% 정도 선에서 받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고. 아니 오히려 더 힘들고 어렵고 까다롭고 지저분하고 하는 일들을 더 힘들게 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한달 평균 임금은 160만 원 정도, 반면 정규직은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격차도 더 벌어졌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3백 명 이상 고용한 사업체와 그 이하 사업체의 임금 격차는 2014년엔 1.7배까지 커졌습니다.

[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근무 시간 대비해서 버는 돈의 차이가 확실히 나기 때문에 대기업쪽으로 더 가고 싶다, 이런 걸 느끼는거 같아요."]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대기업 수는 고작 0.3%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이 내는 전체 이익 중 60% 넘게는 이 대기업이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잘 벌면 중소기업들도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기업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인건비와 생산비용 부담 등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계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중소기업들이 물품대금, 대금 이런 것들을 좀 낮게 받는 그런 관행들이 근로자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에도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 형성의 출발점인 임금에서부터 좀체 좁히기 힘든 양극화가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

상위 10%에 몰린 부…부는 정당한가?

[리포트]

50대 주부 김 모 씨는 4년 전, 70억 원대 아파트와 상가를 샀습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 씨가 자금을 마련한 건, 아버지가 들어준 연금보험 수익금에다 쪼개기식 현금 증여 때문.

결국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습니다.

금융사들은 '절세'란 명목으로 이른바 VIP 고객들의 세금 깎아주기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한 증권사는 자산 1조 원 규모의 비상장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오너의 증여 작업을 설계했습니다.

부인과 3명의 자녀에게 기업 지분 40%를 증여했는데, 이때 지분 평가액을 낮춰 세금을 줄였습니다.

이후 지분 가치는 4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를 동원해 그룹 지분을 늘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의 축소판인 셈입니다.

[증권사 PB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 세금만 잔뜩 내니까 먼저 증여한다, 이런 것이 가장 흔한 것 같고요. 되게 흔하죠, 돈 있는 사람들은. (금융자산) 30억, 50억은 기본이 되는 거 같아요, 적어도."]

2017년에 상속ㆍ증여된 재산은 90조 원.

특히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증여의 비중이 1년 새 급격히 늘었습니다.

[은행 PB 관계자/음성변조 : "탈세라는 것과 절세라는 것 사이에 조세회피라는 게 있습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에요.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을수록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들을 받을 기회가 많아서 부가 불평등하게 움직여지는..."]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 상위 10%가 전체 90%를 독식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의 절반도 상위 10%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이 돈을 낳는, '불로소득'입니다.

[김낙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로소득의 집중도보다 비근로소득의 집중도가 좀 더 빨리 악화돼서 그것이 소득 불평등을 가져온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할 수 있고요."]

편법 증여가 난무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불공정 행위를 엄벌하고 부유층 세금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해선 매우 찬성한다가 32%, 찬성한다가 30%였습니다.

찬성자들의 41%는 '30억 원 이상'에 대해, 35%는 '10억 원 이상'에 대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과 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천 명을 전화 면접해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입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앵커]

앞서 말씀드린대로 부의 불평등은 물질적 격차에 그치지 않고 우울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 사이에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행복감, 행복추구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KBS는 앞으로 이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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