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한국 스포츠…‘금메달보다 인권’ 시스템 개혁?

입력 2019.01.25 (21:05) 수정 2019.01.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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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발표대로라면 그야말로 스포츠 대개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의미가 크지만 과제도 적지 않겠죠.

스포츠취재부 정재용 부장 나와있습니다.

이번 대책 보면, 체육계를 더이상 이대로 두고볼 수 없다, 하는 문제의식이 느껴집니다.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챙기겠다, 그렇게 시스템을 바꾸겠다 하는게 핵심이죠?

[기자]

네 안타깝지만 그동안 금메달이 모든 가치에 우선해 왔던 게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입니다.

심지어 인권보다도 금메달의 가치를 앞에 두었던 게 사실입니다. 바로 그게 금메달 지상주의고요.

금메달과 인권이라는 이 두 가지가 사실 충돌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이 두 가치 앞으로는 모두 존중하는 시스템으로 바꿔가겠다 이런 선언을 오늘 한 건데요.

성과에만 집중하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가치와 과정도 중시하겠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진천 선수촌에 있는 구호처럼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선진국으로 가겠다는 국가의 공식적인 선언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결국 학교 체육이 시작이고 거기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건데, 이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거 아닙니까?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현재 엘리트 스포츠의 모든 문제점은 왜곡된 학교체육 시스템에서 시작돼서 50여년 동안 곪아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체 한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운동선수들은 운동기계로, 전체 99%의 일반 학생들은 스포츠에서 사실 소외되어 공부기계로 길러졌던 거죠. 학교 체육 시스템에서 대한민국 학생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부는 구체적으로 가칭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앞으로 1년동안 이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구체적 대안을 만들고 특히 선수 육성 방식부터 생활체육과의 통합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1년 뒤에 그 대안을 실행하겠다 이런 구체적 대안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가장 많이 지적된 게 체육계 문제를 체육계 내부에 맡기니까 개혁이 제대로 안되더라,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번엔 좀 어떨까요?

[기자]

정확한 지적이고요. 지금까진 사실상 스포츠개혁은 셀프 개혁이었다는 점에서 실패를 거듭해온 겁니다.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개혁의 대상인 대한체육회가 구성하고 운영을 해왔단 말이죠.

그러다보니까 실패가 반복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이번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적 구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거 같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여기서 좌우될 거 같은데요.

현재 정부에서는 차관급 인사 5명과 외부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달 안 까지 만들겠다고 했으니까요.

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구성 면모를 보면 이번 구성이 성공할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할지 어느 정도 방향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번에도 이게 선언에 그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특히 좀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거론되는 게 있습니까?

[기자]

바로 그 지점이 이번 대책에서도 가장 부족합니다.

말로만 근본적 대책이라 하고 뭔가 구체적인 게 보이지 않는단 말이죠.

지난 10여년 전에도 대한민국의 스포츠계에 똑같은 성폭력 파동이 있었고요.

그 이후에 수많은 대책이 나왔어요.

근데 지금까지 사실상 정부는 그 대책을 쳐다보지 않고 방치했던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처음부터 시스템을 다시 만들겠다는 건 굉장히 무리한 생각이고요.

그 동안 이미 학교체육진흥법이 만들어져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만들어졌고요.

초, 중, 고 학교 체육 진흥회와 대학스포츠협의회를 통해서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선진국형 학교 체육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이미 있으니까 이 기존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가 지원해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당장 눈에 보이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금 체육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수만 명이 있고, 그 가족들도 있고, 대입도 시작될 텐데 이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그래서 과속은 절대 금물입니다.

지금 초, 중, 고, 대한민국의 학생이 약 6백만 명이 되는데, 이 중에 학생 운동 선수만 약 6만여 명이 됩니다.

그 가족들은 또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대다수의 선의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이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들면 안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대책 중에도 특히 고등학교까지 당장 합숙을 폐지하겠다 이런 안은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팀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부산에 있는 학생이 예를 들어서 서울에 와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합숙소를 폐지해 버리면 갈 데가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우리가 이 변화의 시기 동안 일정 부분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라는 점을 명심해야 되고요.

특히 중요한 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한다고 해도 적어도 향후 10년 간은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더라, 라는 이런 선진국형 뉴스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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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대 오른 한국 스포츠…‘금메달보다 인권’ 시스템 개혁?
    • 입력 2019-01-25 21:09:52
    • 수정2019-01-25 22: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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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발표대로라면 그야말로 스포츠 대개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의미가 크지만 과제도 적지 않겠죠.

스포츠취재부 정재용 부장 나와있습니다.

이번 대책 보면, 체육계를 더이상 이대로 두고볼 수 없다, 하는 문제의식이 느껴집니다.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챙기겠다, 그렇게 시스템을 바꾸겠다 하는게 핵심이죠?

[기자]

네 안타깝지만 그동안 금메달이 모든 가치에 우선해 왔던 게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입니다.

심지어 인권보다도 금메달의 가치를 앞에 두었던 게 사실입니다. 바로 그게 금메달 지상주의고요.

금메달과 인권이라는 이 두 가지가 사실 충돌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이 두 가치 앞으로는 모두 존중하는 시스템으로 바꿔가겠다 이런 선언을 오늘 한 건데요.

성과에만 집중하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가치와 과정도 중시하겠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진천 선수촌에 있는 구호처럼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선진국으로 가겠다는 국가의 공식적인 선언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결국 학교 체육이 시작이고 거기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건데, 이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거 아닙니까?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현재 엘리트 스포츠의 모든 문제점은 왜곡된 학교체육 시스템에서 시작돼서 50여년 동안 곪아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체 한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운동선수들은 운동기계로, 전체 99%의 일반 학생들은 스포츠에서 사실 소외되어 공부기계로 길러졌던 거죠. 학교 체육 시스템에서 대한민국 학생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부는 구체적으로 가칭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앞으로 1년동안 이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구체적 대안을 만들고 특히 선수 육성 방식부터 생활체육과의 통합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1년 뒤에 그 대안을 실행하겠다 이런 구체적 대안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가장 많이 지적된 게 체육계 문제를 체육계 내부에 맡기니까 개혁이 제대로 안되더라,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번엔 좀 어떨까요?

[기자]

정확한 지적이고요. 지금까진 사실상 스포츠개혁은 셀프 개혁이었다는 점에서 실패를 거듭해온 겁니다.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개혁의 대상인 대한체육회가 구성하고 운영을 해왔단 말이죠.

그러다보니까 실패가 반복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이번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적 구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거 같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여기서 좌우될 거 같은데요.

현재 정부에서는 차관급 인사 5명과 외부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달 안 까지 만들겠다고 했으니까요.

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구성 면모를 보면 이번 구성이 성공할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할지 어느 정도 방향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번에도 이게 선언에 그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특히 좀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거론되는 게 있습니까?

[기자]

바로 그 지점이 이번 대책에서도 가장 부족합니다.

말로만 근본적 대책이라 하고 뭔가 구체적인 게 보이지 않는단 말이죠.

지난 10여년 전에도 대한민국의 스포츠계에 똑같은 성폭력 파동이 있었고요.

그 이후에 수많은 대책이 나왔어요.

근데 지금까지 사실상 정부는 그 대책을 쳐다보지 않고 방치했던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처음부터 시스템을 다시 만들겠다는 건 굉장히 무리한 생각이고요.

그 동안 이미 학교체육진흥법이 만들어져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만들어졌고요.

초, 중, 고 학교 체육 진흥회와 대학스포츠협의회를 통해서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선진국형 학교 체육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이미 있으니까 이 기존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가 지원해가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당장 눈에 보이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금 체육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수만 명이 있고, 그 가족들도 있고, 대입도 시작될 텐데 이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그래서 과속은 절대 금물입니다.

지금 초, 중, 고, 대한민국의 학생이 약 6백만 명이 되는데, 이 중에 학생 운동 선수만 약 6만여 명이 됩니다.

그 가족들은 또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대다수의 선의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이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들면 안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대책 중에도 특히 고등학교까지 당장 합숙을 폐지하겠다 이런 안은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팀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부산에 있는 학생이 예를 들어서 서울에 와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합숙소를 폐지해 버리면 갈 데가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우리가 이 변화의 시기 동안 일정 부분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라는 점을 명심해야 되고요.

특히 중요한 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한다고 해도 적어도 향후 10년 간은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더라, 라는 이런 선진국형 뉴스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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