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청산가리’…죽음 택한 세공 노동자

입력 2019.03.04 (08:35) 수정 2019.03.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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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이나 보석을 가공하는 세공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 지난해 KBS 보도를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업계가 관행과 비용 부담을 핑계삼아 작업 환경 개선을 미루는 사이, 노동자 한 명이 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

골목 곳곳의 공장에서 금과 보석 가공 작업이 한창입니다.

작업자 얼굴 앞에선 황산이 끓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청산가리를 바가지에 붓습니다.

[세공 노동자/음성변조 : "형, 이거(환풍기) 잘 안 빨려요? 냄새가 너무 심한데."]

금속의 광택을 내는 이른바 '뻥' 작업인데, 0.2그램만 먹어도 사망할 수 있는 독극물 청산가리도 원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올 초, 생활고를 겪던 세공사가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은 겁니다.

[A 씨/사망한 세공사 동료/음성변조 : "바로 옆에 청산가리 그런 독극물 있으니까 갖고 가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 충분히 들잖아요."]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B 씨/2015년 사망한 세공사 동료/음성변조 :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져갈 수 있어요. 관리가 뭐 철저히 되는 게 아니라서..."]

지난해 11월 노동청은 종로의 세공업체 중 7곳을 임의로 뽑아 작업 환경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100% 적발, 7개 업체 모두 작업 환경 내 위험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았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위험물질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건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입니다.

[김정봉/금속노조 종로주얼리분회장 : "관행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내가 재수 없어서 걸리는거야' 같은 안일한 생각이 아직도 팽배해 있는 거죠."]

비용 부담과 관행을 핑계로 방치된 작업 환경에서 세공사들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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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청산가리’…죽음 택한 세공 노동자
    • 입력 2019-03-04 08:38:12
    • 수정2019-03-04 08: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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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이나 보석을 가공하는 세공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 지난해 KBS 보도를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업계가 관행과 비용 부담을 핑계삼아 작업 환경 개선을 미루는 사이, 노동자 한 명이 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

골목 곳곳의 공장에서 금과 보석 가공 작업이 한창입니다.

작업자 얼굴 앞에선 황산이 끓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청산가리를 바가지에 붓습니다.

[세공 노동자/음성변조 : "형, 이거(환풍기) 잘 안 빨려요? 냄새가 너무 심한데."]

금속의 광택을 내는 이른바 '뻥' 작업인데, 0.2그램만 먹어도 사망할 수 있는 독극물 청산가리도 원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올 초, 생활고를 겪던 세공사가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은 겁니다.

[A 씨/사망한 세공사 동료/음성변조 : "바로 옆에 청산가리 그런 독극물 있으니까 갖고 가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 충분히 들잖아요."]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B 씨/2015년 사망한 세공사 동료/음성변조 :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져갈 수 있어요. 관리가 뭐 철저히 되는 게 아니라서..."]

지난해 11월 노동청은 종로의 세공업체 중 7곳을 임의로 뽑아 작업 환경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100% 적발, 7개 업체 모두 작업 환경 내 위험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라는 시정 지시를 받았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위험물질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건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입니다.

[김정봉/금속노조 종로주얼리분회장 : "관행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내가 재수 없어서 걸리는거야' 같은 안일한 생각이 아직도 팽배해 있는 거죠."]

비용 부담과 관행을 핑계로 방치된 작업 환경에서 세공사들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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