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심화되는 소비 양극화…실태와 원인은?

입력 2019.03.05 (18:06) 수정 2019.03.06 (08: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는데 경기는 안 좋다는 얘기만 나옵니다.

초저가, 떨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 현장과 지표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호황을 맞은 곳도 있는데요.

백화점에서는 고가품 매출이 크게 늘고, 지난해 수입차도 26만 대 넘게 팔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의 불평등'으로 소비까지 양극화되는 시대,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다들 불황이라는데 백화점은 오히려 장사가 잘된다면서요?

[기자]

네, 주요 백화점의 지난해 실적이 많이 개선됐는데요.

면세사업을 시작하면서 손실을 본 현대백화점을 제외하면 신세계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2% 늘었고 롯데백화점도 7.4% 상승했습니다.

이런 실적 상승은 해외 고가품이 잘 팔린 덕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보시는 것은 지난해 주요 백화점의 해외 고가품 매출 변화입니다.

2017년에 비해 18%, 많게는 20%까지 늘어났는데요.

고가품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서, 신세계백화점은 4분의 1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취재하면서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해외 유명브랜드 매장을 가봤는데요.

700만 원짜리 가방을 사려면 넉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장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매장 직원/음성변조 : "726만 원이요. 바로 구매하실 수 있는 제품은 없고요. 다 예약으로 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 4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앵커]

돈이 있어도 넉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죠?

백화점만 놓고 보면 지금 경기가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

근데 한쪽에선 싼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죠?

[기자]

고가품의 소비가 느는 만큼, 극단적으로 싼 물건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라면이나 과자를 반값 이하로 싸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고요.

경기도 변두리에는 온라인몰에서 반품된 상품을 모아서 싸게 파는 이른바 반품 매장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재를 살 때 제품의 질보다는 가격을 먼저 따지는 건데요.

이렇게 '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고 최저가를 찾아가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던 대형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2.3%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먹거리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움직임이 보이는데요.

음식점 매출 수준을 나타내는 음식점업 생산지수가 지난해 93.7로 집계돼 글로벌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아졌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삼각김밥 같은 즉석식품은 지난해 12.4% 성장했습니다.

[앵커]

근데 고가품 매출이 늘어나는 건 경기가 회복할 수도 있다는 징조 아닌가요.

지표상으로는 소비가 늘고 있고,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를 이끌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품 위주의 소비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한국경제학회에서 주목할만한 발표가 있었는데요.

국내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입소비재를 제외할 경우 증가 폭이 미미하다는 겁니다.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국내 소비로 이어지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고소득층이 해외 고가품을 사고, 수입차를 사는 것은 내수에 주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소비행태 뿐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지표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는 거죠.

이 때문에 겉으로는 가계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바로 국내 경제가 좋아질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고소득층을 돈을 잘 쓰는데 저소득층은 지갑을 닫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자]

쓸 돈, 즉 소득의 격차가 커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최하위인 1분위의 가처분소득은 98만 8천200원으로 전년보다 19.5%나 줄었습니다.

반대로 최상위인 5분위는 726만 500원으로 8.6% 늘었고요, 그다음인 4분위도 3.3% 늘었습니다.

물론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유통 경로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소득과 상관없이 전반적 소비행태가 변한 탓도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이 16% 가까이 성장했고요. 오프라인은 1.9% 느는 데 그쳤습니다.

밥은 싸게 먹으면서도 옷이나 신발은 유명 브랜드를 사는 젊은 층의 성향이 반영됐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은 국면에서 이렇게 소비가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것은 소득 양극화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면서 소득이 매우 악화됐고 전반적인 소비 역시 필수품에 제한된 형태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가적인 일자리를 통해 (저소득층이) 소득 자체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나요?

양극화를 극복할 대책은 뭔가요?

[기자]

지난해 4분기 소득 최하위인 1분위 가구 평균취업자는 0.64명으로 2017년보다 20% 넘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임시·일용직이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곳에서 고용이 부진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일각에서는 모두 최저임금 탓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 이렇게 단정할 순 없고요.

소득수준이 낮은 고령자의 증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저소득층 고령자 등을 위한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네, 석민수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포인트 경제] 심화되는 소비 양극화…실태와 원인은?
    • 입력 2019-03-05 18:09:16
    • 수정2019-03-06 08:18:32
    통합뉴스룸ET
[앵커]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는데 경기는 안 좋다는 얘기만 나옵니다.

초저가, 떨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 현장과 지표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호황을 맞은 곳도 있는데요.

백화점에서는 고가품 매출이 크게 늘고, 지난해 수입차도 26만 대 넘게 팔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의 불평등'으로 소비까지 양극화되는 시대, 경제부 석민수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다들 불황이라는데 백화점은 오히려 장사가 잘된다면서요?

[기자]

네, 주요 백화점의 지난해 실적이 많이 개선됐는데요.

면세사업을 시작하면서 손실을 본 현대백화점을 제외하면 신세계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2% 늘었고 롯데백화점도 7.4% 상승했습니다.

이런 실적 상승은 해외 고가품이 잘 팔린 덕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보시는 것은 지난해 주요 백화점의 해외 고가품 매출 변화입니다.

2017년에 비해 18%, 많게는 20%까지 늘어났는데요.

고가품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서, 신세계백화점은 4분의 1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취재하면서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해외 유명브랜드 매장을 가봤는데요.

700만 원짜리 가방을 사려면 넉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장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매장 직원/음성변조 : "726만 원이요. 바로 구매하실 수 있는 제품은 없고요. 다 예약으로 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 4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앵커]

돈이 있어도 넉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죠?

백화점만 놓고 보면 지금 경기가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

근데 한쪽에선 싼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죠?

[기자]

고가품의 소비가 느는 만큼, 극단적으로 싼 물건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라면이나 과자를 반값 이하로 싸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고요.

경기도 변두리에는 온라인몰에서 반품된 상품을 모아서 싸게 파는 이른바 반품 매장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재를 살 때 제품의 질보다는 가격을 먼저 따지는 건데요.

이렇게 '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고 최저가를 찾아가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던 대형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2.3%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먹거리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움직임이 보이는데요.

음식점 매출 수준을 나타내는 음식점업 생산지수가 지난해 93.7로 집계돼 글로벌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아졌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삼각김밥 같은 즉석식품은 지난해 12.4% 성장했습니다.

[앵커]

근데 고가품 매출이 늘어나는 건 경기가 회복할 수도 있다는 징조 아닌가요.

지표상으로는 소비가 늘고 있고,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를 이끌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품 위주의 소비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한국경제학회에서 주목할만한 발표가 있었는데요.

국내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입소비재를 제외할 경우 증가 폭이 미미하다는 겁니다.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국내 소비로 이어지는 게 핵심이죠.

그런데 고소득층이 해외 고가품을 사고, 수입차를 사는 것은 내수에 주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소비행태 뿐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지표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는 거죠.

이 때문에 겉으로는 가계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바로 국내 경제가 좋아질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고소득층을 돈을 잘 쓰는데 저소득층은 지갑을 닫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자]

쓸 돈, 즉 소득의 격차가 커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최하위인 1분위의 가처분소득은 98만 8천200원으로 전년보다 19.5%나 줄었습니다.

반대로 최상위인 5분위는 726만 500원으로 8.6% 늘었고요, 그다음인 4분위도 3.3% 늘었습니다.

물론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유통 경로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소득과 상관없이 전반적 소비행태가 변한 탓도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이 16% 가까이 성장했고요. 오프라인은 1.9% 느는 데 그쳤습니다.

밥은 싸게 먹으면서도 옷이나 신발은 유명 브랜드를 사는 젊은 층의 성향이 반영됐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은 국면에서 이렇게 소비가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것은 소득 양극화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면서 소득이 매우 악화됐고 전반적인 소비 역시 필수품에 제한된 형태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가적인 일자리를 통해 (저소득층이) 소득 자체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나요?

양극화를 극복할 대책은 뭔가요?

[기자]

지난해 4분기 소득 최하위인 1분위 가구 평균취업자는 0.64명으로 2017년보다 20% 넘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임시·일용직이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곳에서 고용이 부진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일각에서는 모두 최저임금 탓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 이렇게 단정할 순 없고요.

소득수준이 낮은 고령자의 증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저소득층 고령자 등을 위한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네, 석민수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