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버스기사의 죽음…‘쉬쉬’하는 사고비용 떠넘기기

입력 2019.03.14 (08:31) 수정 2019.03.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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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해 12월, 20대 버스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버스가 사고가 났는데, 그 비용 일부를 자비로 해결하다가 심한 압박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게 된게 바로 버스업계에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던 사고 비용 떠넘기기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28살의 버스기사 장모 씨는 지난해 12월, 버스 운행 중 두 번의 사고를 냈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첫번째) 사고 피해자하고 합의도 아직 덜 끝난 상태에서 또 사고가 나서 본사에 불려가야 할 판이었었거든요."]

두 번째 사고를 낸 다음날, 장 씨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다른) 친구한테 그렇게 문자로 보냈더라고요.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장 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인 지난 11일 유족들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습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적으로 처리를 하도록 회사 측에서 강요했다. 이런 점이에요. 압박이 좀 있었다는 그런 취지로 고소장이 접수됐고…."]

고용노동청도 근로 감독에 나섰습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 : "(사고 처리 합의금) 부담이 나이가 어린데 부담이 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회사에서 사고 처리 비용 일부를 장 씨에게 떠넘겼고, 장 씨는 그 압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장 씨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은 그렇게 됐지만 너무 억울함이 많이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이렇게 했다는 자체가요. 그래서 고소를 하게 됐습니다."]

차량 피해는 회사 측이 보험으로 처리했지만, 장 씨가 몰고 있던 버스 안 승객들에 대한 합의금은 장 씨의 사비로 처리를 했다는 겁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추가 부담에 대한 것은 (장 씨)가 지급했습니다. 실제로 (장 씨) 계좌를 보니까 300만 원 이상을 피해자한테 지급한 내용이 나오더래요."]

335만 원의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270만 원 남짓 월급을 받던 장 씨는 대출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제가 확인해보니까 햇살론이나 은행 대출형으로 알아봤더라고요."]

첫번째 사고 합의금 마련에 정신이 없던 차에 또 사고가 나 힘들어했다는 것이 동료들의 얘깁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사고가 연속 두 번 나기도 했고 사고 처리를 하면서 (장 씨)가 신경을 좀 많이 썼던 것 같아요. 힘들어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회사 측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사고 처리는 모두 회사에서 보험처리했고 개인적으로 합의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버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다 보험처리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합의를 했다고 이야기 하시던데?) 모르죠. 그건. 쉽게 이야기해서 버스는 사고가 나잖아요. 그럼 올라와서 자기가 보고서 쓰면 (회사는) 보고서 쓴 것밖에 몰라요."]

하지만, 해당 버스회사 기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기사 개인 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장 씨 친구입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사고가 나면) 처음에 가자마자 고통분담금 얘기하면서 사고 어떻게 처리할 거냐면서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저도 제 월급에서 가불 받아서 합의하라고 그렇게 했었거든요."]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100이면 8,90%는 다 돈을 지불했고 명세서에 가불로 해서 그것도 법적으로 빠져나가려고 가불로 해서 자기들이 그 돈을 우리 월급에서 떼어 버려요."]

심지어 다른 차가 접촉사고를 일으켜 다쳐도 치료조차 못 받게 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회사에서 치료하지 말라고 그래요. 기사들보고. 내가 잘못 아니고 피해자예요. 허리 아프고 목 아프고 그러면 가서 물리치료라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데 못 하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행이 이 회사만의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제 저녁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낸 한 마을 버스 기사의 얘깁니다.

승용차 운전자에게 합의해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하는데요.

[마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그냥 사비로 성의껏 해드리면 안 되겠냐고 그랬어요."]

회사에도 사실을 숨겨야한다는데요, 왜 일까요?

[마을버스 기사/음성변조 : "보험적용이 되면 보험 시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적용을 하면 기사를 그만둬야 해요. 여기 해고되면 정말 저는 밥 굶어야 해요."]

버스 회사 측에서는 보험료율이 올라갈까봐 기사 개인이 자비 처리를 강요하는 관행들이 있다는 것.

[노영희/변호사 : "(보험) 요율이 올라가게 되면서 버스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요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피해를 좀 축소할 수밖에 없고 피해를 축소시키다 보니까 나머지는 누가 해결해야 하느냐. 그러면 운전기사들이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고가 많은 기사들은 다른 버스 회사로 이직도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비 처리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을버스 기사/음성변조 :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데 취직도 못해요. 누구나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는 거예요."]

[버스 기사/음성변조 : "다른데 가도 사고 나면 안 받아주잖아요. 다른데서 안받아주니까 여기서 해결을 돈 주고 하려하지."]

오래전부터 계속 지적돼왔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업계 관행이 됐다고 합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2년 전인가 1년 전에도 사고 났을 때 그때도 말이 크게 퍼져나가고 한동안은 (보험금 부담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 몇 개월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것 같고…."]

[노영희/변호사 : "회사와 운전기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너무 불리하게 체결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구상권 행사라던가 개인에게 처리하라고 하는 조건 같은 것들도 좀 엄격하게 만들어 놓아서 함부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미루지 못하도록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시운행을 위해 차선을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버스기사들.

어찌보면 접촉사고는 예고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버스 기사들에게 사고 비용을 떠넘기는 버스업계의 행태, 기사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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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버스기사의 죽음…‘쉬쉬’하는 사고비용 떠넘기기
    • 입력 2019-03-14 08:32:26
    • 수정2019-03-14 08: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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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해 12월, 20대 버스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버스가 사고가 났는데, 그 비용 일부를 자비로 해결하다가 심한 압박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게 된게 바로 버스업계에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던 사고 비용 떠넘기기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28살의 버스기사 장모 씨는 지난해 12월, 버스 운행 중 두 번의 사고를 냈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첫번째) 사고 피해자하고 합의도 아직 덜 끝난 상태에서 또 사고가 나서 본사에 불려가야 할 판이었었거든요."]

두 번째 사고를 낸 다음날, 장 씨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다른) 친구한테 그렇게 문자로 보냈더라고요.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장 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인 지난 11일 유족들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습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개인적으로 처리를 하도록 회사 측에서 강요했다. 이런 점이에요. 압박이 좀 있었다는 그런 취지로 고소장이 접수됐고…."]

고용노동청도 근로 감독에 나섰습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 : "(사고 처리 합의금) 부담이 나이가 어린데 부담이 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회사에서 사고 처리 비용 일부를 장 씨에게 떠넘겼고, 장 씨는 그 압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장 씨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은 그렇게 됐지만 너무 억울함이 많이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이렇게 했다는 자체가요. 그래서 고소를 하게 됐습니다."]

차량 피해는 회사 측이 보험으로 처리했지만, 장 씨가 몰고 있던 버스 안 승객들에 대한 합의금은 장 씨의 사비로 처리를 했다는 겁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추가 부담에 대한 것은 (장 씨)가 지급했습니다. 실제로 (장 씨) 계좌를 보니까 300만 원 이상을 피해자한테 지급한 내용이 나오더래요."]

335만 원의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270만 원 남짓 월급을 받던 장 씨는 대출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제가 확인해보니까 햇살론이나 은행 대출형으로 알아봤더라고요."]

첫번째 사고 합의금 마련에 정신이 없던 차에 또 사고가 나 힘들어했다는 것이 동료들의 얘깁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사고가 연속 두 번 나기도 했고 사고 처리를 하면서 (장 씨)가 신경을 좀 많이 썼던 것 같아요. 힘들어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회사 측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사고 처리는 모두 회사에서 보험처리했고 개인적으로 합의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버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다 보험처리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합의를 했다고 이야기 하시던데?) 모르죠. 그건. 쉽게 이야기해서 버스는 사고가 나잖아요. 그럼 올라와서 자기가 보고서 쓰면 (회사는) 보고서 쓴 것밖에 몰라요."]

하지만, 해당 버스회사 기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기사 개인 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장 씨 친구입니다.

[배수완/장 씨 친구 : "(사고가 나면) 처음에 가자마자 고통분담금 얘기하면서 사고 어떻게 처리할 거냐면서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저도 제 월급에서 가불 받아서 합의하라고 그렇게 했었거든요."]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100이면 8,90%는 다 돈을 지불했고 명세서에 가불로 해서 그것도 법적으로 빠져나가려고 가불로 해서 자기들이 그 돈을 우리 월급에서 떼어 버려요."]

심지어 다른 차가 접촉사고를 일으켜 다쳐도 치료조차 못 받게 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회사에서 치료하지 말라고 그래요. 기사들보고. 내가 잘못 아니고 피해자예요. 허리 아프고 목 아프고 그러면 가서 물리치료라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데 못 하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행이 이 회사만의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제 저녁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낸 한 마을 버스 기사의 얘깁니다.

승용차 운전자에게 합의해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하는데요.

[마을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그냥 사비로 성의껏 해드리면 안 되겠냐고 그랬어요."]

회사에도 사실을 숨겨야한다는데요, 왜 일까요?

[마을버스 기사/음성변조 : "보험적용이 되면 보험 시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적용을 하면 기사를 그만둬야 해요. 여기 해고되면 정말 저는 밥 굶어야 해요."]

버스 회사 측에서는 보험료율이 올라갈까봐 기사 개인이 자비 처리를 강요하는 관행들이 있다는 것.

[노영희/변호사 : "(보험) 요율이 올라가게 되면서 버스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요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피해를 좀 축소할 수밖에 없고 피해를 축소시키다 보니까 나머지는 누가 해결해야 하느냐. 그러면 운전기사들이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고가 많은 기사들은 다른 버스 회사로 이직도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비 처리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을버스 기사/음성변조 :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데 취직도 못해요. 누구나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는 거예요."]

[버스 기사/음성변조 : "다른데 가도 사고 나면 안 받아주잖아요. 다른데서 안받아주니까 여기서 해결을 돈 주고 하려하지."]

오래전부터 계속 지적돼왔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업계 관행이 됐다고 합니다.

[동료 버스 기사/음성변조 : "2년 전인가 1년 전에도 사고 났을 때 그때도 말이 크게 퍼져나가고 한동안은 (보험금 부담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 몇 개월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것 같고…."]

[노영희/변호사 : "회사와 운전기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너무 불리하게 체결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구상권 행사라던가 개인에게 처리하라고 하는 조건 같은 것들도 좀 엄격하게 만들어 놓아서 함부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미루지 못하도록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시운행을 위해 차선을 넘나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버스기사들.

어찌보면 접촉사고는 예고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버스 기사들에게 사고 비용을 떠넘기는 버스업계의 행태, 기사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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