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브라질 댐 붕괴 두달, ‘죽음의 강’을 가다

입력 2019.03.23 (21:57) 수정 2019.04.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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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브라질 광산 댐 붕괴가 일어난 지 두달이 됐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아픔이 가실 새도 없이 오염된 강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댐이 붕괴되면서 광산 중금속 폐기물이 강으로 유입돼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0만 가구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이재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마을들을 휘감으며 흘러가는 브라질 중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파라오페바 강입니다.

35개 도시에 걸쳐 있는 이 강은 500여 킬로미터를 흘러 대서양으로 유입됩니다.

그런데 강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습니다.

두달 전, 댐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저장된 광산 폐기물과 진흙이 함께 강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진흙더미는 마치 화산이 분출한 용암처럼 아랫마을과 강을 덮쳤습니다.

강 주위에 배를 드러낸 물고기들, 강이 오염되면서 숨을 쉬지 못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겁니다.

주민들은 파라오페바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인디오 원주민들이 강의 회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투쿠따리 파타쇼/인디오 원주민 : "어린아이들은 여기서 물놀이를 했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여기서 물을 길어 마을로 가져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붕괴 댐으로부터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강 가에도 중금속이 섞인 시커먼 퇴적물이 쌓였습니다.

진흙덩어리 안에서 광산 폐기물들을 한 눈에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에디송/인디오 원주민 : "철반석과 수은 등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물에서 놀지 못합니다."]

강 주변 마을의 한 가정을 찾아가봤습니다.

주방에 생수통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주 정부는 지난달 강물을 사람과 동물의 식수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무기한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려 10만 가구가 식수난에 처하게 됐습니다.

[나이아라/브루마지뉴시 주부 : "환경단체가 와서 지하수를 더이상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 당국에서도 마시지 말라고 했고요."]

주민들은 가축들에게도 지하수 대신 받아 놓은 빗물이나 생수를 먹이고 있습니다.

가축들이 오염된 지하수를 먹고 죽었다고 주장합니다.

[마르셀로 바링가/성 조아킴시 주민 : "이제는 지하수를 먹이면 안됩니다. 이거 봐요. 동물들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죽었잖아요."]

강 유역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왔던 5만 가구 주민들도 일손을 놓았습니다.

자칫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다 주민들이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니오/브루마지뉴시 보건국장 : "파라오페바 강에서 낚시를 하거나 물고기를 먹은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물고기를 먹은 뒤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였습니다."]

실제 강은 중금속에 얼마나 오염됐을까?

[말루 히베이루/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조사 요원 : "물이라고 하기 힘들어요. 초콜릿 케이크 반죽 같아요. 끈적거리네요."]

시민환경단체가 무너진 광산 댐으로부터 하류 305 킬로미터에 걸쳐 22개 지점에서 수질을 조사했습니다.

신경계와 간 등에 영향을 끼치는 구리는 허용치의 최고 600배, 하류 지점에서도 300배가 넘었습니다.

폐암과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크롬이 최고 40배, 망간은 최고 35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상류에서는 중금속 폐기물이 계속 흘러들고 있습니다.

진흙더미가 쌓인 이곳은 집 17채가 모여 있던 마을이었습니다.

이제는 진흙더미 사이로 중금속이 섞인 폐기물이 빗물과 함께 강물처럼 쓸려 내려가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이곳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같은 철광업체 소유의 광산 댐이 무너져 19명이 숨지고 360여 가구가 집을 잃었습니다.

당시 '도씨'라는 600여 킬로미터의 강이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지점까지 중금속에 오염됐습니다.

도씨는 아직까지도 중금속 오염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댐 붕괴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났지만 업체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현지 언론과 당국의 분석입니다.

[알리냐 실베이라/현지 언론사 기자 : "우리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붕괴된 광산댐에는 기초공사가 전혀 돼 있지 않았습니다."]

[아비마르/브루마지뉴 시장 : "광산업체 '발리'는 무너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막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2단계(위험단계)였다는 것을 알고도 비용 때문에 대비하지 않은 겁니다."]

광산 댐 운영회사 발리는 오는 7월까지 파라오페바강의 복구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오염된 강의 중금속 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호미우다/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팀장 : "생태학적으로 언제까지 복원이 된다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동물과 식물의 종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댐 붕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브라질 브루마징유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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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브라질 댐 붕괴 두달, ‘죽음의 강’을 가다
    • 입력 2019-03-23 22:38:55
    • 수정2019-04-08 15:39:3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지금까지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브라질 광산 댐 붕괴가 일어난 지 두달이 됐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아픔이 가실 새도 없이 오염된 강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댐이 붕괴되면서 광산 중금속 폐기물이 강으로 유입돼 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0만 가구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이재환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마을들을 휘감으며 흘러가는 브라질 중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파라오페바 강입니다.

35개 도시에 걸쳐 있는 이 강은 500여 킬로미터를 흘러 대서양으로 유입됩니다.

그런데 강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습니다.

두달 전, 댐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저장된 광산 폐기물과 진흙이 함께 강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진흙더미는 마치 화산이 분출한 용암처럼 아랫마을과 강을 덮쳤습니다.

강 주위에 배를 드러낸 물고기들, 강이 오염되면서 숨을 쉬지 못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겁니다.

주민들은 파라오페바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인디오 원주민들이 강의 회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투쿠따리 파타쇼/인디오 원주민 : "어린아이들은 여기서 물놀이를 했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여기서 물을 길어 마을로 가져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붕괴 댐으로부터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강 가에도 중금속이 섞인 시커먼 퇴적물이 쌓였습니다.

진흙덩어리 안에서 광산 폐기물들을 한 눈에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에디송/인디오 원주민 : "철반석과 수은 등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물에서 놀지 못합니다."]

강 주변 마을의 한 가정을 찾아가봤습니다.

주방에 생수통이 가득 놓여 있습니다.

주 정부는 지난달 강물을 사람과 동물의 식수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무기한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려 10만 가구가 식수난에 처하게 됐습니다.

[나이아라/브루마지뉴시 주부 : "환경단체가 와서 지하수를 더이상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 당국에서도 마시지 말라고 했고요."]

주민들은 가축들에게도 지하수 대신 받아 놓은 빗물이나 생수를 먹이고 있습니다.

가축들이 오염된 지하수를 먹고 죽었다고 주장합니다.

[마르셀로 바링가/성 조아킴시 주민 : "이제는 지하수를 먹이면 안됩니다. 이거 봐요. 동물들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죽었잖아요."]

강 유역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왔던 5만 가구 주민들도 일손을 놓았습니다.

자칫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다 주민들이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니오/브루마지뉴시 보건국장 : "파라오페바 강에서 낚시를 하거나 물고기를 먹은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물고기를 먹은 뒤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였습니다."]

실제 강은 중금속에 얼마나 오염됐을까?

[말루 히베이루/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조사 요원 : "물이라고 하기 힘들어요. 초콜릿 케이크 반죽 같아요. 끈적거리네요."]

시민환경단체가 무너진 광산 댐으로부터 하류 305 킬로미터에 걸쳐 22개 지점에서 수질을 조사했습니다.

신경계와 간 등에 영향을 끼치는 구리는 허용치의 최고 600배, 하류 지점에서도 300배가 넘었습니다.

폐암과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크롬이 최고 40배, 망간은 최고 35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상류에서는 중금속 폐기물이 계속 흘러들고 있습니다.

진흙더미가 쌓인 이곳은 집 17채가 모여 있던 마을이었습니다.

이제는 진흙더미 사이로 중금속이 섞인 폐기물이 빗물과 함께 강물처럼 쓸려 내려가고 있습니다.

4년 전에도 이곳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같은 철광업체 소유의 광산 댐이 무너져 19명이 숨지고 360여 가구가 집을 잃었습니다.

당시 '도씨'라는 600여 킬로미터의 강이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지점까지 중금속에 오염됐습니다.

도씨는 아직까지도 중금속 오염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댐 붕괴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났지만 업체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현지 언론과 당국의 분석입니다.

[알리냐 실베이라/현지 언론사 기자 : "우리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붕괴된 광산댐에는 기초공사가 전혀 돼 있지 않았습니다."]

[아비마르/브루마지뉴 시장 : "광산업체 '발리'는 무너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막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2단계(위험단계)였다는 것을 알고도 비용 때문에 대비하지 않은 겁니다."]

광산 댐 운영회사 발리는 오는 7월까지 파라오페바강의 복구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오염된 강의 중금속 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호미우다/SOS 마타 아틀란치카 재단 팀장 : "생태학적으로 언제까지 복원이 된다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동물과 식물의 종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댐 붕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브라질 브루마징유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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