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스위스 바젤을 가다…10년 전 폐쇄, 철거엔 수세대 걸릴듯

입력 2019.04.09 (21:31) 수정 2019.04.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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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의 현재 모습입니다.

녹슨 자재가 쌓여있고, 연구를 중단한다는 안내문도 걸렸습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 이후 사업이 중단돼 방치된 겁니다.

이제, 어떻게 복구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지가 숙제인데, 가장 큰 고민은 지하에 남아있는 물 6천 톤입니다.

지진 우려때문에 그냥 놔둘 수도, 물을 한번에 빼버릴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이달 안에 전문가 TF를 구성해 안전한 복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은 상탭니다.

그렇다면, 앞서 지열발전소 건설로 지진이 났던 스위스 바젤은 어떻게 했을까요?

손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스위스 교통과 상업의 요충지 바젤.

세계 최초로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 지열발전소가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물주입 엿새 만에 규모 3.4 지진이 나고 가동이 중단됩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결론 나면서 영구 폐쇄됐습니다.

이후 물 배출 등 철거 작업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초 3개 시추공을 모두 막으려 했지만, 물을 빼는 과정에서 압력이 증가하며 또 지진이 났기 때문입니다.

[마르쿠스 다이콘/바젤시 환경에너지부장 : "지열발전소를 (당장) 철거할 수는 없을 거예요. 철거에 몇 세대가 걸릴 것 같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속도전 대신 안전한 작업을 택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조금씩 물을 빼내는 한편 지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합니다.

바젤에서는 사업 중단 이후에도 100차례 넘는 지진이 났는데, 규모 1 미만의 지진도 웹사이트에 공개합니다.

[빙가이어 베르나르/바젤시민 : "여진이 종종 일어납니다. 바젤 시 지하에 구멍이 몇 개 있거든요. 시민들이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작업 현장도 촬영해 공개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시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스위스 정부는 지열 발전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입지 선정과 작업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크리스토프 부르트신/바젤주 환경장관 : "지열발전은 계속 할 수는 있지만 암석의 성분이 압력을 적게 가해도 되고 주민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지열발전 중단 후에도 규모 2.0 이상 여진만 100여 차례 이어지고 있는 포항.

빠른 복구보다는 안전한 복구가 우선이라는 바젤의 교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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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스위스 바젤을 가다…10년 전 폐쇄, 철거엔 수세대 걸릴듯
    • 입력 2019-04-09 21:34:54
    • 수정2019-04-09 22: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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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의 현재 모습입니다.

녹슨 자재가 쌓여있고, 연구를 중단한다는 안내문도 걸렸습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 이후 사업이 중단돼 방치된 겁니다.

이제, 어떻게 복구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지가 숙제인데, 가장 큰 고민은 지하에 남아있는 물 6천 톤입니다.

지진 우려때문에 그냥 놔둘 수도, 물을 한번에 빼버릴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이달 안에 전문가 TF를 구성해 안전한 복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내놓은 상탭니다.

그렇다면, 앞서 지열발전소 건설로 지진이 났던 스위스 바젤은 어떻게 했을까요?

손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스위스 교통과 상업의 요충지 바젤.

세계 최초로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 지열발전소가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물주입 엿새 만에 규모 3.4 지진이 나고 가동이 중단됩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결론 나면서 영구 폐쇄됐습니다.

이후 물 배출 등 철거 작업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초 3개 시추공을 모두 막으려 했지만, 물을 빼는 과정에서 압력이 증가하며 또 지진이 났기 때문입니다.

[마르쿠스 다이콘/바젤시 환경에너지부장 : "지열발전소를 (당장) 철거할 수는 없을 거예요. 철거에 몇 세대가 걸릴 것 같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속도전 대신 안전한 작업을 택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조금씩 물을 빼내는 한편 지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합니다.

바젤에서는 사업 중단 이후에도 100차례 넘는 지진이 났는데, 규모 1 미만의 지진도 웹사이트에 공개합니다.

[빙가이어 베르나르/바젤시민 : "여진이 종종 일어납니다. 바젤 시 지하에 구멍이 몇 개 있거든요. 시민들이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작업 현장도 촬영해 공개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시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스위스 정부는 지열 발전 자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입지 선정과 작업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크리스토프 부르트신/바젤주 환경장관 : "지열발전은 계속 할 수는 있지만 암석의 성분이 압력을 적게 가해도 되고 주민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지열발전 중단 후에도 규모 2.0 이상 여진만 100여 차례 이어지고 있는 포항.

빠른 복구보다는 안전한 복구가 우선이라는 바젤의 교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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