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어린이집 CCTV 다시 봤더니…‘아동 학대’로 재수사

입력 2019.04.10 (08:33) 수정 2019.04.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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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잊을 만하면 발생해 공분을 사는 사건이죠.

네, 어린이집 아동 학대입니다.

이번에는 좀 오래 전인 지난해 8월입니다.

최초 경찰 조사와 달리 피해 아동과 학대 건수가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법원이 CCTV를 전면 재검토해 아동 학대인 형사사건으로 기소하라 이렇게 검찰에 돌려보낸 결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입니다.

보조 교사가 한 아이의 팔을 세게 잡아당깁니다.

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아이가 밥을 먹다가 기침을 하면서 구역질을 합니다.

그래도 교사는 아이의 입에 밥을 밀어 넣습니다.

아이가 토하고 마는데요.

결국 식판에 밥을 토한 아이.

그런데, 교사는 토해 낸 밥을 다시 아이에게 먹입니다.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한두 번 먹고 씹을 시간은 줘야 하는데 그거 없이 계속 넣어 주면 당연히 게워 내지, 안 게워 내겠어요. 게워 내면 또 게워 낸대로 그냥 먹이는 거예요."]

자, 이번엔 다른 날의 영상입니다.

보육 교사가 발로 아이의 엉덩이를 밉니다.

얼마 뒤, 아이가 갖고 있던 책으로 뺨을 때리는 모습도 찍혔습니다.

이 영상을 눈으로 확인한 학부모들, 심정이 어땠을까요?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학대 영상) 하나만으로도 세 시간, 네 시간을 계속 울었어요. 아이가 보고 있을 때는 자꾸 울 수가 없으니까 눈물이 나도 참았는데 계속 울고 일하면서도 계속 울고…."]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CCTV를 확인할 때 보면 그냥 거기 있는 애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그 사람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못 보겠어요."]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아동 학대 정황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8월이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어느날 아이가 집에 왔는데 '선생님이 때렸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디를 때렸어?' (물으니까) '엉덩이를 때렸어.' '엉덩이를 왜 때렸어?' 이러니까 우유 쏟았다고 때렸다더라고요."]

고민 끝에 어린이집 측에 CCTV 확인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그 반응이 석연치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원장) 본인이 한 달치는 봤다고 하더라고요. 봤는데 별거 없더라. 안 봐도 될 거 같다고 해서 나는 보겠다. 그냥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니까 보지 말라고 보면 상처받을 거다…."]

하지만, 별 내용이 없다는 영상 속엔 많은 아이들이 학대받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이미 학대를 의심한 부모가 있었고, 경찰 신고까지 된 상황이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수사관이 그걸 보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어머니 옛날 어른들 다 이렇게 키우지 않아요?' 제가 '무슨 소리 하세요. 지금. 저희는 이렇게 안 키워요' 이러니까. '뭐 어머님이 학대라 하시면 학대죠. 신고하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피해 아동은 모두 5명. 학대 정황은 76건이었습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에서 정서적 학대만 인정하면서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했습니다.

해당 교사 2명에 대해 형사 법정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보낸 겁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멍이라든지 상처라든지 그런 증거가 불충분해서 정서적으로만 판단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피해 학부모들은 최근 축소와 부실 수사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재판부에 탄원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공혜정/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 학대에 대해서 너무 경찰이라든지 검찰이라든지 너무 낮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됐었고, 처벌이 약했던 거예요. 가정법원으로 가서 보호처분을 한다는 자체가 이 아이들이 겪은 학대에 비해서 너무 낮은 처벌을 줬다는…."]

당초 사회봉사와 상담 등의 보호 처분으로 끝날 뻔했던 이번 사건은 법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는 학대 정도와 횟수 등을 볼 때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검찰로 되돌려 보낸 겁니다.

[손명숙/피해 아동 변호사 : "피해 아동들도 계속 심리치료를 받아야 되는 후유증이 있는 상태였는데 가정보호 사건으로 넘긴 거 자체가 조금 무리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추가 피해 아동도 있고 추가 학대 행위도 너무 많아서 판사도 보호사건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결국 경찰의 재수사가 진행됐습니다.

피해 학부모들이 전체 CCTV 검토에 들어가자 당초 경찰이 제시한 76건보다 7배가 많은 500여 건의 학대 정황이 현재까지 발견됐습니다.

피해 아동도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고 학부모들은 얘기합니다.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애들을 사람 취급을 안 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짐인가 봐요. 우리 애들이. 그냥 발로 이렇게 밀치면서 손가락질하면서 저리로 가. 애가 그렇게 해서 움직이면 또 발로 막 툭툭 차고."]

문제는 아직 학부모들이 전체 CCTV 분량의 절반밖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해 아동들은 사건 발생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심리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말을 배우는 시기였는데 아이들이 처음 한다는 말이 '선생님 무서워, 선생님 싫어, 어린이집 가기 싫어, 어린이집 무서워' 이런 말들을 한다는 게 보는 저희는 진짜 충격이죠."]

[피해 아동 C 어머니/음성변조 : "'선생님이 ○○한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용서해줄 수 있어?' 이렇게 얘기하니까 애가 '절대 용서해줄 수 없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비슷한 기간 구미의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은 세 사건 모두 학부모들과 함께 전체 CCTV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후유증은 물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뻔한 사건들,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까요?

재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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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어린이집 CCTV 다시 봤더니…‘아동 학대’로 재수사
    • 입력 2019-04-10 08:39:38
    • 수정2019-04-10 16: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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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잊을 만하면 발생해 공분을 사는 사건이죠.

네, 어린이집 아동 학대입니다.

이번에는 좀 오래 전인 지난해 8월입니다.

최초 경찰 조사와 달리 피해 아동과 학대 건수가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법원이 CCTV를 전면 재검토해 아동 학대인 형사사건으로 기소하라 이렇게 검찰에 돌려보낸 결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입니다.

보조 교사가 한 아이의 팔을 세게 잡아당깁니다.

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아이가 밥을 먹다가 기침을 하면서 구역질을 합니다.

그래도 교사는 아이의 입에 밥을 밀어 넣습니다.

아이가 토하고 마는데요.

결국 식판에 밥을 토한 아이.

그런데, 교사는 토해 낸 밥을 다시 아이에게 먹입니다.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한두 번 먹고 씹을 시간은 줘야 하는데 그거 없이 계속 넣어 주면 당연히 게워 내지, 안 게워 내겠어요. 게워 내면 또 게워 낸대로 그냥 먹이는 거예요."]

자, 이번엔 다른 날의 영상입니다.

보육 교사가 발로 아이의 엉덩이를 밉니다.

얼마 뒤, 아이가 갖고 있던 책으로 뺨을 때리는 모습도 찍혔습니다.

이 영상을 눈으로 확인한 학부모들, 심정이 어땠을까요?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학대 영상) 하나만으로도 세 시간, 네 시간을 계속 울었어요. 아이가 보고 있을 때는 자꾸 울 수가 없으니까 눈물이 나도 참았는데 계속 울고 일하면서도 계속 울고…."]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CCTV를 확인할 때 보면 그냥 거기 있는 애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그 사람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못 보겠어요."]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아동 학대 정황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8월이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어느날 아이가 집에 왔는데 '선생님이 때렸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디를 때렸어?' (물으니까) '엉덩이를 때렸어.' '엉덩이를 왜 때렸어?' 이러니까 우유 쏟았다고 때렸다더라고요."]

고민 끝에 어린이집 측에 CCTV 확인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그 반응이 석연치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원장) 본인이 한 달치는 봤다고 하더라고요. 봤는데 별거 없더라. 안 봐도 될 거 같다고 해서 나는 보겠다. 그냥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니까 보지 말라고 보면 상처받을 거다…."]

하지만, 별 내용이 없다는 영상 속엔 많은 아이들이 학대받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이미 학대를 의심한 부모가 있었고, 경찰 신고까지 된 상황이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수사관이 그걸 보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어머니 옛날 어른들 다 이렇게 키우지 않아요?' 제가 '무슨 소리 하세요. 지금. 저희는 이렇게 안 키워요' 이러니까. '뭐 어머님이 학대라 하시면 학대죠. 신고하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피해 아동은 모두 5명. 학대 정황은 76건이었습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에서 정서적 학대만 인정하면서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했습니다.

해당 교사 2명에 대해 형사 법정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보낸 겁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멍이라든지 상처라든지 그런 증거가 불충분해서 정서적으로만 판단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피해 학부모들은 최근 축소와 부실 수사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재판부에 탄원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공혜정/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 학대에 대해서 너무 경찰이라든지 검찰이라든지 너무 낮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됐었고, 처벌이 약했던 거예요. 가정법원으로 가서 보호처분을 한다는 자체가 이 아이들이 겪은 학대에 비해서 너무 낮은 처벌을 줬다는…."]

당초 사회봉사와 상담 등의 보호 처분으로 끝날 뻔했던 이번 사건은 법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는 학대 정도와 횟수 등을 볼 때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검찰로 되돌려 보낸 겁니다.

[손명숙/피해 아동 변호사 : "피해 아동들도 계속 심리치료를 받아야 되는 후유증이 있는 상태였는데 가정보호 사건으로 넘긴 거 자체가 조금 무리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추가 피해 아동도 있고 추가 학대 행위도 너무 많아서 판사도 보호사건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결국 경찰의 재수사가 진행됐습니다.

피해 학부모들이 전체 CCTV 검토에 들어가자 당초 경찰이 제시한 76건보다 7배가 많은 500여 건의 학대 정황이 현재까지 발견됐습니다.

피해 아동도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고 학부모들은 얘기합니다.

[피해 아동 A 어머니/음성변조 : "애들을 사람 취급을 안 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짐인가 봐요. 우리 애들이. 그냥 발로 이렇게 밀치면서 손가락질하면서 저리로 가. 애가 그렇게 해서 움직이면 또 발로 막 툭툭 차고."]

문제는 아직 학부모들이 전체 CCTV 분량의 절반밖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해 아동들은 사건 발생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심리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 B 어머니/음성변조 : "말을 배우는 시기였는데 아이들이 처음 한다는 말이 '선생님 무서워, 선생님 싫어, 어린이집 가기 싫어, 어린이집 무서워' 이런 말들을 한다는 게 보는 저희는 진짜 충격이죠."]

[피해 아동 C 어머니/음성변조 : "'선생님이 ○○한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용서해줄 수 있어?' 이렇게 얘기하니까 애가 '절대 용서해줄 수 없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비슷한 기간 구미의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은 세 사건 모두 학부모들과 함께 전체 CCTV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후유증은 물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뻔한 사건들,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까요?

재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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