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입원 못 시켰나?…강제치료와 인권보호, 접점은?

입력 2019.04.22 (21:15) 수정 2019.04.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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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명이 희생된 참극을 생각하면, 방금 보신대로 참극을 막을 기회가 놓친 여러 현실적 시스템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고치려 해도 또 다른 쟁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자의 인권보홉니다.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충헌 의학 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인득이 이번 참극을 벌인 건 최근 망상이 심해지면서인데, 망상이 심해진 게 최근 2년 넘게 치료를 중단해서잖습니까?

치료를 했더라면 생각이 드는데...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안인득의 경우 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보시는 겁니까?

[기자]

우선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조현병은 환청과 피해망상이 주 증상인데요, 더 중요한 증상이 있습니다. 바로 “병이란 걸 모른다”는 겁니다.

[앵커]

본인이요?

[기자]

네, 이를 “병식이 없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병식이 없는 것을 조현병의 핵심증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이 병의 증상인 줄 모르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로 오해합니다. 병이라고 보지 않으니깐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앵커]

근데 한가지 말이죠. 환청이나 망상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근데 경찰 수사를 보면 2~3개월 전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게 양립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조현병이라고 그래서 지능이 모두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현병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유독 지능이 좋은 조현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능이 높은 조현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 과거에 강제 입원도 했고 조현병 치료를 68차례나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병을 의식할 수 있지 못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핵심 증상이고요, 또 5년 반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으니까 본인은 병이 다 나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죠. 안 씨는 약 때문에 정신이 멍해지면서 스스로 이제 약을 끊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고요.

환청이나 피해망상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사라집니다. 좋아집니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을 하죠. 피해망상 등이 심해지면 더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겠죠.

조현병 환자는 이렇게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계속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치료를 잘 받지 않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 지금 가족이 도와주기 위해서 10일 정도부터 강제 입원시키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는데 안됐고, 이게 안 된 게 사실 2년 전에 이번에 기준 요건이 까다로워져서 그렇지 않습니까?

이게 인권 보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사실 강제입원 기준이 이전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족 간 다툼 때문에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키기도 했었고요. 인권 차원에서는 기준을 강화한 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적절한 치료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입원은 어렵고, 또 퇴원 후 관리는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리를 가족이나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예, 그러면 현재로선 강제 입원도 어렵고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약 먹는 걸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는 건가요?

[기자]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건 경계해야겠죠. 이번 사건은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그런 사건입니다.

앞서 여러 가지 리포트에서 강제입원 제도들이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경찰은 현재 자해나 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에 한해서 의사의 동의를 얻어서 입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제도를 활성화 시켜서 급한 불은 막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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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입원 못 시켰나?…강제치료와 인권보호, 접점은?
    • 입력 2019-04-22 21:20:02
    • 수정2019-04-22 22: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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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명이 희생된 참극을 생각하면, 방금 보신대로 참극을 막을 기회가 놓친 여러 현실적 시스템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고치려 해도 또 다른 쟁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자의 인권보홉니다.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충헌 의학 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인득이 이번 참극을 벌인 건 최근 망상이 심해지면서인데, 망상이 심해진 게 최근 2년 넘게 치료를 중단해서잖습니까?

치료를 했더라면 생각이 드는데...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안인득의 경우 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보시는 겁니까?

[기자]

우선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조현병은 환청과 피해망상이 주 증상인데요, 더 중요한 증상이 있습니다. 바로 “병이란 걸 모른다”는 겁니다.

[앵커]

본인이요?

[기자]

네, 이를 “병식이 없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병식이 없는 것을 조현병의 핵심증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이 병의 증상인 줄 모르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로 오해합니다. 병이라고 보지 않으니깐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앵커]

근데 한가지 말이죠. 환청이나 망상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근데 경찰 수사를 보면 2~3개월 전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게 양립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조현병이라고 그래서 지능이 모두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현병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유독 지능이 좋은 조현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능이 높은 조현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 과거에 강제 입원도 했고 조현병 치료를 68차례나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병을 의식할 수 있지 못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핵심 증상이고요, 또 5년 반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으니까 본인은 병이 다 나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죠. 안 씨는 약 때문에 정신이 멍해지면서 스스로 이제 약을 끊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고요.

환청이나 피해망상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사라집니다. 좋아집니다.

그런데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을 하죠. 피해망상 등이 심해지면 더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겠죠.

조현병 환자는 이렇게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계속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치료를 잘 받지 않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 지금 가족이 도와주기 위해서 10일 정도부터 강제 입원시키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는데 안됐고, 이게 안 된 게 사실 2년 전에 이번에 기준 요건이 까다로워져서 그렇지 않습니까?

이게 인권 보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사실 강제입원 기준이 이전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족 간 다툼 때문에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키기도 했었고요. 인권 차원에서는 기준을 강화한 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적절한 치료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입원은 어렵고, 또 퇴원 후 관리는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리를 가족이나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예, 그러면 현재로선 강제 입원도 어렵고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약 먹는 걸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는 건가요?

[기자]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건 경계해야겠죠. 이번 사건은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그런 사건입니다.

앞서 여러 가지 리포트에서 강제입원 제도들이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경찰은 현재 자해나 타해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에 한해서 의사의 동의를 얻어서 입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제도를 활성화 시켜서 급한 불은 막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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