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돌봐준 친누나까지…조현병 동생은 왜?

입력 2019.05.03 (12:41) 수정 2019.05.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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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이웃들을 살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요.

부산에서 삼십년간 조현병을 앓아온 남성이 친누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목포에서 부산을 오가며 세 살 터울의 바로 아래 동생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왔던 걸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는데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부산의 한 지역 정신건강센터 직원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 모 씨를 만나러 갔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역 정신건강센터 직원/음성변조 : "예전에 갔을 때랑 반응이 다르셔서 좀 이상했던 게 있었고요. (누나는) 그냥 '집에 누워 있다'고 하셨어요."]

며칠 전, 누나의 요청으로 두 차례 상담차 방문했지만 입원을 거부해 예의주시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지역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정신건강센터 직원하고 같이 가서 24일에 만났고 다음 날 한 번 더 갔어요. 입원을 시키고자. 25일에 갔더니 누나가 계신 거예요. 본인이 입원을 안 하시겠다고 하니까, 누나가 '하도 동생이 입원을 안 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내가 며칠만 더 돌보고 그때 입원을 결정하겠습니다.' 라고 하신 거예요. 모니터링을 계속하기로 하고 29일에 일정을 잡은 거예요."]

동생을 돌보겠다던 누나가 사라진 걸 이상하게 느낀 정신건강센터 직원은 경찰에 신고합니다.

그런데, 경찰의 방문에도 서 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문 틈을 통해 짧은 대화만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박정배/부산 사하경찰서 형사과장 : "열린 (창)문으로 피의자에게 누나는 어디 있느냐고 이야기하니 안에 자고 있다…. 1층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하니 안방에 피해자가 사망해 있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안방에는 누나가 피를 흘리고 엎어져 쓰러져 있고 이 사람은 속옷만 입고 발가벗은 채로 작은방에 웅크리고 있고…."]

당시 상황입니다.

경찰 여러 명이 서 씨의 양팔과 다리를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경찰은 서 씨가 누나와 지내다 지난달 27일 쯤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흘간 방 안에 누나의 시신을 두고 함께 지낸 겁니다.

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가 죽였다는 소리는 안하고 용서해달라고 하고 눈물 흘리고 그런 것 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범행을) 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20대 때부터 조현병을 앓아왔다는 서 씨.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20대, 30대 초중반에는 자기 형이 일하는 데서 일을 좀 했어요. 차 운전도 좀 하고. 약을 먹고 괜찮아져서 일을 또 시키고 했는데…."]

여러차례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3년 전, 고향인 목포를 떠나 부산에 정착한 뒤 혼자 살아왔습니다.

이웃들과는 어땠을까요?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환청이 있다 보니까 밤에 윗집에서 물만 떨어져도 잠을 못 자는 거예요. 혼자 방안에서 방바닥을 치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고함도 지르고 물건을 막 자기가 던져놓고 위에서 그랬다고 소음이 나서 못살겠다고 하고. 진짜 말도 못해요."]

2남 3녀 중 장녀였던 피해자는 목포에서 부산을 오가며 세 살 터울의 아픈 동생을 보살폈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청소해주고 반찬해주고. 내가 물으니까 (피의자 서 씨가) 병원에 입원하라고 해도 입원도 안하고 자기 애를 먹인다고 걱정을 하는 거야. 누나가."]

최근 서 씨가 다리를 다쳐 거동까지 불편해지면서, 누나는 며칠씩 머물며 동생을 돌봤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면 한 일주일 있다가 뒷바라지 좀 해주고 음식도 좀 해주고 그러다가 내려가고 그랬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누나도 사는 게 변변찮은가 보더라고. 그래도 먹을 거 다 해서 보내줘. 와서 반찬도 해줘. 누나는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야. 보면 누나도 말도 없고 힘도 없어요."]

하지만, 이같은 누나의 간호에도 서 씨의 증세는 점점 악화됐는데요.

지난 2월에는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얼마 안가 스스로 퇴원했다고 합니다.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친척들이 자꾸 병원에서 치료하자고 이야기하고 상담사도 이야기하니까 자기가 스스로 자의로 (입원)해서 2월 28일까지 있다가 (퇴원 했어요)."]

퇴원 후에는 약도 먹지 않고 치료도 거부한 채 외부인과의 접촉도 꺼렸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평소에도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나오지를 않아요. 우리가 가서 두드려도 문을 안 열어줘요. 그 정도로 심해요."]

동생 걱정으로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던 누나.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누나는 동생이 보내준 반찬을 먹지 않고 밥만 먹고 있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누나뿐이 안 와. 누나만 와서 반찬해주고 집도 좀 치워주고 그날도 장을 잔뜩 봐서 왔더라고. 보살펴 주러 와갖고 괜히. 세상에 얼마나 안됐어. 그때까지 보살펴주고 흉기에 맞아 죽는다는 게 얼마나 서글픈 일이야."]

구속 영장이 발부된 서 씨는 구속에 앞서 한 달 간 치료와 검사를 받게 될 거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는 최근 뉴스를 통해 계속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웃과 가족까지 안타까운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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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3 12:46:02
    • 수정2019-05-03 12:48:29
    뉴스 12
[앵커]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이 이웃들을 살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요.

부산에서 삼십년간 조현병을 앓아온 남성이 친누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목포에서 부산을 오가며 세 살 터울의 바로 아래 동생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왔던 걸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는데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부산의 한 지역 정신건강센터 직원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 모 씨를 만나러 갔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역 정신건강센터 직원/음성변조 : "예전에 갔을 때랑 반응이 다르셔서 좀 이상했던 게 있었고요. (누나는) 그냥 '집에 누워 있다'고 하셨어요."]

며칠 전, 누나의 요청으로 두 차례 상담차 방문했지만 입원을 거부해 예의주시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지역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정신건강센터 직원하고 같이 가서 24일에 만났고 다음 날 한 번 더 갔어요. 입원을 시키고자. 25일에 갔더니 누나가 계신 거예요. 본인이 입원을 안 하시겠다고 하니까, 누나가 '하도 동생이 입원을 안 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내가 며칠만 더 돌보고 그때 입원을 결정하겠습니다.' 라고 하신 거예요. 모니터링을 계속하기로 하고 29일에 일정을 잡은 거예요."]

동생을 돌보겠다던 누나가 사라진 걸 이상하게 느낀 정신건강센터 직원은 경찰에 신고합니다.

그런데, 경찰의 방문에도 서 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문 틈을 통해 짧은 대화만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박정배/부산 사하경찰서 형사과장 : "열린 (창)문으로 피의자에게 누나는 어디 있느냐고 이야기하니 안에 자고 있다…. 1층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하니 안방에 피해자가 사망해 있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안방에는 누나가 피를 흘리고 엎어져 쓰러져 있고 이 사람은 속옷만 입고 발가벗은 채로 작은방에 웅크리고 있고…."]

당시 상황입니다.

경찰 여러 명이 서 씨의 양팔과 다리를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경찰은 서 씨가 누나와 지내다 지난달 27일 쯤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흘간 방 안에 누나의 시신을 두고 함께 지낸 겁니다.

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가 죽였다는 소리는 안하고 용서해달라고 하고 눈물 흘리고 그런 것 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범행을) 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20대 때부터 조현병을 앓아왔다는 서 씨.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20대, 30대 초중반에는 자기 형이 일하는 데서 일을 좀 했어요. 차 운전도 좀 하고. 약을 먹고 괜찮아져서 일을 또 시키고 했는데…."]

여러차례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3년 전, 고향인 목포를 떠나 부산에 정착한 뒤 혼자 살아왔습니다.

이웃들과는 어땠을까요?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환청이 있다 보니까 밤에 윗집에서 물만 떨어져도 잠을 못 자는 거예요. 혼자 방안에서 방바닥을 치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고함도 지르고 물건을 막 자기가 던져놓고 위에서 그랬다고 소음이 나서 못살겠다고 하고. 진짜 말도 못해요."]

2남 3녀 중 장녀였던 피해자는 목포에서 부산을 오가며 세 살 터울의 아픈 동생을 보살폈는데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청소해주고 반찬해주고. 내가 물으니까 (피의자 서 씨가) 병원에 입원하라고 해도 입원도 안하고 자기 애를 먹인다고 걱정을 하는 거야. 누나가."]

최근 서 씨가 다리를 다쳐 거동까지 불편해지면서, 누나는 며칠씩 머물며 동생을 돌봤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면 한 일주일 있다가 뒷바라지 좀 해주고 음식도 좀 해주고 그러다가 내려가고 그랬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누나도 사는 게 변변찮은가 보더라고. 그래도 먹을 거 다 해서 보내줘. 와서 반찬도 해줘. 누나는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야. 보면 누나도 말도 없고 힘도 없어요."]

하지만, 이같은 누나의 간호에도 서 씨의 증세는 점점 악화됐는데요.

지난 2월에는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얼마 안가 스스로 퇴원했다고 합니다.

[부산사하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친척들이 자꾸 병원에서 치료하자고 이야기하고 상담사도 이야기하니까 자기가 스스로 자의로 (입원)해서 2월 28일까지 있다가 (퇴원 했어요)."]

퇴원 후에는 약도 먹지 않고 치료도 거부한 채 외부인과의 접촉도 꺼렸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평소에도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나오지를 않아요. 우리가 가서 두드려도 문을 안 열어줘요. 그 정도로 심해요."]

동생 걱정으로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던 누나.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누나는 동생이 보내준 반찬을 먹지 않고 밥만 먹고 있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누나뿐이 안 와. 누나만 와서 반찬해주고 집도 좀 치워주고 그날도 장을 잔뜩 봐서 왔더라고. 보살펴 주러 와갖고 괜히. 세상에 얼마나 안됐어. 그때까지 보살펴주고 흉기에 맞아 죽는다는 게 얼마나 서글픈 일이야."]

구속 영장이 발부된 서 씨는 구속에 앞서 한 달 간 치료와 검사를 받게 될 거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는 최근 뉴스를 통해 계속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웃과 가족까지 안타까운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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