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칩’…첨단 신기원? 또다른 위협?

입력 2019.05.04 (22:11) 수정 2019.05.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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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 다섯 명 중 네 명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게 된 휴대전화를 비롯해서 각종 스마트 기기의 최근 화두는 '웨어러블', 즉 '착용할 수 있는' 장비 개발입니다.

스마트 워치를 비롯해서 가상 현실을 즐길 수 있는 VR 안경,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을 텐데요.

이 '웨어러블' 수준을 넘어 인체에 직접 칩을 삽입하는 차세대 기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민효 특파원이 '칩 임플란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리포트]

눈에 ... 얼굴에 ...목에 ...

인공 칩을 삽입해 신분증은 물론 스마트폰조차 필요 없는 세상,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미래에 2019년 오늘, 인류는 얼마나 가까이 와있을까요?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르는 스웨덴 스톡홀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 회사에선 첫 인사법부터 사뭇 다릅니다.

["(굉장히 단순하네요?) 홀로그램부터 보시죠."]

["저의 역할은 회원사들, 그리고 외부 방문객들에게..."]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명함 속 정보는 손 안에도, 들어있습니다.

인체 삽입형 마이크로 칩, '칩 임플란트' 시술을 통해섭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이 손 안에 있습니다. (거슬리진 않나요?) 전혀요."]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네)"]

["(제 칩으로 음료수를) 살 수 있습니다. 음료수를 꺼낸 다음, 완료!"]

손 안에 넣은 칩만 있으면 출입증 없이 출근하고 열쇠 없이도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복사를 할 때도 칩을 이용합니다.

10 밀리미터 안팎의 유리 재질로 된 마이크로칩은 집적 회로와 신호를 받는 안테나로 구성됩니다.

칩에 일정한 기능을 부여한 뒤 칩을 읽는 '리더'로 인식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 등을 통해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삽입형 임플란트와 동일한 칩이 들어있는 패치입니다.

이곳 에피센터엔 서른 개 정도의 출입문이 있는데요. 이 칩만 있으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합니다.

4년 전 에피 센터에선 칩 임플란트를 도입했고 직원 스무 명 대부분이 칩을 삽입했습니다.

[조세핀알브렉손/에피 센터 직원 : "제게 칩은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도구인걸요. 에피 센터를 그만두더라도 이용할 수 있고요. 예를 들면 철도 회원권과 연동이 돼 있고요."]

에피 센터에 등록한 4백여 개 스타트업 회사들도 칩 임플란트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얀스 요한손/에피 센터 회원사 직원 : "꺼내고 싶으면 그냥 의사한테 가서 꺼내면 되죠. 30초 만에요."]

[토마스 벤스/스타트업 회사 직원 : "(보안 측면에서 위험성은 없나요?) 24시간 일주일 내내 감시당하는 느낌은 어떠냐고 묻는데, 이건 패시브(수동적) 칩입니다. 어떤 신호도 보낼 수 없어요."]

입사 1년 차인 제이콥 씨도 칩 임플란트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시술은 대개 일반 피어싱 가게에서 이뤄집니다.

전용 주사기를 쓰는 것 외에 귀나 코를 뚫는 피어싱과 방식도, 주의 사항도 비슷합니다.

["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빠르고 쉽죠? (네, 조금 아프지만요.)"]

일주일에 4~5명꼴, 지금까지 8백 명에게 시술했는데, 큰 부작용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칩을 넣은 뒤 제이콥 씨가 곧바로 향한 곳은 퇴근길 기차역.

미리 결제만 하면 표 없이도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스웨덴 철도청은 티켓 확인 시스템에 칩 임플란트를 시범 적용했습니다.

국내 기차뿐 아니라 유럽 내 연결편과 지하철까지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지금까지 칩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전 세계에 만 명 정도 됩니다.

그중 절반 가량인 오천 명이 이곳 스웨덴에 있는데요, 칩 임플란트가 유독 스웨덴에 집중된 이유는 뭘까요?

이미 10년 전부터 '화폐 없는 사회'를 내세운 스웨덴, 모든 금융 거래의 디지털 전환 속에 사회 전반의 정보화도 가속화했습니다.

강소기업의 오랜 전통에 IT 친화적 문화가 더해지면서 스톡홀름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급부상했습니다.

이 첨단 하이테크의 실험장에서도 칩 임플란트는 건강과 검역, 군사 분야 등을 선도할 가장 잠재력이 큰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체 자체에 기술이 결합되는'사이보그'의 첫 단계로 평가됩니다.

[하네스 쉐브러드/에피 센터 디지털 전략 대표 : "기계는 끊임없이 똑똑해지지만, 인간의 지능은 같은 속도로 영리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과 기술 융합을 통해서, 우리는 이 곡선처럼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 장벽도 높습니다. 특히 직장에서의 칩 임플란트 사용은 스웨덴과 벨기에, 미국 정도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직원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때문입니다.

프라이버시 침해같은 윤리적 문제와 무분별한 감시 사회, 이른바 '빅 브라더'의 출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마틴 톤델 /웁살라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바이오 인식 시스템, 소비 패턴, 카드 사용등 모든 개인 정보가 이 칩 안에 저장되는 것, 과연 우리가 이걸 원하는 건가요? 또 누가 이 데이터에 접근권을 갖게 되는 걸까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기술의 신기원이냐, 인간 존엄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냐, 2019년판 사이보그, 칩 임플란트는 또다른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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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몸 안의 ‘칩’…첨단 신기원? 또다른 위협?
    • 입력 2019-05-04 22:17:51
    • 수정2019-05-05 17: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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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 다섯 명 중 네 명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게 된 휴대전화를 비롯해서 각종 스마트 기기의 최근 화두는 '웨어러블', 즉 '착용할 수 있는' 장비 개발입니다.

스마트 워치를 비롯해서 가상 현실을 즐길 수 있는 VR 안경,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을 텐데요.

이 '웨어러블' 수준을 넘어 인체에 직접 칩을 삽입하는 차세대 기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민효 특파원이 '칩 임플란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리포트]

눈에 ... 얼굴에 ...목에 ...

인공 칩을 삽입해 신분증은 물론 스마트폰조차 필요 없는 세상,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미래에 2019년 오늘, 인류는 얼마나 가까이 와있을까요?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르는 스웨덴 스톡홀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이 회사에선 첫 인사법부터 사뭇 다릅니다.

["(굉장히 단순하네요?) 홀로그램부터 보시죠."]

["저의 역할은 회원사들, 그리고 외부 방문객들에게..."]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명함 속 정보는 손 안에도, 들어있습니다.

인체 삽입형 마이크로 칩, '칩 임플란트' 시술을 통해섭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이 손 안에 있습니다. (거슬리진 않나요?) 전혀요."]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네)"]

["(제 칩으로 음료수를) 살 수 있습니다. 음료수를 꺼낸 다음, 완료!"]

손 안에 넣은 칩만 있으면 출입증 없이 출근하고 열쇠 없이도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복사를 할 때도 칩을 이용합니다.

10 밀리미터 안팎의 유리 재질로 된 마이크로칩은 집적 회로와 신호를 받는 안테나로 구성됩니다.

칩에 일정한 기능을 부여한 뒤 칩을 읽는 '리더'로 인식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 등을 통해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삽입형 임플란트와 동일한 칩이 들어있는 패치입니다.

이곳 에피센터엔 서른 개 정도의 출입문이 있는데요. 이 칩만 있으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합니다.

4년 전 에피 센터에선 칩 임플란트를 도입했고 직원 스무 명 대부분이 칩을 삽입했습니다.

[조세핀알브렉손/에피 센터 직원 : "제게 칩은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도구인걸요. 에피 센터를 그만두더라도 이용할 수 있고요. 예를 들면 철도 회원권과 연동이 돼 있고요."]

에피 센터에 등록한 4백여 개 스타트업 회사들도 칩 임플란트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얀스 요한손/에피 센터 회원사 직원 : "꺼내고 싶으면 그냥 의사한테 가서 꺼내면 되죠. 30초 만에요."]

[토마스 벤스/스타트업 회사 직원 : "(보안 측면에서 위험성은 없나요?) 24시간 일주일 내내 감시당하는 느낌은 어떠냐고 묻는데, 이건 패시브(수동적) 칩입니다. 어떤 신호도 보낼 수 없어요."]

입사 1년 차인 제이콥 씨도 칩 임플란트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시술은 대개 일반 피어싱 가게에서 이뤄집니다.

전용 주사기를 쓰는 것 외에 귀나 코를 뚫는 피어싱과 방식도, 주의 사항도 비슷합니다.

["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빠르고 쉽죠? (네, 조금 아프지만요.)"]

일주일에 4~5명꼴, 지금까지 8백 명에게 시술했는데, 큰 부작용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칩을 넣은 뒤 제이콥 씨가 곧바로 향한 곳은 퇴근길 기차역.

미리 결제만 하면 표 없이도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스웨덴 철도청은 티켓 확인 시스템에 칩 임플란트를 시범 적용했습니다.

국내 기차뿐 아니라 유럽 내 연결편과 지하철까지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지금까지 칩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전 세계에 만 명 정도 됩니다.

그중 절반 가량인 오천 명이 이곳 스웨덴에 있는데요, 칩 임플란트가 유독 스웨덴에 집중된 이유는 뭘까요?

이미 10년 전부터 '화폐 없는 사회'를 내세운 스웨덴, 모든 금융 거래의 디지털 전환 속에 사회 전반의 정보화도 가속화했습니다.

강소기업의 오랜 전통에 IT 친화적 문화가 더해지면서 스톡홀름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급부상했습니다.

이 첨단 하이테크의 실험장에서도 칩 임플란트는 건강과 검역, 군사 분야 등을 선도할 가장 잠재력이 큰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체 자체에 기술이 결합되는'사이보그'의 첫 단계로 평가됩니다.

[하네스 쉐브러드/에피 센터 디지털 전략 대표 : "기계는 끊임없이 똑똑해지지만, 인간의 지능은 같은 속도로 영리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과 기술 융합을 통해서, 우리는 이 곡선처럼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 장벽도 높습니다. 특히 직장에서의 칩 임플란트 사용은 스웨덴과 벨기에, 미국 정도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직원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때문입니다.

프라이버시 침해같은 윤리적 문제와 무분별한 감시 사회, 이른바 '빅 브라더'의 출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마틴 톤델 /웁살라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바이오 인식 시스템, 소비 패턴, 카드 사용등 모든 개인 정보가 이 칩 안에 저장되는 것, 과연 우리가 이걸 원하는 건가요? 또 누가 이 데이터에 접근권을 갖게 되는 걸까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기술의 신기원이냐, 인간 존엄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냐, 2019년판 사이보그, 칩 임플란트는 또다른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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