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다시 불붙은 낙태 논쟁

입력 2019.05.16 (20:37) 수정 2019.05.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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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화면에 우리가 잘 아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있네요?

[기자]

네, '레지던트 이블'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이 분들이 미국에서 무언가를 막으려고 나섰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다시 불붙은 낙태 논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는 등 세계적인 낙태 허용 흐름과 달리 미국 일부 주에서는 초강력 낙태 금지 법안이 연이어 통과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은 찬성 25표, 반대 6표로 낙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서 어제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낙태가 금지됐습니다.

이 법안은 임신한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됩니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하 10년, 최고 99년 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클라이드 챔블리스/미 앨라배마 주상원의원 : "우리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이미 미시시피, 켄터키, 조지아 등 4개 주에서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데 이어 5번째 입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20여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조치가 통과되거나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법안이 통과된 지역을 보니까 미국 중남부에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들이네요?

[기자]

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지역적으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소속 지역인데요.

CNN 방송은 앨러배마주 법안 통과 때 찬성표를 던진 25명의 상원의원이 모두 남성에 공화당 소속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단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은 성폭행 가해자보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더 중한 형을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바비 싱글턴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바비 싱글턴/앨라배마주 민주당 상원의원 : "당신들은 낙태 금지법으로 앨라배마주를 성폭행한 겁니다."]

SNS 상에서도 낙태 금지법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하면서 할리우드 스타들도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앞서 봤던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유하며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주연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로 대 웨이드'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투표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캡틴 아메리카가 지키겠다는 게 '로 대 웨이드'라고 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포함한 프라이버시는 헌법적 권리'라면서 임신 24주까지는 여성의 의지와 선택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입니다.

노마 매코비라는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명의 대법관이 새로 취임하면서 현재 미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과거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거죠.

미국에서 낙태 관련 이슈는 주로 연예계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낙태 금지법이 통과된 조지아주가 표적이 됐는데요.

조지아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어벤저스' 등의 주 무대죠.

[브라이언 캠프/조지아 주지사 : "모든 생명에는 가치가 있으며, 중요하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선언입니다."]

캠프 주지사의 낙태 금지법안 시행에 영화 제작자들과 배우들이 조지아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인터스텔라, 미션 임파서블 등 유명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도 있고요.

'미투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조지아주가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직후인 지난 10일 트위터에 낙태 금지법에 항의하는 '성파업'에 모든 여성이 참여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알리사 밀라노/배우 : "중년의 백인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결정하는 건 불공정한 일입니다.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조지아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는 20만 명, 이와 관련한 경제활동 규모는 약 70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영화산업 관련 LA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고 CNN과 LA 타임스 등이 보도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네, 우선 낙태 금지법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미국시민자유 연맹인데요.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제니퍼 달븐/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대표 : "우리는 법정으로 갈 것이고,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 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적으로 기대합니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시리즈의 감독 J J 에이브럼스가 조지아주에 있는 이 단체에 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낙태 금지법 지지자들은 오히려 위헌 소송을 반긴다는 미 언론보도도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과거 판례를 뒤집어 낙태를 금지시킬 것이라는 거죠.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해 9월 조사를 했는데, 낙태가 합법이라는 비율은 58%였습니다.

그런데 공화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낙태가 불법이라는 여론이 59%였습니다.

비율이 역전된거죠.

낙태를 허용하는 추세인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이 낙태 금지로 되돌아가려는 이유가 살짝 엿보이시나요?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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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다시 불붙은 낙태 논쟁
    • 입력 2019-05-16 20:43:33
    • 수정2019-05-16 20:53:33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화면에 우리가 잘 아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있네요?

[기자]

네, '레지던트 이블'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이 분들이 미국에서 무언가를 막으려고 나섰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다시 불붙은 낙태 논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는 등 세계적인 낙태 허용 흐름과 달리 미국 일부 주에서는 초강력 낙태 금지 법안이 연이어 통과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은 찬성 25표, 반대 6표로 낙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어서 어제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낙태가 금지됐습니다.

이 법안은 임신한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됩니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하 10년, 최고 99년 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클라이드 챔블리스/미 앨라배마 주상원의원 : "우리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이미 미시시피, 켄터키, 조지아 등 4개 주에서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데 이어 5번째 입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20여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조치가 통과되거나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법안이 통과된 지역을 보니까 미국 중남부에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들이네요?

[기자]

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지역적으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소속 지역인데요.

CNN 방송은 앨러배마주 법안 통과 때 찬성표를 던진 25명의 상원의원이 모두 남성에 공화당 소속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단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은 성폭행 가해자보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더 중한 형을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바비 싱글턴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바비 싱글턴/앨라배마주 민주당 상원의원 : "당신들은 낙태 금지법으로 앨라배마주를 성폭행한 겁니다."]

SNS 상에서도 낙태 금지법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하면서 할리우드 스타들도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앞서 봤던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유하며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주연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로 대 웨이드'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투표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캡틴 아메리카가 지키겠다는 게 '로 대 웨이드'라고 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네,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포함한 프라이버시는 헌법적 권리'라면서 임신 24주까지는 여성의 의지와 선택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입니다.

노마 매코비라는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명의 대법관이 새로 취임하면서 현재 미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과거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거죠.

미국에서 낙태 관련 이슈는 주로 연예계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낙태 금지법이 통과된 조지아주가 표적이 됐는데요.

조지아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어벤저스' 등의 주 무대죠.

[브라이언 캠프/조지아 주지사 : "모든 생명에는 가치가 있으며, 중요하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선언입니다."]

캠프 주지사의 낙태 금지법안 시행에 영화 제작자들과 배우들이 조지아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인터스텔라, 미션 임파서블 등 유명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도 있고요.

'미투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조지아주가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직후인 지난 10일 트위터에 낙태 금지법에 항의하는 '성파업'에 모든 여성이 참여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알리사 밀라노/배우 : "중년의 백인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결정하는 건 불공정한 일입니다.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조지아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는 20만 명, 이와 관련한 경제활동 규모는 약 70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영화산업 관련 LA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고 CNN과 LA 타임스 등이 보도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네, 우선 낙태 금지법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미국시민자유 연맹인데요.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제니퍼 달븐/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대표 : "우리는 법정으로 갈 것이고,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 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적으로 기대합니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시리즈의 감독 J J 에이브럼스가 조지아주에 있는 이 단체에 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낙태 금지법 지지자들은 오히려 위헌 소송을 반긴다는 미 언론보도도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과거 판례를 뒤집어 낙태를 금지시킬 것이라는 거죠.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해 9월 조사를 했는데, 낙태가 합법이라는 비율은 58%였습니다.

그런데 공화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낙태가 불법이라는 여론이 59%였습니다.

비율이 역전된거죠.

낙태를 허용하는 추세인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이 낙태 금지로 되돌아가려는 이유가 살짝 엿보이시나요?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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