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기존 신도시 사망선고”…‘1·2기 vs 3기’ 왜?

입력 2019.05.17 (08:30) 수정 2019.05.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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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 2기 신도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교통 기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코 앞에 또 다른 신도시를 세우냐, 기존 신도시는 버리겠다는 것이냐 격한 반응인데요.

내일 다시 2차 집회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전 6시 반.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 지구의 광역버스 정류장입니다.

출근 시간을 앞둔 이른 시간인데, 이곳 주민들은 이미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이영래/운정신도시 주민 : "여의도 출근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항상 힘드니까요.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걸리고) 또 차가 많지 않으니까 어렵습니다."]

저마다 휴대전화 앱을 켜고 버스가 어디쯤 왔나 확인하는 직장인들.

이렇게 일찍 나왔지만, 서서 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는 2층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데요, 빈 좌석은 겨우 7자리 밖에 없습니다.

[김희성/운정신도시 주민 : "서울 나가는 마지막 정류장이니까 자리가 앞에서 다 차서 오거나 너무 길다보니까 배차간격이."]

전철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로 나가는 대중교통은 광역 버스가 유일한 상황. 그나마 한 번에 타면 다행입니다.

[윤재규/운정신도시 주민 : "광화문 가는 걸 타야 되는데 계속 사람이 꽉 차서 저기 한빛마을 1단지에는 탈수가 없어서 여기 와서……."]

결국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계속 놓치자 일단 서울까지 가는 다른 노선 버스를 타고 지하철 환승을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신도시에 이사 온 뒤로는 매일 아침마다 출근길이 고역입니다.

[윤재규/운정신도시 주민 : "하루에 평균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를 출퇴근 하는데 보내야 되니까 삶의 질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요."]

[김지예/운정신도시 주민 : "아침에 잠 못 자는 거요. 아무래도 서울 사는 사람들보다 1시간이나 1시간 반씩은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교통수단이 많이 없으니까……."]

21만 명이 사는 파주 운정지구는 2기 신도시 발표 당시 지하철 3호선을 일산에서 연장하고 GTX를 개통하겠다는 광역 교통 청사진이 제시됐습니다.

입주민들이 낸 분양가에는 교통분담금 2조 2백여 억원이 포함됐는데요.

하지만 이 가운데 지켜진 건 단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여기서 GTX 개통되면 삼성까지 19분이다 이런 광고를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획기적인 거잖아요. 교통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아지지 않고 있거든요 전혀."]

서울까지 간다던 급행철도 GTX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착공식을 했지만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난다는 건지 주민들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 모습인데요.

문제는 교통뿐만이 아닙니다.

2기 신도시는 생활기반 시설조차 자리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유환준/운정신도시연합회 부회장 : "도시라 하면 교통망이 첫째로 개설돼야 하고 두 번째는 종합병원이라든지 경찰서라든지 백화점이라든지 이런 게 한 개도 없어요, 지금.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자, 그렇다면 1기 신도시인 일산은 상황이 좀 나을까요?

[이진우/일산신도시 주민 : "옛날 신도시 지을 때 92년, 93년도 때 그대로예요. 변한 게 없어요. 아침에 여기서 차 몰고 홍대 앞까지 가면 1시간 20분에서 반 걸릴 거예요, 아마. 파주 쪽에서 내려오는 차 때문에 더 많아졌죠."]

서울 가는 길목에서 매일 교통체증과의 전쟁을 벌이는 건 일산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울 가는 길목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이 나오자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진우/일산신도시 주민 : "전 세계에 이렇게 베드타운을 지은 나라가 없어요. 생산시설을 같이 껴서 지어야지. 그래야 서울 사람들도 옮기는 거죠. 베드타운을 지으면 안 돼요."]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교통이 더 나아질 거라고 예상하고 온 거지 여기서 더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3기 신도시 얘기가 나와 버리고 그쪽은 교통부터 해결할 거다 해버리니까 현재 2기 신도시가 완전 충격 상태가 된 거죠. 모든 주민들이."]

이같은 3기 신도시 발표에 주민뿐만 아니라 상가도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이의철/일산신도시 OO부동산 : "일산 분위기가 많이 심각합니다. 기존에 아파트도 빈집들이 굉장히 많고요. 지금 집을 내놨는데 매매가 잘 안 되고 있거든요."]

[임은희/운정신도시 OO인테리어 : "저희 같은 업종은 진짜 희망이 없다고 해야 되나 요즘 상황에서는. 그 정도로 힘들어요. 원래는 한 달 전에 (예약 일정이) 싹 들어와야 하거든. 그런데 거의 없는 거죠, 예약이."]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도 않은 인천 검단 신도시 역시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검단신도시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7만 5천세대가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3기 신도시 발표를 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여기 다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침체되고 난리예요."]

광역교통망 확충, 첨단기업 입주 등 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온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이미 구축되어 있는 도시 내로 교통을 확충하든지 인프라를 형성하면 될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 속된 말로 여기 파고 저기파고 해가지고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소정/운정신도시 주민 : "2기 신도시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놓고 교통에 대한 게 아무 대책이 없고 해결도 안 된 상태에서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서 (서울과) 가까운 1km 거리에 3기 신도시를 형성한다고 발표를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기에 지금 살고 있는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

내일 저녁,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다시 벌일 예정입니다.

내일 집회에는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뿐 아니라 한강,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도 가세한다고 하는데요.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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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기존 신도시 사망선고”…‘1·2기 vs 3기’ 왜?
    • 입력 2019-05-17 08:41:16
    • 수정2019-05-17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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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 2기 신도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교통 기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코 앞에 또 다른 신도시를 세우냐, 기존 신도시는 버리겠다는 것이냐 격한 반응인데요.

내일 다시 2차 집회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전 6시 반.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 지구의 광역버스 정류장입니다.

출근 시간을 앞둔 이른 시간인데, 이곳 주민들은 이미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이영래/운정신도시 주민 : "여의도 출근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항상 힘드니까요.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걸리고) 또 차가 많지 않으니까 어렵습니다."]

저마다 휴대전화 앱을 켜고 버스가 어디쯤 왔나 확인하는 직장인들.

이렇게 일찍 나왔지만, 서서 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는 2층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데요, 빈 좌석은 겨우 7자리 밖에 없습니다.

[김희성/운정신도시 주민 : "서울 나가는 마지막 정류장이니까 자리가 앞에서 다 차서 오거나 너무 길다보니까 배차간격이."]

전철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로 나가는 대중교통은 광역 버스가 유일한 상황. 그나마 한 번에 타면 다행입니다.

[윤재규/운정신도시 주민 : "광화문 가는 걸 타야 되는데 계속 사람이 꽉 차서 저기 한빛마을 1단지에는 탈수가 없어서 여기 와서……."]

결국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계속 놓치자 일단 서울까지 가는 다른 노선 버스를 타고 지하철 환승을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신도시에 이사 온 뒤로는 매일 아침마다 출근길이 고역입니다.

[윤재규/운정신도시 주민 : "하루에 평균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를 출퇴근 하는데 보내야 되니까 삶의 질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요."]

[김지예/운정신도시 주민 : "아침에 잠 못 자는 거요. 아무래도 서울 사는 사람들보다 1시간이나 1시간 반씩은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교통수단이 많이 없으니까……."]

21만 명이 사는 파주 운정지구는 2기 신도시 발표 당시 지하철 3호선을 일산에서 연장하고 GTX를 개통하겠다는 광역 교통 청사진이 제시됐습니다.

입주민들이 낸 분양가에는 교통분담금 2조 2백여 억원이 포함됐는데요.

하지만 이 가운데 지켜진 건 단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여기서 GTX 개통되면 삼성까지 19분이다 이런 광고를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획기적인 거잖아요. 교통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아지지 않고 있거든요 전혀."]

서울까지 간다던 급행철도 GTX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착공식을 했지만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난다는 건지 주민들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 모습인데요.

문제는 교통뿐만이 아닙니다.

2기 신도시는 생활기반 시설조차 자리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유환준/운정신도시연합회 부회장 : "도시라 하면 교통망이 첫째로 개설돼야 하고 두 번째는 종합병원이라든지 경찰서라든지 백화점이라든지 이런 게 한 개도 없어요, 지금.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자, 그렇다면 1기 신도시인 일산은 상황이 좀 나을까요?

[이진우/일산신도시 주민 : "옛날 신도시 지을 때 92년, 93년도 때 그대로예요. 변한 게 없어요. 아침에 여기서 차 몰고 홍대 앞까지 가면 1시간 20분에서 반 걸릴 거예요, 아마. 파주 쪽에서 내려오는 차 때문에 더 많아졌죠."]

서울 가는 길목에서 매일 교통체증과의 전쟁을 벌이는 건 일산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울 가는 길목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이 나오자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진우/일산신도시 주민 : "전 세계에 이렇게 베드타운을 지은 나라가 없어요. 생산시설을 같이 껴서 지어야지. 그래야 서울 사람들도 옮기는 거죠. 베드타운을 지으면 안 돼요."]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교통이 더 나아질 거라고 예상하고 온 거지 여기서 더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3기 신도시 얘기가 나와 버리고 그쪽은 교통부터 해결할 거다 해버리니까 현재 2기 신도시가 완전 충격 상태가 된 거죠. 모든 주민들이."]

이같은 3기 신도시 발표에 주민뿐만 아니라 상가도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이의철/일산신도시 OO부동산 : "일산 분위기가 많이 심각합니다. 기존에 아파트도 빈집들이 굉장히 많고요. 지금 집을 내놨는데 매매가 잘 안 되고 있거든요."]

[임은희/운정신도시 OO인테리어 : "저희 같은 업종은 진짜 희망이 없다고 해야 되나 요즘 상황에서는. 그 정도로 힘들어요. 원래는 한 달 전에 (예약 일정이) 싹 들어와야 하거든. 그런데 거의 없는 거죠, 예약이."]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도 않은 인천 검단 신도시 역시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검단신도시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7만 5천세대가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3기 신도시 발표를 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여기 다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침체되고 난리예요."]

광역교통망 확충, 첨단기업 입주 등 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온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운정신도시 주민/음성변조 : "이미 구축되어 있는 도시 내로 교통을 확충하든지 인프라를 형성하면 될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 속된 말로 여기 파고 저기파고 해가지고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소정/운정신도시 주민 : "2기 신도시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놓고 교통에 대한 게 아무 대책이 없고 해결도 안 된 상태에서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서 (서울과) 가까운 1km 거리에 3기 신도시를 형성한다고 발표를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기에 지금 살고 있는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

내일 저녁,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다시 벌일 예정입니다.

내일 집회에는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뿐 아니라 한강,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도 가세한다고 하는데요.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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