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30대 집배원의 돌연사…지금 집배원들은?

입력 2019.06.03 (08:33) 수정 2019.06.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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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13일, 한 젊은 집배원이 퇴근한 뒤 집에서 숨졌습니다.

사망 원인은 돌연사였는데요.

34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는 매일 1,2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송하면서도, 힘든 내색은 없었다고 합니다.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집배원의 하루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앞에 집배원들이 모였습니다.

["과로사를 끝장내자. 과로사를 끝장내자."]

고 이은장 집배원의 가족들은 이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데요.

올해 들어 과로로 추정돼 사망한 집배원만 5명.

현재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는 2명입니다.

[전병준/故전경학 집배원 아들 : "집배원의 근무 실황은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새벽같이 출근하여 해가 떨어진 후 돌아오시고, 주말에는 녹초가 되어 잠만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며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 집배원은 지난달 13일,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간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돌연사였는데요.

충남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왔던 이 집배원.

하루 1,200통 넘는 우편물을 배달해왔는데요.

집배원들 사이에서도 꺼리던 지역을 도맡아 왔다는게 가족의 얘기입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동료들 말은 그 구역이 좀 많이 꺼리는 구역이라서 힘들고 그래서 비정규직 근로자죠. 그런 사람들이 거기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산도 올라가야 되고 집마다 떨어져 있는 공간도 너무 넓고 그러니까 시간이나 몸이나 힘들죠."]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동료와 유족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해왔다고 말하는데요.

[구향모/故이은장 집배원 어머니 : "김밥 한 줄 사서 내내 먹으면서 다니고 물 한 모금도 워낙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하니. 9시가 넘었는데 와서 ‘엄마 밥 못 먹었어, 배고파’ 밥 달라고 하더라고요."]

분리작업을 다 하지못해 집까지 갖고와 하는 날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이었던 이 집배원이 상사가 기르던 반려동물을 돌보는 등 개인적인 업무까지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상사가) 개를 키운다고 하더라고요. 개 똥 치우는 거랑 사료 주는 거랑 이런 거를 은장이한테 거의 시킨 것 같더라고요. ‘이삿짐 도와 달라’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간 것 같더라고요."]

정규직 전환을 두 달 앞두고 있어 상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집에서는 오랫동안 비정규직을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는 거 아니까, 최대한 해서 얼른 빨리 되려고 그런 거 감수하면서 했던 것 같더라고요."]

과연 우체국 집배원들의 업무는 어느 정도일까요?

한 우체국입니다.

택배상자들이 가득한데요.

업무 시작 시간보다 일찍 나와 분류와 차에 싣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루 7백 곳 이상을 배달해야 하기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하루 이동 거리만 140km에 이른다고 합니다.

[강석철/우체국 집배원 : "(잠깐 숨 돌릴 시간도 없네요?) 천천히 하고 싶어도 몸이 알아서 빨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저녁 늦게까지 끝나기 어려우니까."]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인 점심시간, 얼마 정도 될까요? 30분 남짓한 시간에 점심도 서둘러야 하는데요.

김밥으로 대충 때우거나 굶기도 일쑤라는데요.

두 번이나 과로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강석철/우체국 집배원 : "등기우편물들이 폭주 시기에 계속 겹쳐서 그때 많이 과로해서 누적 과로에 쓰러져서 심정지까지 왔던 거죠."]

하루에 한 명의 집배원이 처리하는 우편물, 얼마나 될까요?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일반 우편물 통상은 한 1500통. 등기, 택배는 130개. (배달 소요시간은)소포는 2분, 3분. 부재중일 경우는 전화 통화하고 하면 한 3분 정도 넘을 수도 있고요."]

이 같은 근무 환경에 아프지 않은 날이 없지만 병원조차 쉽게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조병일/우체국 집배원 : "웬만큼 아파서는 동료들도 그렇고 병원에 갈 생각을 못해요.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에게 그걸 다 분배해서 나가야하기 때문에 빠질 생각을 서로가 못하고 있어요."]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시간에 쫓기다보니까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보면 저희가 아무리 조심해도 차가 와서 들이 받아버리기도 하고 병가 내면 또 저희는 손해고 아파도 나와야하고…."]

몸이 지치다보니, 졸음운전을 하기도 하고 빠른 배달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조병일/우체국 집배원 : "오솔길을 질러가면 2~3분이면 가지만 돌아서 큰길로 가려면 15분에서 20분정도 걸리니까 빨리 끝내기 위해서 거기로 가는 건데 위험하긴 좀 많이 위험하죠."]

연간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은 2천7백여 시간.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보다 7백시간 가까이 더 많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저희는 흔히 말하면 공무원이 아닌 노비라고 얘기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똑같은 일이 계속 발생되는데도 정부나 우체국 쪽에서는 아무 대책이 없어요. 지금. 저는 그런 게 되게 답답한 거예요. 답답하고, 그 희생자가 제 동생이 됐다는 게 되게 억울한 거고…."]

해마다 택배량은 10% 가까이 늘고 있지만 집배원들은 그대로입니다.

인력 증원과 주5일 근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배원들은 이번달 총파업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우편 대란 가능성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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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3 08:36:27
    • 수정2019-06-03 1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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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13일, 한 젊은 집배원이 퇴근한 뒤 집에서 숨졌습니다.

사망 원인은 돌연사였는데요.

34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는 매일 1,2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송하면서도, 힘든 내색은 없었다고 합니다.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집배원의 하루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앞에 집배원들이 모였습니다.

["과로사를 끝장내자. 과로사를 끝장내자."]

고 이은장 집배원의 가족들은 이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데요.

올해 들어 과로로 추정돼 사망한 집배원만 5명.

현재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는 2명입니다.

[전병준/故전경학 집배원 아들 : "집배원의 근무 실황은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새벽같이 출근하여 해가 떨어진 후 돌아오시고, 주말에는 녹초가 되어 잠만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며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 집배원은 지난달 13일,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간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돌연사였는데요.

충남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왔던 이 집배원.

하루 1,200통 넘는 우편물을 배달해왔는데요.

집배원들 사이에서도 꺼리던 지역을 도맡아 왔다는게 가족의 얘기입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동료들 말은 그 구역이 좀 많이 꺼리는 구역이라서 힘들고 그래서 비정규직 근로자죠. 그런 사람들이 거기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산도 올라가야 되고 집마다 떨어져 있는 공간도 너무 넓고 그러니까 시간이나 몸이나 힘들죠."]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동료와 유족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해왔다고 말하는데요.

[구향모/故이은장 집배원 어머니 : "김밥 한 줄 사서 내내 먹으면서 다니고 물 한 모금도 워낙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하니. 9시가 넘었는데 와서 ‘엄마 밥 못 먹었어, 배고파’ 밥 달라고 하더라고요."]

분리작업을 다 하지못해 집까지 갖고와 하는 날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이었던 이 집배원이 상사가 기르던 반려동물을 돌보는 등 개인적인 업무까지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상사가) 개를 키운다고 하더라고요. 개 똥 치우는 거랑 사료 주는 거랑 이런 거를 은장이한테 거의 시킨 것 같더라고요. ‘이삿짐 도와 달라’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간 것 같더라고요."]

정규직 전환을 두 달 앞두고 있어 상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집에서는 오랫동안 비정규직을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는 거 아니까, 최대한 해서 얼른 빨리 되려고 그런 거 감수하면서 했던 것 같더라고요."]

과연 우체국 집배원들의 업무는 어느 정도일까요?

한 우체국입니다.

택배상자들이 가득한데요.

업무 시작 시간보다 일찍 나와 분류와 차에 싣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루 7백 곳 이상을 배달해야 하기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하루 이동 거리만 140km에 이른다고 합니다.

[강석철/우체국 집배원 : "(잠깐 숨 돌릴 시간도 없네요?) 천천히 하고 싶어도 몸이 알아서 빨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저녁 늦게까지 끝나기 어려우니까."]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인 점심시간, 얼마 정도 될까요? 30분 남짓한 시간에 점심도 서둘러야 하는데요.

김밥으로 대충 때우거나 굶기도 일쑤라는데요.

두 번이나 과로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강석철/우체국 집배원 : "등기우편물들이 폭주 시기에 계속 겹쳐서 그때 많이 과로해서 누적 과로에 쓰러져서 심정지까지 왔던 거죠."]

하루에 한 명의 집배원이 처리하는 우편물, 얼마나 될까요?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일반 우편물 통상은 한 1500통. 등기, 택배는 130개. (배달 소요시간은)소포는 2분, 3분. 부재중일 경우는 전화 통화하고 하면 한 3분 정도 넘을 수도 있고요."]

이 같은 근무 환경에 아프지 않은 날이 없지만 병원조차 쉽게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조병일/우체국 집배원 : "웬만큼 아파서는 동료들도 그렇고 병원에 갈 생각을 못해요.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에게 그걸 다 분배해서 나가야하기 때문에 빠질 생각을 서로가 못하고 있어요."]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시간에 쫓기다보니까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보면 저희가 아무리 조심해도 차가 와서 들이 받아버리기도 하고 병가 내면 또 저희는 손해고 아파도 나와야하고…."]

몸이 지치다보니, 졸음운전을 하기도 하고 빠른 배달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조병일/우체국 집배원 : "오솔길을 질러가면 2~3분이면 가지만 돌아서 큰길로 가려면 15분에서 20분정도 걸리니까 빨리 끝내기 위해서 거기로 가는 건데 위험하긴 좀 많이 위험하죠."]

연간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은 2천7백여 시간.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보다 7백시간 가까이 더 많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저희는 흔히 말하면 공무원이 아닌 노비라고 얘기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이재홍/故이은장 집배원 형 : "똑같은 일이 계속 발생되는데도 정부나 우체국 쪽에서는 아무 대책이 없어요. 지금. 저는 그런 게 되게 답답한 거예요. 답답하고, 그 희생자가 제 동생이 됐다는 게 되게 억울한 거고…."]

해마다 택배량은 10% 가까이 늘고 있지만 집배원들은 그대로입니다.

인력 증원과 주5일 근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배원들은 이번달 총파업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우편 대란 가능성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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