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인생 역전?…피하지 못한 감옥행

입력 2019.06.19 (12:48) 수정 2019.06.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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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로또 얘기입니다.

지난해 판매액이 4조원 가까이돼 역대 최고라고 하죠.

하루 평균 백억 원어치가 넘는 로또가 팔리지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백만분의 1로 일생에 한번 만나기 힘든 기회죠.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10여년 넘게 뉴스에 오르내린 한 남성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주점.

한 남성이 들어오더니 가게 종업원을 데리고 나가는데요.

잠시 뒤 이 남성은 사라지고, 경찰엔 신고 전화가 접수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품을 빼앗겼다. 범인이 지금 도망가고 있다. 그렇게 신고가 들어왔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가게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짜고짜 가게 주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근처 오락실 사장인데 너희 사장을 잘 안다. 오늘 저녁에 30명 정도 데리고 와서 회식할 건데 미리 계약금으로 내가 돈을 줄 텐데, 일단 사장하고 통화를 해봐라."]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계약금을 주겠다며 종업원을 데리고 나갔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어느 건물 입구에 들어가서 저기 4층에 가면 우리 형님들이 계약금을 줄 거니까 너는 가서 계약금을 받아와라."]

그렇게, 종업원이 계약금을 받으러 가려하자 선금만 받고 도망갈 수 있다면서 차고 있던 금목걸이와 금팔찌를 담보로 받아챙긴 뒤 택시를 잡아타고 그대로 달아난 겁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부산의 금은방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귀금속을 처분했죠."]

금품을 처분하면서 남겨놓은 인적사항은 가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도 한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신을 알지 이러면서 저번에 형이랑 같이 자리했잖아. 우리 가게에 왔었다면서 네가 사장이잖아 하니까. (내가) 이 사람을 알고 있구나(하고) 진짜 현혹될 정도로…."]

단체손님이 올 거라며 선금을 약속한 남자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빌딩으로 A씨를 데려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건물 앞에서 저기 가면 형네 가게니까 돈 6백만 원 줄 거니까 돈을 가져와라. 근데 일단 네 팔찌를 나한테 맡기고 가라. 차고 있던 팔찌는 350만 원 가량하는 금팔찌였죠."]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가자마자 속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철창에 문이 잠겨있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이 남자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렇게 이 범인은 부산과 대구의 식당 등 10여 곳에서 3천6백만 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의심을 하는 식당에는 조폭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의문점을 가지고 물어볼 경우에는 사장하고 친분을 내세우거나 혹은 '내가 어디 폭력조직의 누군데 너 가면 우리 형님들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맡기고 가라.' (조폭) 행세를 한 거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주하면서 범인이 남긴 말이 단서가 됐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범인이 택시기사한테 내가 로또 1등 당첨된 적이 있다. 로또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로또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이거죠."]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는 이 말.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은방 장부에 적힌 지인의 이름하고 연락처를 파악해서 수소문해보니까. 예전에 (주변) 사람이 로또에 당첨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본인의 영웅담에 결국 덜미가 잡힌 피의자는 30대 황 모 씨.

실제로 13년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19억 원 정도로, 세금을 제하고도 14억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황 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을 당시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은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뉴스가 됐는데요,

한번 보시죠.

[피해 PC방 주인/2006년 당시/음성변조 : "제가 돈을 빌려갔다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이 저한테 전화한다고 하니까 전화를 못하게 막으면서 위협을 조금 가한 뒤에…."]

로또 당첨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지만, 다시 2년 뒤에는 금은방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수중에는 10억 원이 넘었던 로또 당첨금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황OO/피의자/2008년 당시/음성변조 : "노름하고요. 집 사드리고, 아버지 택시 사 드리고…. 가게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상당 금액은 유흥업소와 도박에 빠져 탕진한 뒤였다는 겁니다.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소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 되파는 등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14년에는 또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됩니다.

휴대전화를 되판 돈으로 수십만 원치 로또를 구입했지만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재작년 출소한 황 씨를 쫓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휴대폰도 없었고 자기 명의로 금융거래 되는 카드라든지 이런 것도 일절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절도 행각을 벌이던 로또 1등 당첨자의 마지막 범행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우선 생활하는 데 급급했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 범행을 하게 된 거로 파악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까지 불리는 로또 1등.

지난해 1등 당첨자는 4백여 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황 씨는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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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또 1등’ 인생 역전?…피하지 못한 감옥행
    • 입력 2019-06-19 12:50:12
    • 수정2019-06-19 12: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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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로또 얘기입니다.

지난해 판매액이 4조원 가까이돼 역대 최고라고 하죠.

하루 평균 백억 원어치가 넘는 로또가 팔리지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백만분의 1로 일생에 한번 만나기 힘든 기회죠.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10여년 넘게 뉴스에 오르내린 한 남성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주점.

한 남성이 들어오더니 가게 종업원을 데리고 나가는데요.

잠시 뒤 이 남성은 사라지고, 경찰엔 신고 전화가 접수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품을 빼앗겼다. 범인이 지금 도망가고 있다. 그렇게 신고가 들어왔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가게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짜고짜 가게 주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근처 오락실 사장인데 너희 사장을 잘 안다. 오늘 저녁에 30명 정도 데리고 와서 회식할 건데 미리 계약금으로 내가 돈을 줄 텐데, 일단 사장하고 통화를 해봐라."]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계약금을 주겠다며 종업원을 데리고 나갔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어느 건물 입구에 들어가서 저기 4층에 가면 우리 형님들이 계약금을 줄 거니까 너는 가서 계약금을 받아와라."]

그렇게, 종업원이 계약금을 받으러 가려하자 선금만 받고 도망갈 수 있다면서 차고 있던 금목걸이와 금팔찌를 담보로 받아챙긴 뒤 택시를 잡아타고 그대로 달아난 겁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부산의 금은방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귀금속을 처분했죠."]

금품을 처분하면서 남겨놓은 인적사항은 가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도 한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신을 알지 이러면서 저번에 형이랑 같이 자리했잖아. 우리 가게에 왔었다면서 네가 사장이잖아 하니까. (내가) 이 사람을 알고 있구나(하고) 진짜 현혹될 정도로…."]

단체손님이 올 거라며 선금을 약속한 남자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빌딩으로 A씨를 데려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건물 앞에서 저기 가면 형네 가게니까 돈 6백만 원 줄 거니까 돈을 가져와라. 근데 일단 네 팔찌를 나한테 맡기고 가라. 차고 있던 팔찌는 350만 원 가량하는 금팔찌였죠."]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가자마자 속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철창에 문이 잠겨있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이 남자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렇게 이 범인은 부산과 대구의 식당 등 10여 곳에서 3천6백만 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의심을 하는 식당에는 조폭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의문점을 가지고 물어볼 경우에는 사장하고 친분을 내세우거나 혹은 '내가 어디 폭력조직의 누군데 너 가면 우리 형님들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맡기고 가라.' (조폭) 행세를 한 거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주하면서 범인이 남긴 말이 단서가 됐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범인이 택시기사한테 내가 로또 1등 당첨된 적이 있다. 로또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로또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이거죠."]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는 이 말.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은방 장부에 적힌 지인의 이름하고 연락처를 파악해서 수소문해보니까. 예전에 (주변) 사람이 로또에 당첨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본인의 영웅담에 결국 덜미가 잡힌 피의자는 30대 황 모 씨.

실제로 13년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19억 원 정도로, 세금을 제하고도 14억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황 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을 당시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은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뉴스가 됐는데요,

한번 보시죠.

[피해 PC방 주인/2006년 당시/음성변조 : "제가 돈을 빌려갔다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이 저한테 전화한다고 하니까 전화를 못하게 막으면서 위협을 조금 가한 뒤에…."]

로또 당첨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지만, 다시 2년 뒤에는 금은방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수중에는 10억 원이 넘었던 로또 당첨금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황OO/피의자/2008년 당시/음성변조 : "노름하고요. 집 사드리고, 아버지 택시 사 드리고…. 가게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상당 금액은 유흥업소와 도박에 빠져 탕진한 뒤였다는 겁니다.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소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 되파는 등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14년에는 또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됩니다.

휴대전화를 되판 돈으로 수십만 원치 로또를 구입했지만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재작년 출소한 황 씨를 쫓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휴대폰도 없었고 자기 명의로 금융거래 되는 카드라든지 이런 것도 일절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절도 행각을 벌이던 로또 1등 당첨자의 마지막 범행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우선 생활하는 데 급급했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 범행을 하게 된 거로 파악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까지 불리는 로또 1등.

지난해 1등 당첨자는 4백여 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황 씨는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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