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에서 사고뭉치로…애증의 쇼트트랙

입력 2019.06.26 (08:08) 수정 2019.06.26 (09: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큰 기쁨을 안겼던 20세 이하 월드컵 선수들의 짜릿한 역전승, 5년 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역전의 명승부가 있었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

마지막 주자 심석희가 반 바퀴를 남겨두고 중국 선수를 제치며 금메달을 따낸 순간입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수줍게 시상대에 올랐던 그 선수가, 5년 뒤 법원에 출석해 털어놓은 기막힌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8살 때부터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후 강제 추행은 물론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석희/쇼트트랙 국가대표 : "앞으로 스포츠는 물론 어디에서도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 엄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또 성 추문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번엔 동성간 성희롱입니다.

사건은 지난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일어났습니다.

암벽 등반 훈련을 하던 중 한 선수가 남자 후배의 바지를 돌연 끌어내린 겁니다.

여자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가해 선수는 장난이었다고 항변했지만 피해 선수는 극심한 모멸감을 호소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다시 불거진 추문에 대한체육회가 나섰습니다.

선수 뿐 아니라 대표 선수 16명 전원을 선수촌에서 쫓아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전원 퇴촌'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김보영/대한체육회 홍보실장 : "서로간의 관계라든지 다른 종목의 피해 등 이런 것들을 다 고려했을 때 내린 결정이라고 판단됩니다."]

올림픽이 열릴 때면 다른 나라 선수가 아주 두려워하는 한국 종목이 있습니다.

하계 올림픽은 양궁, 동계 올림픽은 쇼트트랙입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 웬만해서는 이기기가 힘들어서죠,

지금까지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24개 한국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선사한 효자 중의 효자 종목입니다.

하지만 공헌한 업적에 비해 빙상장을 보는 국민들 시선은, 차갑게 식고 말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선수 선발을 둘러싼 파벌 논란과 구타 의혹 이 때문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외국으로 귀화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한 선수가 여자 선수들 숙소에 무단 출입해 음주 추태를 벌이다 발각됐습니다.

하지만 출전 정지 한 달이라는 가벼운 징계로 끝났습니다.

여기엔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적을 위해서라면 때리는 코치도, 맞는 선수도, 지켜본 이도 눈을 감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빙상연맹도 이런 ‘침묵의 카르텔’에 가담하며 화를 키웠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그 다음에 나온 '좋은 성적'이 모든 상황을 덮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선수촌의 전원 퇴촌 결정을 놓고도 제대로 된 처방이냐 뒷말이 무성합니다.

가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 그리고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선수들에게까지 퇴촌 조치를 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깁니다.

군대식 연대책임이냐는 지적부터 “터진 둑을 막기 위해 작은 구멍을 서둘러 막은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외에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따라붙습니다.

선수촌 퇴촌 결정에 따라 남녀 각각 7명씩, 14명의 대표 선수는 모두 선수촌에서 나와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자숙의 기간은 한달 가해자에 대한 징계수위는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효자에서 사고뭉치로…애증의 쇼트트랙
    • 입력 2019-06-26 08:13:17
    • 수정2019-06-26 09:17:11
    아침뉴스타임
얼마 전 큰 기쁨을 안겼던 20세 이하 월드컵 선수들의 짜릿한 역전승, 5년 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역전의 명승부가 있었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

마지막 주자 심석희가 반 바퀴를 남겨두고 중국 선수를 제치며 금메달을 따낸 순간입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수줍게 시상대에 올랐던 그 선수가, 5년 뒤 법원에 출석해 털어놓은 기막힌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8살 때부터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후 강제 추행은 물론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석희/쇼트트랙 국가대표 : "앞으로 스포츠는 물론 어디에서도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 엄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또 성 추문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번엔 동성간 성희롱입니다.

사건은 지난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일어났습니다.

암벽 등반 훈련을 하던 중 한 선수가 남자 후배의 바지를 돌연 끌어내린 겁니다.

여자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가해 선수는 장난이었다고 항변했지만 피해 선수는 극심한 모멸감을 호소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다시 불거진 추문에 대한체육회가 나섰습니다.

선수 뿐 아니라 대표 선수 16명 전원을 선수촌에서 쫓아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전원 퇴촌'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김보영/대한체육회 홍보실장 : "서로간의 관계라든지 다른 종목의 피해 등 이런 것들을 다 고려했을 때 내린 결정이라고 판단됩니다."]

올림픽이 열릴 때면 다른 나라 선수가 아주 두려워하는 한국 종목이 있습니다.

하계 올림픽은 양궁, 동계 올림픽은 쇼트트랙입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 웬만해서는 이기기가 힘들어서죠,

지금까지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24개 한국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선사한 효자 중의 효자 종목입니다.

하지만 공헌한 업적에 비해 빙상장을 보는 국민들 시선은, 차갑게 식고 말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선수 선발을 둘러싼 파벌 논란과 구타 의혹 이 때문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외국으로 귀화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한 선수가 여자 선수들 숙소에 무단 출입해 음주 추태를 벌이다 발각됐습니다.

하지만 출전 정지 한 달이라는 가벼운 징계로 끝났습니다.

여기엔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적을 위해서라면 때리는 코치도, 맞는 선수도, 지켜본 이도 눈을 감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빙상연맹도 이런 ‘침묵의 카르텔’에 가담하며 화를 키웠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그 다음에 나온 '좋은 성적'이 모든 상황을 덮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선수촌의 전원 퇴촌 결정을 놓고도 제대로 된 처방이냐 뒷말이 무성합니다.

가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 그리고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선수들에게까지 퇴촌 조치를 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 제깁니다.

군대식 연대책임이냐는 지적부터 “터진 둑을 막기 위해 작은 구멍을 서둘러 막은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외에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따라붙습니다.

선수촌 퇴촌 결정에 따라 남녀 각각 7명씩, 14명의 대표 선수는 모두 선수촌에서 나와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자숙의 기간은 한달 가해자에 대한 징계수위는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뉴스 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