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집값 폭락에도 집 사기 어려운 호주

입력 2019.07.08 (18:06) 수정 2019.07.0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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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한여름인 우리나라와 달리 추운 겨울로 접어든 곳이 있죠.

바로 호주입니다.

밖에서 지내야 하는 노숙인들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 막막하기만 한데요.

이들은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곳은 호주의 한 노숙인 쉼텁니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최근 문을 열었는데요.

여성이 대부분입니다.

[그웬다/노숙인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럽네요."]

호주에선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55% 이상 증가했습니다. 상당수가 55세~74세 사이 중·장년층 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들 모두 집이 없는, 무주택자였습니다.

[앵커]

50대 이상 여성들이 집이 없어 거리를 전전한다는 얘긴데, 이유가 뭔가요?

[답변]

그 이유, 예상하실 것 같은데요.

역시 집값 때문입니다.

화면 보실까요?

지난달 기준으로 평균 주택 가격은, 시드니가 7억3천만 원, 멜버른이 5억 8천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수도인 캔버라는 5억 4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호주 집값,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호주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전국적으로 7.3%나 떨어지는 등 19개월 연속 내림셉니다.

대도시의 급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시드니 집값은 지난해 대비 9.9%가 빠졌고, 멜버른과 퍼스, 다윈 지역도 9% 넘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집값 하락 폭이 상당한 수준인데요.

그런데도 내 집 마련이 여전히 어렵다는 건가요?

[답변]

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주택 담보 대출 시 연 7% 이상 금리를 적용해왔습니다.

시드니에 사는 스턴 씨 부부.

아이가 태어나면서 최근 마당이 있는 넓은 집을 찾고 있는데요.

여간 쉽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대출 심사에 막혀 돈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카렌 스턴/시드니 거주 : "은행이 도와줄 수 없다면 저희 힘만으로는 방법이 없어요.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또 모르죠."]

지난 5월, 당국이 대출 규제 요건을 일부 완화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임금이 5년 넘게 정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호주 최저 임금은 시간당 만 6천 원.

지난해 대비 3% 인상됐지만,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인 건데, 매도자 쪽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집값이 폭락하면서 매도자들 또한 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신규 매물은 실종 상태입니다.

시드니의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5천여 건의 매물이 나왔는데요.

2007년과 비교하면 40% 넘게 감소했습니다.

[크리스 레시먼/경제학자 :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 변동이 없거나 내려가면 판매를 미룹니다. 기다렸다가 가격이 다시 오르면 팔고 새로운 매물을 사들입니다."]

호주 남쪽에 위치한 섬, 태즈메이니아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극심한 주택난에 텐트에서 지내거나 임시 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추산, 노숙인이 천6백여 명에 달합니다.

[노숙인 : "집세가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됩니다. 제가 살던 곳은 주당 53만 원이었는데, 6주 치 집세를 한꺼번에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고령자들도 거리로 내쫓기고 있죠.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가려고 해도 녹록지가 않습니다.

방 한 칸에서 지내는데 드는 비용이 한 달에 5백 달러, 60만 원입니다.

태즈메이니아는 또 최근 인구 유입으로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앵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경기도 상당히 위축됐을 것 같은데요, 최근 호주 경기 상황 어떻습니까?

[답변]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12년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호주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의 한 번화가.

곳곳에 임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수년째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있다는데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이렇게 폐업하는 상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피터 젠더스/소매점 운영 : "너무 속상하고 참담합니다. 관광객들이 제게 '여긴 왜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나요? 동네가 큰 타격을 입었나요? 경기가 하락했나요?' 하고 묻습니다."]

막대한 가계 부채는 호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주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20%가 넘습니다.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내려갈까요?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호주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대도시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인데요.

시드니가 0.1%, 멜버른은 0.2%로 소폭 올랐습니다.

호주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를 풀고 기준 금리 인하도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1.25%로 낮춘 데 이어, 2일에도 1.00%로 한 번 더 내렸습니다.

호주 의회는 지난 4일, 130조 원 규모의 개인소득세를 깎아주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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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8 18:13:48
    • 수정2019-07-08 1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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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한여름인 우리나라와 달리 추운 겨울로 접어든 곳이 있죠.

바로 호주입니다.

밖에서 지내야 하는 노숙인들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 막막하기만 한데요.

이들은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곳은 호주의 한 노숙인 쉼텁니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최근 문을 열었는데요.

여성이 대부분입니다.

[그웬다/노숙인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럽네요."]

호주에선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55% 이상 증가했습니다. 상당수가 55세~74세 사이 중·장년층 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들 모두 집이 없는, 무주택자였습니다.

[앵커]

50대 이상 여성들이 집이 없어 거리를 전전한다는 얘긴데, 이유가 뭔가요?

[답변]

그 이유, 예상하실 것 같은데요.

역시 집값 때문입니다.

화면 보실까요?

지난달 기준으로 평균 주택 가격은, 시드니가 7억3천만 원, 멜버른이 5억 8천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수도인 캔버라는 5억 4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호주 집값,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호주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전국적으로 7.3%나 떨어지는 등 19개월 연속 내림셉니다.

대도시의 급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시드니 집값은 지난해 대비 9.9%가 빠졌고, 멜버른과 퍼스, 다윈 지역도 9% 넘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집값 하락 폭이 상당한 수준인데요.

그런데도 내 집 마련이 여전히 어렵다는 건가요?

[답변]

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주택 담보 대출 시 연 7% 이상 금리를 적용해왔습니다.

시드니에 사는 스턴 씨 부부.

아이가 태어나면서 최근 마당이 있는 넓은 집을 찾고 있는데요.

여간 쉽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대출 심사에 막혀 돈을 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카렌 스턴/시드니 거주 : "은행이 도와줄 수 없다면 저희 힘만으로는 방법이 없어요.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또 모르죠."]

지난 5월, 당국이 대출 규제 요건을 일부 완화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임금이 5년 넘게 정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호주 최저 임금은 시간당 만 6천 원.

지난해 대비 3% 인상됐지만,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인 건데, 매도자 쪽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집값이 폭락하면서 매도자들 또한 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신규 매물은 실종 상태입니다.

시드니의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5천여 건의 매물이 나왔는데요.

2007년과 비교하면 40% 넘게 감소했습니다.

[크리스 레시먼/경제학자 :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 변동이 없거나 내려가면 판매를 미룹니다. 기다렸다가 가격이 다시 오르면 팔고 새로운 매물을 사들입니다."]

호주 남쪽에 위치한 섬, 태즈메이니아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극심한 주택난에 텐트에서 지내거나 임시 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 정부 추산, 노숙인이 천6백여 명에 달합니다.

[노숙인 : "집세가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됩니다. 제가 살던 곳은 주당 53만 원이었는데, 6주 치 집세를 한꺼번에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고령자들도 거리로 내쫓기고 있죠.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가려고 해도 녹록지가 않습니다.

방 한 칸에서 지내는데 드는 비용이 한 달에 5백 달러, 60만 원입니다.

태즈메이니아는 또 최근 인구 유입으로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앵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경기도 상당히 위축됐을 것 같은데요, 최근 호주 경기 상황 어떻습니까?

[답변]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12년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호주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의 한 번화가.

곳곳에 임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수년째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있다는데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이렇게 폐업하는 상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피터 젠더스/소매점 운영 : "너무 속상하고 참담합니다. 관광객들이 제게 '여긴 왜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나요? 동네가 큰 타격을 입었나요? 경기가 하락했나요?' 하고 묻습니다."]

막대한 가계 부채는 호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주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20%가 넘습니다.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내려갈까요?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호주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대도시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인데요.

시드니가 0.1%, 멜버른은 0.2%로 소폭 올랐습니다.

호주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를 풀고 기준 금리 인하도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1.25%로 낮춘 데 이어, 2일에도 1.00%로 한 번 더 내렸습니다.

호주 의회는 지난 4일, 130조 원 규모의 개인소득세를 깎아주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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