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유럽 최대 伊 난민센터 폐쇄…배경은?

입력 2019.07.11 (20:39) 수정 2019.07.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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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최대 규모였던 이탈리아의 난민 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수가 줄었기 때문에 센터를 폐쇄했다고 밝혔지만, 이면엔 반(反)난민 정책을 내세워온 극우 정권이 있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폐쇄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이번에 폐쇄된 난민 센터가 어떤 곳인지, 또 왜 갑자기 문을 닫게 된 건지 궁금한데요?

[기자]

이번에 폐쇄된 미네오 난민센터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공식 폐쇄됐는데요.

미네오 난민센터는 이전 미군의 주거 단지를 활용한 곳이라고 합니다.

유럽 최대 규모로 꼽혔던 이곳을 폐쇄한 데에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수가 대폭 줄어든 만큼, 센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속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실제로 미네오 센터에서 2014년 최대 4,100명까지 난민을 수용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 6월에는 2,50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내무부 자료를 봐도 최근 유입되는 전체 난민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요.

2016년 18만 명, 2017년 10만 명 수준에서 올해 이번 달 기준으로 3,071명까지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월에도 로마 인근에 있던 두 번째로 큰 난민센터를 폐쇄해서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야권의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를 주도해 온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앞으로도 난민 센터를 계속 폐쇄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습니다.

[앵커]

난민 수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면 센터를 줄이는 게 문제가 되나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실제로 수용 인원보다 과도하게 운영될 필요는 없겠죠.

문제는 기존에 수용돼 있던 난민들에 대한 지원책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센터를 강제 폐쇄하고, 난민을 비롯한 이민자 차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구현되고 있단 겁니다.

현 정권의 실세이자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난민 감소가 포퓰리즘 정부의 성과다,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폐쇄된 난민센터 비용이 연간 600만 유로, 우리 돈 약 79억 원이 들어갔는데 이걸 줄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난민센터가 마약 밀매의 거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조해서 싣고 오는 비정부기구 단체를 맹비난하고, 구조선 입항을 막으면서 반난민 여론을 형성하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부총리 : "난민센터가 커지면서 마피아가 침투하기 더 쉬워졌습니다."]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입되는 1차 관문이자 유럽의 주요 난민 수용국 중 한 곳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국의 극우세력들이 반난민과 이민자 차별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극우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발판을 강화해 나가면서 실제로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반 난민 정책이 극우 세력의 대표 정책화가 되고 있는 거네요.

그러면, 미네오 센터에 있던 난민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은 가까운 난민센터로 분산 수용하고 있고요.

몇몇 외신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번 주 초, 튀니지 정부에 서한을 보내서 난민 송환이 가속화될 거라고 통보했는데요.

이탈리아의 미래를 이민자 기반에 둘 수 없다며 난민 통제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네오 센터 폐쇄에 대해 인권단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는데요.

센터 소속 직원 50명이 이번 주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서 ‘미네오 센터의 장례식을 축하한다’ 이런 냉소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최대 400명까지 고용을 창출했던 난민센터를 폐쇄하면서 갈등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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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유럽 최대 伊 난민센터 폐쇄…배경은?
    • 입력 2019-07-11 20:50:08
    • 수정2019-07-11 21:44:22
    글로벌24
[앵커]

유럽 최대 규모였던 이탈리아의 난민 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수가 줄었기 때문에 센터를 폐쇄했다고 밝혔지만, 이면엔 반(反)난민 정책을 내세워온 극우 정권이 있는데요.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폐쇄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이번에 폐쇄된 난민 센터가 어떤 곳인지, 또 왜 갑자기 문을 닫게 된 건지 궁금한데요?

[기자]

이번에 폐쇄된 미네오 난민센터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공식 폐쇄됐는데요.

미네오 난민센터는 이전 미군의 주거 단지를 활용한 곳이라고 합니다.

유럽 최대 규모로 꼽혔던 이곳을 폐쇄한 데에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수가 대폭 줄어든 만큼, 센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속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실제로 미네오 센터에서 2014년 최대 4,100명까지 난민을 수용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 6월에는 2,50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내무부 자료를 봐도 최근 유입되는 전체 난민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요.

2016년 18만 명, 2017년 10만 명 수준에서 올해 이번 달 기준으로 3,071명까지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월에도 로마 인근에 있던 두 번째로 큰 난민센터를 폐쇄해서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야권의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를 주도해 온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앞으로도 난민 센터를 계속 폐쇄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습니다.

[앵커]

난민 수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면 센터를 줄이는 게 문제가 되나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실제로 수용 인원보다 과도하게 운영될 필요는 없겠죠.

문제는 기존에 수용돼 있던 난민들에 대한 지원책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센터를 강제 폐쇄하고, 난민을 비롯한 이민자 차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구현되고 있단 겁니다.

현 정권의 실세이자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난민 감소가 포퓰리즘 정부의 성과다,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폐쇄된 난민센터 비용이 연간 600만 유로, 우리 돈 약 79억 원이 들어갔는데 이걸 줄였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난민센터가 마약 밀매의 거점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조해서 싣고 오는 비정부기구 단체를 맹비난하고, 구조선 입항을 막으면서 반난민 여론을 형성하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부총리 : "난민센터가 커지면서 마피아가 침투하기 더 쉬워졌습니다."]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입되는 1차 관문이자 유럽의 주요 난민 수용국 중 한 곳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국의 극우세력들이 반난민과 이민자 차별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극우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발판을 강화해 나가면서 실제로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반 난민 정책이 극우 세력의 대표 정책화가 되고 있는 거네요.

그러면, 미네오 센터에 있던 난민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우선은 가까운 난민센터로 분산 수용하고 있고요.

몇몇 외신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번 주 초, 튀니지 정부에 서한을 보내서 난민 송환이 가속화될 거라고 통보했는데요.

이탈리아의 미래를 이민자 기반에 둘 수 없다며 난민 통제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네오 센터 폐쇄에 대해 인권단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는데요.

센터 소속 직원 50명이 이번 주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서 ‘미네오 센터의 장례식을 축하한다’ 이런 냉소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최대 400명까지 고용을 창출했던 난민센터를 폐쇄하면서 갈등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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