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풍운아’ 정두언…파란만장했던 MB와의 인연

입력 2019.07.18 (08:11) 수정 2019.07.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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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던 서울고등법원.

이 전 대통령이 휴정 시간에 "악수나 한 번 하자"며 재판을 함께 지켜보던 측근, 이재오 전 의원을 불렀습니다.

복도 한 쪽으로 간 두 사람, 1분 정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자들의 시선이 쏠렸겠죠.

이재오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게 "고인이 된 정두언 전 의원에 관해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는데, 보석 상태여서 문상을 갈 수 없는 이 전 대통령과 장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 즉 자신을 감옥에 갇혀있는 몸이라고 비유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한 번 만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며 유족들에게 직접 조문을 가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이 조화는 고인의 영정 사진 바로 옆에 놓였습니다. 이 두 사람. 알려진대로 '애증의 관계'입니다.

한 때 최측근이었지만, 한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고 정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자를 만나 인연이 시작됐고,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 후 정 전 의원은 정무 부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2007년 17대 대선 캠프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정점으로 치닫습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잇따라 맡으며 복심으로 통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정 전 의원은 이른바 개국공신으로 '왕의 남자' 등으로 불리며 권력의 최정점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측근들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했다가 사실상 정적으로 몰려 쫓겨났습니다.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고,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사찰까지 받았다고 정 전 의원, 폭로했습니다.

당시 비판 수준이 어땠길래 한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정 전 의원이 낸 참회록에 일화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과 정 전 의원이 마주앉았습니다.

한창 이상득 전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하던 때였죠.

정 전 의원이 이렇게 승부수를 던집니다.

"나도 불출마할테니 이상득 의원 불출마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맡기라며 안심시켰다고 하는데.. 아시는대로 이상득 전 의원은 결국 출마했죠.

정 전 의원은 참회록에서 "MB에게 속았다"고 했습니다.사실 이 참회록,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습니다.

회고록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가 잘 됐다 등 자화자찬식으로 일관하자, 이 내용을 정면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인 만큼 권력의 공공성에 유난히 취약했다. 오죽하면 내부에서조차 국정운영을 패밀리 비지니스, 가족 사업처럼한다는 냉소까지 나왔을까." 또 MB정부를 가리켜 "서민대중을 우습게 여긴 오만과 독선의 산물"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참회해야할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관계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는 마주 앉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정 전 의원의 빈소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지금도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도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은 고인을 기억하며 "비운의 책사"라고 했습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선배님은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용감한 정치인이었다"고 썼습니다. 정 전 의원은 생전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진짜 보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거칠 것 없이 MB를 비판하고, 자신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면서 정 전 의원,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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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운의 풍운아’ 정두언…파란만장했던 MB와의 인연
    • 입력 2019-07-18 08:15:17
    • 수정2019-07-18 08: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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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던 서울고등법원.

이 전 대통령이 휴정 시간에 "악수나 한 번 하자"며 재판을 함께 지켜보던 측근, 이재오 전 의원을 불렀습니다.

복도 한 쪽으로 간 두 사람, 1분 정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자들의 시선이 쏠렸겠죠.

이재오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게 "고인이 된 정두언 전 의원에 관해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는데, 보석 상태여서 문상을 갈 수 없는 이 전 대통령과 장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 즉 자신을 감옥에 갇혀있는 몸이라고 비유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한 번 만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며 유족들에게 직접 조문을 가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이 조화는 고인의 영정 사진 바로 옆에 놓였습니다. 이 두 사람. 알려진대로 '애증의 관계'입니다.

한 때 최측근이었지만, 한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고 정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자를 만나 인연이 시작됐고,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 후 정 전 의원은 정무 부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2007년 17대 대선 캠프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정점으로 치닫습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잇따라 맡으며 복심으로 통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정 전 의원은 이른바 개국공신으로 '왕의 남자' 등으로 불리며 권력의 최정점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측근들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했다가 사실상 정적으로 몰려 쫓겨났습니다.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고,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사찰까지 받았다고 정 전 의원, 폭로했습니다.

당시 비판 수준이 어땠길래 한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정 전 의원이 낸 참회록에 일화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과 정 전 의원이 마주앉았습니다.

한창 이상득 전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하던 때였죠.

정 전 의원이 이렇게 승부수를 던집니다.

"나도 불출마할테니 이상득 의원 불출마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맡기라며 안심시켰다고 하는데.. 아시는대로 이상득 전 의원은 결국 출마했죠.

정 전 의원은 참회록에서 "MB에게 속았다"고 했습니다.사실 이 참회록,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습니다.

회고록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가 잘 됐다 등 자화자찬식으로 일관하자, 이 내용을 정면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인 만큼 권력의 공공성에 유난히 취약했다. 오죽하면 내부에서조차 국정운영을 패밀리 비지니스, 가족 사업처럼한다는 냉소까지 나왔을까." 또 MB정부를 가리켜 "서민대중을 우습게 여긴 오만과 독선의 산물"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참회해야할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관계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는 마주 앉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정 전 의원의 빈소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지금도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도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은 고인을 기억하며 "비운의 책사"라고 했습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선배님은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용감한 정치인이었다"고 썼습니다. 정 전 의원은 생전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진짜 보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거칠 것 없이 MB를 비판하고, 자신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면서 정 전 의원,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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