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50년 만에 가족 만난 입양 피해자…애끊는 사연은?

입력 2019.07.18 (20:41) 수정 2019.07.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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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이들을 빼돌려 조직적으로 강제 입양시켰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게 된 신생아가 수십 년간 최대 수만 명에 달한다.

스페인에서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벌어진 의혹으로 제기됐던 이 사건이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최근 그중 한 피해자가 친가족을 찾았다면서요?

[기자]

네, 올해 쉰(50) 살이 된 이네스 마드리갈 씬데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입양을 당했으니까 50년 만에 친가족을 찾은 겁니다.

마드리갈 씨는 자신이 강제입양 피해자란 사실을 알고 DNA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서 친가족을 찾던 중이었는데, 올해 사촌들을 직접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세한 사연을 전했는데요.

친어머니는 안타깝게도 6년 전에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가족들의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는데요.

마드리갈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가족을 만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네스 마드리갈/강제입양 피해자 : "처음으로 제 인생의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이제야 제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마드리갈 씨의 양부모는 불임 부부로, 지인을 통해 아기를 입양했다고 하는데요.

1969년 마드리갈 씨가 태어나자마자 입양을 보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현재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피해자가 수만 명이 넘는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네, 쿠데타로 1939년 정권을 잡은 스페인 프랑코 독재 시절 이런 일이 만연했다고 하는데요.

배후를 모른 채 의혹으로만 제기돼 왔던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시민단체 등을 통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스페인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처음에는 독재정권이 반정부 세력을 말살하려고 재야 정치인의 아이를 몰래 암매장하거나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일이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빈곤 가정이나 혼외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들로 대상이 확대됐는데요.

아이들은, 부유하고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이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생모한테는 출산 중에 아기가 죽었다고 하고 신생아를 빼돌려서 부유한 가톨릭 가정으로 입양을 보낸 건데요.

1987년 입양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만행은 중단됐습니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온 스페인 시민단체들은 가해자 집단에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천주교 성직자들이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고 피해자는 최대 수만 명으로 추정합니다.

[앵커]

믿기 힘든 현실이네요.

그럼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이런 의혹이 수천 건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돼서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앞서 가족을 찾은 마드리갈 씨가 첫 소송을 시작했고 유일하게 법정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마드리갈 씨는 산부인과 의사 에두아르도 벨라 씨를 출생기록 위조와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의사는 지난해 7월 법정에 섰지만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은 1982년 문을 닫아서 출생기록부가 폐기됐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에두아르도 벨라/산부인과 전문의 : "의학적인 문제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까?) 네, 몰랐습니다."]

지난해 재판부는 해당 의사가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기각했습니다.

마드리갈 씨는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상고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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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8 20:45:55
    • 수정2019-07-18 21:14:17
    글로벌24
[앵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이들을 빼돌려 조직적으로 강제 입양시켰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게 된 신생아가 수십 년간 최대 수만 명에 달한다.

스페인에서 프랑코 독재정권 시절 벌어진 의혹으로 제기됐던 이 사건이 실제로 확인됐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최근 그중 한 피해자가 친가족을 찾았다면서요?

[기자]

네, 올해 쉰(50) 살이 된 이네스 마드리갈 씬데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입양을 당했으니까 50년 만에 친가족을 찾은 겁니다.

마드리갈 씨는 자신이 강제입양 피해자란 사실을 알고 DNA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서 친가족을 찾던 중이었는데, 올해 사촌들을 직접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세한 사연을 전했는데요.

친어머니는 안타깝게도 6년 전에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가족들의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는데요.

마드리갈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가족을 만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네스 마드리갈/강제입양 피해자 : "처음으로 제 인생의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이제야 제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마드리갈 씨의 양부모는 불임 부부로, 지인을 통해 아기를 입양했다고 하는데요.

1969년 마드리갈 씨가 태어나자마자 입양을 보냈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현재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피해자가 수만 명이 넘는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네, 쿠데타로 1939년 정권을 잡은 스페인 프랑코 독재 시절 이런 일이 만연했다고 하는데요.

배후를 모른 채 의혹으로만 제기돼 왔던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시민단체 등을 통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스페인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처음에는 독재정권이 반정부 세력을 말살하려고 재야 정치인의 아이를 몰래 암매장하거나 돈을 받고 팔아넘기는 일이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빈곤 가정이나 혼외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들로 대상이 확대됐는데요.

아이들은, 부유하고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이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생모한테는 출산 중에 아기가 죽었다고 하고 신생아를 빼돌려서 부유한 가톨릭 가정으로 입양을 보낸 건데요.

1987년 입양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만행은 중단됐습니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온 스페인 시민단체들은 가해자 집단에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천주교 성직자들이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고 피해자는 최대 수만 명으로 추정합니다.

[앵커]

믿기 힘든 현실이네요.

그럼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이런 의혹이 수천 건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돼서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앞서 가족을 찾은 마드리갈 씨가 첫 소송을 시작했고 유일하게 법정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마드리갈 씨는 산부인과 의사 에두아르도 벨라 씨를 출생기록 위조와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의사는 지난해 7월 법정에 섰지만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은 1982년 문을 닫아서 출생기록부가 폐기됐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에두아르도 벨라/산부인과 전문의 : "의학적인 문제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까?) 네, 몰랐습니다."]

지난해 재판부는 해당 의사가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기각했습니다.

마드리갈 씨는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상고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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