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 “유학생 생활비 축소 지급”…이병천 교수 비리 의혹 어디까지?

입력 2019.07.28 (21:15) 수정 2019.07.28 (22: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 나 이런 개 처음 봐..."]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실험동물 학대 의혹.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논문 공동저자로 등재하는가 하면,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교수님, 말씀 한 번만 좀 부탁드릴게요.) ……."]

조카 두 명의 서울대 수의대학원 입학 과정에 부정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KBS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각종 비위 의혹을 보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이 교수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게 한 뒤 약속했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끈질긴 K가 직접 찾아가,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도시 반둥.

취재진은 이곳에서 5년 전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던 '라니'씨를 만났습니다.

2014년 라니 씨는 이 교수로부터 학비 전액 면제와 함께 매달 생활비 150만 원을 받는 장학생으로 선발하겠단 약속을 받고 직장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도착 후 라니 씨가 받은 돈은 매달 60만 원 수준, 그것도 생활비가 아닌 연구 참여에 따른 인건비 명목이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너무 놀랐습니다. (인건비) 60만 원 갖고 서울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왜냐고 물어보니) 교수님은 석사과정은 다 그렇게 주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를 덜 준 것뿐 아니라,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도 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학교로부터 돈이 들어왔는데 그 돈을 다 찾아서 현금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교수와 문제를 일으키기 싫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위독해 석사 과정만 마치고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 교수는 라니 씨의 연구실 출입카드를 빼앗았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연구실에서 쫓겨난 후 돈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찾아 나섰어요. 인도네시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강남에서 휴대전화를 팔고, 유치원 도우미로도 일했습니다."]

이 교수에게 간청을 하고, 학회지에 3차례나 논문을 투고했지만 결국 석사 학위는 받지 못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지금까지도 저는 2년을 허비했구나 하는 후회만 듭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서울대에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라니 씨에게 한국 유학을 추천했던 현지 교수도,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스리하디 교수/보고르 농대 수의대학장 : "(친분 있는 서울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죠.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라니가 타지에서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없이, 게다가 굉장히 힘든 업무에 적응하면서 지내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그런데 끈질긴 K 취재 결과, 이런 피해를 호소한 외국인 유학생은 라니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학업을 중단하고 이병천 교수 연구실을 떠난 외국인 유학생은 확인된 것만 모두 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라니 씨를 포함해 3명이 이 교수와 인건비 문제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2명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두 명은 다른 교수 연구실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수의대 A 교수/음성변조 : "(이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학생이) 파키스탄으로 귀국을 해야 되는데 아주 이메일을 호소적으로 저한테 보낸 거예요. 안돼 보이고 그래서…."]

[서울대 수의대 B 교수/음성변조 : "(외국인 유학생이) 올 때마다 이병천 교수가 본인이 받겠다 그래서 다 그리로 갔는데 근데 1년마다 자꾸 바꿔요. 그게 이제 한 번이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또 발생하고…."]

해명을 듣기 위해 이 교수를 찾아갔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교수님 잠시만요, 말씀 좀 하고 가세요. 교수님, 라니한테 인건비는 왜 지급되지 않았나요? 왜 약속된 대로 인건비 지급 안 하나요?) ……."]

대신 이 교수는 이메일을 보내 라니 씨에게 약속한 150만 원 중 100만 원은 등록금에 해당하며, 애초부터 생활비는 다른 석사과정 학생들과 비슷한 50만 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학생들을 연구실에서 내보낸 것은, 동료들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연구 성과가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행정 당국조차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경우는 사실 없어요. 등록금은 당연히 국제협력본부에서 재원을 갖고 있는 거고요, 생활비는 교수님이 본인이 그 당시에 이렇게 주겠다고 확인을 하고 주신 경우잖아요."]

게다가 학교가 발급한 장학증서엔 지급했다는 생활비 금액이 실제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또 이 교수 주장과 달리 일부 석사과정 연구원들은 한 달에 1, 2백만 원씩 인건비를 받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 5년여 동안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 따낸 과제는 모두 36개로, 연구비는 167억 원에 이릅니다.

연구원마다 들쑥날쑥한 인건비, 외국인 유학생들의 잦은 교체와 인건비 축소 지급 의혹까지.

서울대가 언제쯤 이병천 교수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를 시작할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

끈질긴 K, 최유경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끈질긴K] “유학생 생활비 축소 지급”…이병천 교수 비리 의혹 어디까지?
    • 입력 2019-07-28 21:17:43
    • 수정2019-07-28 22:05:24
    뉴스 9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 나 이런 개 처음 봐..."]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실험동물 학대 의혹.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논문 공동저자로 등재하는가 하면,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교수님, 말씀 한 번만 좀 부탁드릴게요.) ……."]

조카 두 명의 서울대 수의대학원 입학 과정에 부정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KBS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각종 비위 의혹을 보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이 교수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일하게 한 뒤 약속했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끈질긴 K가 직접 찾아가,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도시 반둥.

취재진은 이곳에서 5년 전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던 '라니'씨를 만났습니다.

2014년 라니 씨는 이 교수로부터 학비 전액 면제와 함께 매달 생활비 150만 원을 받는 장학생으로 선발하겠단 약속을 받고 직장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도착 후 라니 씨가 받은 돈은 매달 60만 원 수준, 그것도 생활비가 아닌 연구 참여에 따른 인건비 명목이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너무 놀랐습니다. (인건비) 60만 원 갖고 서울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왜냐고 물어보니) 교수님은 석사과정은 다 그렇게 주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를 덜 준 것뿐 아니라,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도 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학교로부터 돈이 들어왔는데 그 돈을 다 찾아서 현금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교수와 문제를 일으키기 싫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위독해 석사 과정만 마치고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 교수는 라니 씨의 연구실 출입카드를 빼앗았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연구실에서 쫓겨난 후 돈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찾아 나섰어요. 인도네시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강남에서 휴대전화를 팔고, 유치원 도우미로도 일했습니다."]

이 교수에게 간청을 하고, 학회지에 3차례나 논문을 투고했지만 결국 석사 학위는 받지 못했습니다.

[라니/서울대 수의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지금까지도 저는 2년을 허비했구나 하는 후회만 듭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서울대에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라니 씨에게 한국 유학을 추천했던 현지 교수도,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스리하디 교수/보고르 농대 수의대학장 : "(친분 있는 서울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죠.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라니가 타지에서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없이, 게다가 굉장히 힘든 업무에 적응하면서 지내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그런데 끈질긴 K 취재 결과, 이런 피해를 호소한 외국인 유학생은 라니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학업을 중단하고 이병천 교수 연구실을 떠난 외국인 유학생은 확인된 것만 모두 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라니 씨를 포함해 3명이 이 교수와 인건비 문제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2명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두 명은 다른 교수 연구실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수의대 A 교수/음성변조 : "(이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학생이) 파키스탄으로 귀국을 해야 되는데 아주 이메일을 호소적으로 저한테 보낸 거예요. 안돼 보이고 그래서…."]

[서울대 수의대 B 교수/음성변조 : "(외국인 유학생이) 올 때마다 이병천 교수가 본인이 받겠다 그래서 다 그리로 갔는데 근데 1년마다 자꾸 바꿔요. 그게 이제 한 번이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또 발생하고…."]

해명을 듣기 위해 이 교수를 찾아갔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교수님 잠시만요, 말씀 좀 하고 가세요. 교수님, 라니한테 인건비는 왜 지급되지 않았나요? 왜 약속된 대로 인건비 지급 안 하나요?) ……."]

대신 이 교수는 이메일을 보내 라니 씨에게 약속한 150만 원 중 100만 원은 등록금에 해당하며, 애초부터 생활비는 다른 석사과정 학생들과 비슷한 50만 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학생들을 연구실에서 내보낸 것은, 동료들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연구 성과가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행정 당국조차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경우는 사실 없어요. 등록금은 당연히 국제협력본부에서 재원을 갖고 있는 거고요, 생활비는 교수님이 본인이 그 당시에 이렇게 주겠다고 확인을 하고 주신 경우잖아요."]

게다가 학교가 발급한 장학증서엔 지급했다는 생활비 금액이 실제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또 이 교수 주장과 달리 일부 석사과정 연구원들은 한 달에 1, 2백만 원씩 인건비를 받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 5년여 동안 이병천 교수 연구팀에서 따낸 과제는 모두 36개로, 연구비는 167억 원에 이릅니다.

연구원마다 들쑥날쑥한 인건비, 외국인 유학생들의 잦은 교체와 인건비 축소 지급 의혹까지.

서울대가 언제쯤 이병천 교수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를 시작할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

끈질긴 K, 최유경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