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진행형인 독일의 과거사 반성…“공소시효 없다”

입력 2019.08.15 (20:41) 수정 2019.08.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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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의 죄인에게 공소시효는 없다!

독일 정부가 과거사를 대하는 모습입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4년이 지났지만 나치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독일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유광석 특파원! 나치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남성이 곧 전범재판을 받는다구요?

[기자]

네, 올해 92살인 ‘브루노 데이’ 씬데요.

특정인을 살해한 적은 없지만 당시 유대인 학살을 도운 혐의로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브루노 씨는 1944년 8월부터 1945년 4월까지 9개월 동안 폴란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이곳 강제수용소에서는 유대인 6만 5천여 명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데요.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이 노인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경비원으로 일할 때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끌려가서 살해되는 걸 봤다는 겁니다.

독일 검찰은 지난 4월 공소장에서 이 노인에 대해 ‘살인 기계를 움직이는 작은 톱니바퀴’라고 표현했는데요.

강제수용소가 유대인 학살을 위해 지은 곳이기 때문에 경비 업무로 조력을 제공한 것도 엄연히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나이가 17살이었기 때문에 소년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데요.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나치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9개월 일한 것도 처벌을 받는다...

독일의 전범 처벌이 상당히 광범위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독일 검찰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던 모든 이들에게 학살방조 혐의를 폭넓게 적용해 재판에 회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나치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90대 중반 남성이 법정에 섰고, 2017년에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던 전 나치 친위대원이 징역 4년형을 최종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독일에서는 나치 전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2011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목격자 증언만 있다면 유대인 학살을 방관한 이들도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아흔이 넘은 전직 나치 군인과 수용소 간부들이 줄줄이 법정으로 끌려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범이 사망한 경우가 대다수고 고령자는 건강 문제를 호소해 재판이 순조롭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독일 당국은 74년 동안 전범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법정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오누르/원고측 변호사/2018년 :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합니다. 감옥에 갇힌 노인을 보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앵커]

70년이 넘도록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처벌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기자]

네, 독일은 2차대전이 끝난 이후 나치 만행에 대해 줄기차게 사죄의 뜻을 표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국가 최고 지도층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됩니다.

[하이코 마스/독일 외무장관/8월 1일 : "희생자에 용서를 빌고 그들의 가족에게 사죄하려고 여기 왔습니다. 독일인들이 폴란드에 한 짓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비까지 내리는 추운 겨울, 2차대전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은 독일 과거사 청산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죠.

메르켈 총리 역시 나치 집단수용소를 찾아 헌화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진심을 담아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는데요.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지는 분위기, 독일에서는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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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진행형인 독일의 과거사 반성…“공소시효 없다”
    • 입력 2019-08-15 20:43:47
    • 수정2019-08-15 20:54:43
    글로벌24
[앵커]

역사의 죄인에게 공소시효는 없다!

독일 정부가 과거사를 대하는 모습입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4년이 지났지만 나치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독일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유광석 특파원! 나치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남성이 곧 전범재판을 받는다구요?

[기자]

네, 올해 92살인 ‘브루노 데이’ 씬데요.

특정인을 살해한 적은 없지만 당시 유대인 학살을 도운 혐의로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브루노 씨는 1944년 8월부터 1945년 4월까지 9개월 동안 폴란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이곳 강제수용소에서는 유대인 6만 5천여 명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데요.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이 노인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경비원으로 일할 때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끌려가서 살해되는 걸 봤다는 겁니다.

독일 검찰은 지난 4월 공소장에서 이 노인에 대해 ‘살인 기계를 움직이는 작은 톱니바퀴’라고 표현했는데요.

강제수용소가 유대인 학살을 위해 지은 곳이기 때문에 경비 업무로 조력을 제공한 것도 엄연히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나이가 17살이었기 때문에 소년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데요.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나치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9개월 일한 것도 처벌을 받는다...

독일의 전범 처벌이 상당히 광범위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독일 검찰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던 모든 이들에게 학살방조 혐의를 폭넓게 적용해 재판에 회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나치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90대 중반 남성이 법정에 섰고, 2017년에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던 전 나치 친위대원이 징역 4년형을 최종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독일에서는 나치 전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2011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목격자 증언만 있다면 유대인 학살을 방관한 이들도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아흔이 넘은 전직 나치 군인과 수용소 간부들이 줄줄이 법정으로 끌려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범이 사망한 경우가 대다수고 고령자는 건강 문제를 호소해 재판이 순조롭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독일 당국은 74년 동안 전범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법정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오누르/원고측 변호사/2018년 :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합니다. 감옥에 갇힌 노인을 보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앵커]

70년이 넘도록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처벌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기자]

네, 독일은 2차대전이 끝난 이후 나치 만행에 대해 줄기차게 사죄의 뜻을 표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국가 최고 지도층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됩니다.

[하이코 마스/독일 외무장관/8월 1일 : "희생자에 용서를 빌고 그들의 가족에게 사죄하려고 여기 왔습니다. 독일인들이 폴란드에 한 짓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비까지 내리는 추운 겨울, 2차대전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은 독일 과거사 청산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죠.

메르켈 총리 역시 나치 집단수용소를 찾아 헌화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진심을 담아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는데요.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지는 분위기, 독일에서는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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