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홍콩의 검은 물결, 우산 혁명과 다를까?

입력 2019.08.17 (21:40) 수정 2019.08.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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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면서 시작된 홍콩의 시위가 홍콩 공항을 한때 셧다운 시키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 경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보도본부 국제부를 연결해 홍콩 사태를 짚어봅니다.

김도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검은색과 흰색의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 바로 홍콩입니다.

검은색 옷차림은 시위대를 상징합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사망했고, 그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나섰다' 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위대와 대조되는 흰색 옷의 사람들이 있죠.

'백색 테러단'을 필두로 해서, '친중국 성향'의 기득권 세력이 시위대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범죄인 송환법'을 반대하기 위해 100만 명이 거리로 나선 게 6월 9일이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시위가 10주째 계속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위대의 검은 물결이 홍콩의 관문인 국제공항으로 향하면서 사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홍콩 국제공항으로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한 건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전날, 경찰이 발포한 고무탄에 맞아 한 소녀가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시위가 다시 격렬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눈에는 눈!! 눈에는 눈"]

검은색 옷차림에 안대를 착용한 시위대는 '홍콩 정부도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경찰의 강경 진압을 성토했습니다.

[씨씨 첸/시위대 : "경찰은 지금 홍콩인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안대를 하고 관광객들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홍콩은 지금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요."]

홍콩의 관문인 공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홍콩의 현실을 알리겠다는 시위대의 전략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야기했습니다.

첫날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홍콩 당국은 안전 등을 이유로 그날 저녁 여객기 운항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한해 7천만 명이 이용하는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의 마비는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양 일에 걸쳐 979편이 결항하면서 홍콩을 오가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홍콩은 국제뉴스의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구실로 중국 정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는데요,

공항 내 시위 양상도 과격해지면서 중국 환구시보 기자가 시위대에 구금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이를 '테러리스트의 행위'로 규정짓고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경고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습니다.

홍콩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의 눈은 지금 중국의 대응에 쏠려있습니다.

과연 직접 무력을 투입할까요?

홍콩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중국 선전시에 무장 경찰 병력이 집결한 모습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부대의 SNS 계정에는, 이렇게 선전시 스타디움에 도열해 있는 장갑 차량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죠.

동부 전구 육군은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홍콩에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 정부가 비상선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중국 본토의 병력 투입 검토가 단순히 으름장이 아님을 시사한 겁니다.

중국의 무력 개입 여부와 관련해 서방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이와 관련한 언급을 내놨습니다. 중국이 유일하게 눈치를 보는 인물이죠, 그런데 첫날 언급은 좀 미지근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홍콩 문제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매우 힘듭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겁니다. 그러나 잘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잘 되길 바랍니다."]

사태 해결이 잘 되길 바란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강력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국에 그린라이트를 줬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진핑 주석이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말미엔, '개인적 만남?' 이라며 알듯 모를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 말이 홍콩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며 '개인적 만남'은 시진핑 주석과 시위대가 직접 만난다면 사태가 금세 해결될 거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공은 다시 시진핑 주석에게 넘어갔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5년 전 이맘때, 50만 명이 거리로 나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었죠.

쏟아지는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던 모습 때문에 우산 혁명으로 불렸는데요.

하지만 40여 일 만에 실패로 끝났고, 홍콩 시민들은 이후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번 검은 물결은 그러나, 당시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홍콩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동참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참여 열기가 훨씬 뜨겁습니다.

송환법 잠정 중단이라는 홍콩 정부의 '백기 투항'을 이끌어 내. 처음으로 승리를 맛보기까지 했죠.

게다가 중국은 이제 인민복에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중입니다.

천안문 사태 때와는 시대가 달라진 겁니다.

오늘날 홍콩의 검은 물결은 우산 혁명과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요.

다만, 어떤 결말이 됐던 홍콩이 맡았던 아시아 경제 허브 역할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선전과 상하이가 홍콩의 대체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고요.

그래서 홍콩은 어차피 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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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홍콩의 검은 물결, 우산 혁명과 다를까?
    • 입력 2019-08-17 22:01:25
    • 수정2019-08-17 22: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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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면서 시작된 홍콩의 시위가 홍콩 공항을 한때 셧다운 시키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 경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보도본부 국제부를 연결해 홍콩 사태를 짚어봅니다.

김도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검은색과 흰색의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 바로 홍콩입니다.

검은색 옷차림은 시위대를 상징합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사망했고, 그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나섰다' 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위대와 대조되는 흰색 옷의 사람들이 있죠.

'백색 테러단'을 필두로 해서, '친중국 성향'의 기득권 세력이 시위대와 대립하고 있습니다.

'범죄인 송환법'을 반대하기 위해 100만 명이 거리로 나선 게 6월 9일이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시위가 10주째 계속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위대의 검은 물결이 홍콩의 관문인 국제공항으로 향하면서 사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홍콩 국제공항으로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한 건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전날, 경찰이 발포한 고무탄에 맞아 한 소녀가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시위가 다시 격렬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눈에는 눈!! 눈에는 눈"]

검은색 옷차림에 안대를 착용한 시위대는 '홍콩 정부도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경찰의 강경 진압을 성토했습니다.

[씨씨 첸/시위대 : "경찰은 지금 홍콩인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안대를 하고 관광객들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홍콩은 지금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요."]

홍콩의 관문인 공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홍콩의 현실을 알리겠다는 시위대의 전략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야기했습니다.

첫날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홍콩 당국은 안전 등을 이유로 그날 저녁 여객기 운항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한해 7천만 명이 이용하는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의 마비는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양 일에 걸쳐 979편이 결항하면서 홍콩을 오가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홍콩은 국제뉴스의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구실로 중국 정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는데요,

공항 내 시위 양상도 과격해지면서 중국 환구시보 기자가 시위대에 구금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이를 '테러리스트의 행위'로 규정짓고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경고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습니다.

홍콩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의 눈은 지금 중국의 대응에 쏠려있습니다.

과연 직접 무력을 투입할까요?

홍콩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중국 선전시에 무장 경찰 병력이 집결한 모습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부대의 SNS 계정에는, 이렇게 선전시 스타디움에 도열해 있는 장갑 차량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죠.

동부 전구 육군은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홍콩에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 정부가 비상선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중국 본토의 병력 투입 검토가 단순히 으름장이 아님을 시사한 겁니다.

중국의 무력 개입 여부와 관련해 서방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이와 관련한 언급을 내놨습니다. 중국이 유일하게 눈치를 보는 인물이죠, 그런데 첫날 언급은 좀 미지근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홍콩 문제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매우 힘듭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겁니다. 그러나 잘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잘 되길 바랍니다."]

사태 해결이 잘 되길 바란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강력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국에 그린라이트를 줬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진핑 주석이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말미엔, '개인적 만남?' 이라며 알듯 모를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 말이 홍콩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며 '개인적 만남'은 시진핑 주석과 시위대가 직접 만난다면 사태가 금세 해결될 거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공은 다시 시진핑 주석에게 넘어갔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5년 전 이맘때, 50만 명이 거리로 나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었죠.

쏟아지는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던 모습 때문에 우산 혁명으로 불렸는데요.

하지만 40여 일 만에 실패로 끝났고, 홍콩 시민들은 이후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번 검은 물결은 그러나, 당시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홍콩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동참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참여 열기가 훨씬 뜨겁습니다.

송환법 잠정 중단이라는 홍콩 정부의 '백기 투항'을 이끌어 내. 처음으로 승리를 맛보기까지 했죠.

게다가 중국은 이제 인민복에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중입니다.

천안문 사태 때와는 시대가 달라진 겁니다.

오늘날 홍콩의 검은 물결은 우산 혁명과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요.

다만, 어떤 결말이 됐던 홍콩이 맡았던 아시아 경제 허브 역할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선전과 상하이가 홍콩의 대체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고요.

그래서 홍콩은 어차피 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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