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 했더니…가해자가 “내 손에 죽는다”

입력 2019.08.19 (21:21) 수정 2019.08.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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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건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매뉴얼입니다.

이 매뉴얼을 보면 포스코는 직장 내 괴롭힘에 발 빠르게 조치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피해자의 부서 변경 요청도 거절됐고, 신고 사실에 대한 비밀 유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포스코 대응의 문제점을 유호윤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선배들의 괴롭힘에 지친 A씨는 지난 1월 공장장을 만난 자리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참아라였다고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참아라. 좋아질 거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럼 부서라도 옮겨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도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괴롭힘 이거 별것도 아닌데 이걸로 ○○씨 옮겨 주면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두 달 뒤인 3월에는 포스코 본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센터도 찾아갔지만 역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신고 사실을 전해들은 선배가 A 씨를 협박했습니다.

[선배 조원/음성변조/A씨와 대화/지난 3월 : "개판으로 하면 너 내 손에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보호해 줄 인간이 없는데 난 보호해줄 인간이 많아. 조심해!"]

KBS가 입수한 포스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침입니다.

업무공간 분리 등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와 신고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적어 놨지만, 정작 현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A 씨는 이후 인사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했습니다.

포스코는 A씨가 신고 센터에 찾아온 건 사실이지만 당시 신고 의사가 없었으며, 정규직 전환 탈락은 A씨의 업무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영준/포스코 광양제철소 인사팀장 :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사례가 3번 있었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코칭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개선을 보이지 않아.."]

이후 A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노동위는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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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롭힘 신고 했더니…가해자가 “내 손에 죽는다”
    • 입력 2019-08-19 21:23:11
    • 수정2019-08-19 21: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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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건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매뉴얼입니다.

이 매뉴얼을 보면 포스코는 직장 내 괴롭힘에 발 빠르게 조치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피해자의 부서 변경 요청도 거절됐고, 신고 사실에 대한 비밀 유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포스코 대응의 문제점을 유호윤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선배들의 괴롭힘에 지친 A씨는 지난 1월 공장장을 만난 자리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참아라였다고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참아라. 좋아질 거다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럼 부서라도 옮겨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도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괴롭힘 이거 별것도 아닌데 이걸로 ○○씨 옮겨 주면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두 달 뒤인 3월에는 포스코 본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센터도 찾아갔지만 역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신고 사실을 전해들은 선배가 A 씨를 협박했습니다.

[선배 조원/음성변조/A씨와 대화/지난 3월 : "개판으로 하면 너 내 손에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보호해 줄 인간이 없는데 난 보호해줄 인간이 많아. 조심해!"]

KBS가 입수한 포스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침입니다.

업무공간 분리 등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와 신고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적어 놨지만, 정작 현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A 씨는 이후 인사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했습니다.

포스코는 A씨가 신고 센터에 찾아온 건 사실이지만 당시 신고 의사가 없었으며, 정규직 전환 탈락은 A씨의 업무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영준/포스코 광양제철소 인사팀장 :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사례가 3번 있었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코칭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개선을 보이지 않아.."]

이후 A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노동위는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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