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반군 마을 사람들 “농사보다 쓰레기”

입력 2019.08.22 (10:47) 수정 2019.08.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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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여성이 쓰레기 더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옆이 더럽기는 커녕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하죠.

이 여성뿐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 모두 쓰레기가 달갑다고 하는데요.

어찌 된 사연인지 지구촌 인에서 알아보시죠.

[리포트]

인도네시아 모조케르토에 위치한 한 마을(Bangun village)입니다.

정체 모를 하얀 산더미가 마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았는데요.

산더미의 정체는 쓰레기입니다!

한때는 200만 제곱미터나 되는 푸르고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절반 이상이 쓰레기 분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쓰레기 마을'이 된 건데요.

[시티 마이마나/반군 마을 주민 : "이전엔 농부였지만 지금은 쓰레기 분류 일을 하고 있어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는 캐나다, 미국 등 세계 54개국으로부터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인구 2억 6천만 명,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만큼 자국 쓰레기 처리만으로도 벅찰 텐데 해외 쓰레기들까지 받고 있는 건데요.

문제는 애초에 재활용을 위한 종이 쓰레기만 받게 되어 있음에도, 실제론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마구 섞여 있다는 겁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 마을처럼 뒤섞여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팔 수 있는 재활용품을 분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요.

[마크 바나/반군 마을 주민 : "쓰레기 분류로 매일의 생활비를 쓸 수 있고, 비료도 살 수 있어요.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거죠."]

쓰레기 분류 일을 하면 아무리 못 벌어도 주당 8,500원에서 만 7천 원을 벌 수 있습니다.

많을 땐 4만 2천 원에서 8만 4천 원까지 수입을 얻는데요.

농사로 이 정도 돈을 벌려면 몇 개월은 걸린다고 합니다.

[마크 마나/반군 마을 주민 : "쓰레기를 분류 일로 하루에 3,400원에서 4,200원을 벌고 있어요. 만약 제가 농사를 지었다면 수확 시기인 3개월에 한 번씩만 돈을 벌었겠죠."]

올해 초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지하면서 인도네시아의 해외 쓰레기 수입은 급증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인도네시아 만 7천 개의 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부분은 그대로 매립돼,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양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데요.

2015년 과학저널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양오염원 배출국으로 꼽혔습니다.

[프리기 아리산디/환경단체 '에코톤' 시위 주도자 : "우리는 이미 인도네시아가 더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은 자국의 쓰레기를 더하고 있죠. 이는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며, 매우 비윤리적임을 의미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톤 이상의 외국 쓰레기를 미국과 호주 등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곤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해 활용하는 시설을 전국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쓰레기 마을을 추적 조사해 온 환경운동 단체 에코톤(Ecoton)은 쓰레기 마을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으며 환경 오염도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환경보다 생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정부와 환경단체 등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잇속이 맞물린 쓰레기 마을은 쉬이 사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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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반군 마을 사람들 “농사보다 쓰레기”
    • 입력 2019-08-22 10:51:23
    • 수정2019-08-22 11:07:23
    지구촌뉴스
[앵커]

한 여성이 쓰레기 더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옆이 더럽기는 커녕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하죠.

이 여성뿐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 모두 쓰레기가 달갑다고 하는데요.

어찌 된 사연인지 지구촌 인에서 알아보시죠.

[리포트]

인도네시아 모조케르토에 위치한 한 마을(Bangun village)입니다.

정체 모를 하얀 산더미가 마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았는데요.

산더미의 정체는 쓰레기입니다!

한때는 200만 제곱미터나 되는 푸르고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절반 이상이 쓰레기 분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쓰레기 마을'이 된 건데요.

[시티 마이마나/반군 마을 주민 : "이전엔 농부였지만 지금은 쓰레기 분류 일을 하고 있어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는 캐나다, 미국 등 세계 54개국으로부터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인구 2억 6천만 명,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만큼 자국 쓰레기 처리만으로도 벅찰 텐데 해외 쓰레기들까지 받고 있는 건데요.

문제는 애초에 재활용을 위한 종이 쓰레기만 받게 되어 있음에도, 실제론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마구 섞여 있다는 겁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 마을처럼 뒤섞여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팔 수 있는 재활용품을 분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요.

[마크 바나/반군 마을 주민 : "쓰레기 분류로 매일의 생활비를 쓸 수 있고, 비료도 살 수 있어요.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거죠."]

쓰레기 분류 일을 하면 아무리 못 벌어도 주당 8,500원에서 만 7천 원을 벌 수 있습니다.

많을 땐 4만 2천 원에서 8만 4천 원까지 수입을 얻는데요.

농사로 이 정도 돈을 벌려면 몇 개월은 걸린다고 합니다.

[마크 마나/반군 마을 주민 : "쓰레기를 분류 일로 하루에 3,400원에서 4,200원을 벌고 있어요. 만약 제가 농사를 지었다면 수확 시기인 3개월에 한 번씩만 돈을 벌었겠죠."]

올해 초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지하면서 인도네시아의 해외 쓰레기 수입은 급증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인도네시아 만 7천 개의 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부분은 그대로 매립돼,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양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데요.

2015년 과학저널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양오염원 배출국으로 꼽혔습니다.

[프리기 아리산디/환경단체 '에코톤' 시위 주도자 : "우리는 이미 인도네시아가 더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은 자국의 쓰레기를 더하고 있죠. 이는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며, 매우 비윤리적임을 의미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톤 이상의 외국 쓰레기를 미국과 호주 등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곤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해 활용하는 시설을 전국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쓰레기 마을을 추적 조사해 온 환경운동 단체 에코톤(Ecoton)은 쓰레기 마을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으며 환경 오염도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환경보다 생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정부와 환경단체 등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잇속이 맞물린 쓰레기 마을은 쉬이 사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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