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일본, 금값 40년 만에 최고가인데 더 산다?

입력 2019.09.19 (20:37) 수정 2019.09.19 (20: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 금값 시세가 4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일본 투자자들은 금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거나 더 사들이려고 한다는데요.

황현택 특파원, 금값이 올랐는데 팔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구요?

[기자]

네, 시세가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되판다, 이게 일반적인 투자 원칙이죠.

금이라고 다를 바 없을 텐데요.

일본의 금값이 40년 만에 최고 시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도 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일본의 금 판매상들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금 매입 가격은 이달 초 기준으로 그램당 5천 5백 엔, 우리 돈, 약 6만 원입니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엔화 약세가 겹쳤던 1980년 이후에 약 4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건데요.

보통 금값이 오르면 금괴나 반지를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죠.

일본의 최대 금 유통회사인 '다나카 귀금속'의 자료를 보면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값이 3천 5백 엔대로 오르자 회사가 판매한 물량보다 사들인 물량이 15%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40년 만에 최고시세를 기록한 지금은 금 매각 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일정량을 계속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서 이 회사의 금 판매량은 매달 1톤 수준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앵커]

금 투자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건데,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큰 손 투자자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는 이유, 일단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일본 금융청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남자 65세 이상, 여자 60세 이상 소득이 없는 노부부가 20년에서 3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습니다.

공적 연금만 가지고는 생활비가 최대 2천만 엔, 우리 돈, 약 2억 2천만 원이 부족할 거란 내용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예금 금리도 낮아서 '재산 불리기'가 어려운 시기라 일본에서는 노후 대비용으로 금 투자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고 알려지고 있는데요.

매달 일정액을 내고 금을 매입하는 '순금 적립 가입자' 역시 급증했습니다.

만기가 평균 10년인데도 지난달 가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금 시세가 올라도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 "노후 생활자금에 대한 불안감이 금 매각을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앵커]

세계 경기 둔화도 영향이 있다구요?

[기자]

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죠.

안전 자산 쏠림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인하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보다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로 금융시장은 해석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투자에 수요가 몰리고, 이렇게 오른 금값은 다시 더 큰 구매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현장] 일본, 금값 40년 만에 최고가인데 더 산다?
    • 입력 2019-09-19 20:39:49
    • 수정2019-09-19 20:47:14
    글로벌24
[앵커]

일본에서 금값 시세가 4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일본 투자자들은 금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거나 더 사들이려고 한다는데요.

황현택 특파원, 금값이 올랐는데 팔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구요?

[기자]

네, 시세가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되판다, 이게 일반적인 투자 원칙이죠.

금이라고 다를 바 없을 텐데요.

일본의 금값이 40년 만에 최고 시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도 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일본의 금 판매상들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금 매입 가격은 이달 초 기준으로 그램당 5천 5백 엔, 우리 돈, 약 6만 원입니다.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엔화 약세가 겹쳤던 1980년 이후에 약 4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건데요.

보통 금값이 오르면 금괴나 반지를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죠.

일본의 최대 금 유통회사인 '다나카 귀금속'의 자료를 보면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값이 3천 5백 엔대로 오르자 회사가 판매한 물량보다 사들인 물량이 15%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40년 만에 최고시세를 기록한 지금은 금 매각 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반대로 일정량을 계속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서 이 회사의 금 판매량은 매달 1톤 수준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앵커]

금 투자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건데,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큰 손 투자자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는 이유, 일단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일본 금융청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남자 65세 이상, 여자 60세 이상 소득이 없는 노부부가 20년에서 3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습니다.

공적 연금만 가지고는 생활비가 최대 2천만 엔, 우리 돈, 약 2억 2천만 원이 부족할 거란 내용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예금 금리도 낮아서 '재산 불리기'가 어려운 시기라 일본에서는 노후 대비용으로 금 투자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고 알려지고 있는데요.

매달 일정액을 내고 금을 매입하는 '순금 적립 가입자' 역시 급증했습니다.

만기가 평균 10년인데도 지난달 가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금 시세가 올라도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 "노후 생활자금에 대한 불안감이 금 매각을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앵커]

세계 경기 둔화도 영향이 있다구요?

[기자]

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죠.

안전 자산 쏠림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인하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보다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로 금융시장은 해석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투자에 수요가 몰리고, 이렇게 오른 금값은 다시 더 큰 구매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