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취객 검거하다 중상…빚내서 치료하는 경찰관

입력 2019.09.24 (08:33) 수정 2019.09.30 (0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요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화 상담 등은 녹음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이나 경찰관들은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른바 매맞는 공무원들이 나오는데 막을 대책은 마땅히 없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안으로 여성이 다급하게 들어옵니다.

뒤이어 한 여학생이 들어오더니 여성을 폭행하기 시작하는데요.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6시에 직원들 다 퇴근하고 없고 우리 여직원 한 명이 야근을 하고 있었고요. 막 두드려서 문을 열어주니까 문을 열자마자 자기 엄마를 여기서 폭행을 하니까……."]

직원이 말리자, 이번에는 머리채를 잡아채 넘어뜨립니다.

기절한 직원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합니다.

여성은 폭행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사무실 집기를 집어 던지고 선풍기도 넘어뜨리는데요.

이 사건은 지역 주민이기도 한 가해자를 공무원인 직원이 고소할 수 없어 선처해주면서 마무리 됐습니다.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가해자) 엄마가 얼마 안 되는 거 치료비를 주겠다고 해서 치료비를 받아서 여직원을 줬어요. 처벌 관계는 경찰서에 조사를 받을 때 그 직원이 우리 공무원 아닙니까. 처벌을 원치 않는다. 이래서 사건을 종결했어요."]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들의 폭행에도 쉽게 고소를 하거나 합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데요.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폭행을 당해도 같이 폭행을 하면 공무원이 안 되죠. 그런 부분 때문에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죠. 개인한테 피해 보상을 받거나 합의를 하거나 하는 거는 사실은 좀 어려워요."]

이번에는 한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017년, 인천의 한 술집에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술 취한 손님이 가게 여성 손님들한테 집적거리고 추행하고 그거를 제지하니까 업주를 상대로 심한 욕설을 하고 폭행하려고 했었나 봐요."]

경찰이 출동했지만, 만취한 상태였던 50대 남성은 막무가내였습니다. 1시간 넘게 계속된 설득 뒤에 가게를 나섰지만 나와서도 난동은 계속 됩니다.

그때 촬영된 영상인데요. 한번 보시죠.

경찰 여러 명이 달라붙어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소리만 지를 뿐인데요. 경찰이 경고하며 실랑이를 벌이길 몇 십분.

"경찰 자꾸 이러시면 본인한테 더 불리해요."

이 과정에서 남성은 경찰에게 수차례 발길질을 했다고 합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좀 많이 발길질하고 주먹질도 하고 경찰관들 밀치고 몸싸움도 비슷하게 있었거든요. 연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계속 드러눕고 난동을 부리고 그러면서 같이 출동했던 경찰은 발에 맞아서 입술이 4cm 정도 찢어졌고……."]

결국 여러 명의 경찰관이 이 남성을 들어 올려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옮기면서 일단락됩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서 취객을 제압하던 최 경장은 어깨와 팔 등을 걷어차이면서 어깨 관절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차례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5년 후유장해 판정을 받고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정상인에 비해서 18%정도는 어깨를 못 쓴다. 그래서 매사에 조심해야 하고 지구대 같은 위험한 근무를 자제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어깨가 악화되면 평생 안 좋게 돼버리니까……."]

가해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8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최 경장의 치료비입니다. 그동안 사용한 병원비만 5300여 만 원, 공무원연금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재활 치료에 사용한 비급여 항목이라 20%밖에 보상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 경장은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탭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자기들은 더 낼 여력이 없다면서 거부를 하더라고요. 계속 돈이 없다고 지금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 경장은 대출을 받아 치료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무 중에 상해를 입은 경찰관은 지난 5년간 9천 명에 달하고, 범인 피습에 의한 게 1/3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상 관련 제도와 보상은 현실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수배자 검거 전국 1위로 특진을 하기도 했던 성실한 경찰이었던 최지현 경장.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관이라는 꿈을 가졌던 최 경장의 바람은 이렇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사실 경찰이 된 걸 후회하진 않는데요.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다쳤다는 게 가장 후회되고 사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생기는 인권 침해는 물론 각종 사고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무 중에 다치고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면 이들이 과연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 있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취객 검거하다 중상…빚내서 치료하는 경찰관
    • 입력 2019-09-24 08:35:54
    • 수정2019-09-30 09:36:14
    아침뉴스타임
[기자]

요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화 상담 등은 녹음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이나 경찰관들은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른바 매맞는 공무원들이 나오는데 막을 대책은 마땅히 없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안으로 여성이 다급하게 들어옵니다.

뒤이어 한 여학생이 들어오더니 여성을 폭행하기 시작하는데요.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6시에 직원들 다 퇴근하고 없고 우리 여직원 한 명이 야근을 하고 있었고요. 막 두드려서 문을 열어주니까 문을 열자마자 자기 엄마를 여기서 폭행을 하니까……."]

직원이 말리자, 이번에는 머리채를 잡아채 넘어뜨립니다.

기절한 직원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합니다.

여성은 폭행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사무실 집기를 집어 던지고 선풍기도 넘어뜨리는데요.

이 사건은 지역 주민이기도 한 가해자를 공무원인 직원이 고소할 수 없어 선처해주면서 마무리 됐습니다.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가해자) 엄마가 얼마 안 되는 거 치료비를 주겠다고 해서 치료비를 받아서 여직원을 줬어요. 처벌 관계는 경찰서에 조사를 받을 때 그 직원이 우리 공무원 아닙니까. 처벌을 원치 않는다. 이래서 사건을 종결했어요."]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들의 폭행에도 쉽게 고소를 하거나 합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데요.

[김천호/대구 상중이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 "폭행을 당해도 같이 폭행을 하면 공무원이 안 되죠. 그런 부분 때문에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죠. 개인한테 피해 보상을 받거나 합의를 하거나 하는 거는 사실은 좀 어려워요."]

이번에는 한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017년, 인천의 한 술집에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술 취한 손님이 가게 여성 손님들한테 집적거리고 추행하고 그거를 제지하니까 업주를 상대로 심한 욕설을 하고 폭행하려고 했었나 봐요."]

경찰이 출동했지만, 만취한 상태였던 50대 남성은 막무가내였습니다. 1시간 넘게 계속된 설득 뒤에 가게를 나섰지만 나와서도 난동은 계속 됩니다.

그때 촬영된 영상인데요. 한번 보시죠.

경찰 여러 명이 달라붙어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소리만 지를 뿐인데요. 경찰이 경고하며 실랑이를 벌이길 몇 십분.

"경찰 자꾸 이러시면 본인한테 더 불리해요."

이 과정에서 남성은 경찰에게 수차례 발길질을 했다고 합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좀 많이 발길질하고 주먹질도 하고 경찰관들 밀치고 몸싸움도 비슷하게 있었거든요. 연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계속 드러눕고 난동을 부리고 그러면서 같이 출동했던 경찰은 발에 맞아서 입술이 4cm 정도 찢어졌고……."]

결국 여러 명의 경찰관이 이 남성을 들어 올려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옮기면서 일단락됩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서 취객을 제압하던 최 경장은 어깨와 팔 등을 걷어차이면서 어깨 관절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차례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5년 후유장해 판정을 받고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정상인에 비해서 18%정도는 어깨를 못 쓴다. 그래서 매사에 조심해야 하고 지구대 같은 위험한 근무를 자제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어깨가 악화되면 평생 안 좋게 돼버리니까……."]

가해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8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최 경장의 치료비입니다. 그동안 사용한 병원비만 5300여 만 원, 공무원연금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재활 치료에 사용한 비급여 항목이라 20%밖에 보상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 경장은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탭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자기들은 더 낼 여력이 없다면서 거부를 하더라고요. 계속 돈이 없다고 지금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 경장은 대출을 받아 치료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무 중에 상해를 입은 경찰관은 지난 5년간 9천 명에 달하고, 범인 피습에 의한 게 1/3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상 관련 제도와 보상은 현실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수배자 검거 전국 1위로 특진을 하기도 했던 성실한 경찰이었던 최지현 경장.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관이라는 꿈을 가졌던 최 경장의 바람은 이렇습니다.

[최지현 경장/인천 중부경찰서 : "사실 경찰이 된 걸 후회하진 않는데요.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다쳤다는 게 가장 후회되고 사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생기는 인권 침해는 물론 각종 사고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무 중에 다치고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면 이들이 과연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 있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