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178년 된 英 여행사 ‘파산’…“온라인·저가 상품에 밀렸다”

입력 2019.09.25 (18:07) 수정 2019.09.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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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엔 자유여행도 많이 가지만, 해외여행 갈 땐 여행사 통해 항공권은 물론 호텔 예약하는 분들도 적지 않죠.

그런데 여행 도중, 이 여행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영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월요일 한 여행사가 파산했는데, 전 세계 60만 명이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항공기 출발을 알리는 공항 전광판에 온통 결항 표시가 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거나, 아예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휴가차 놀러 왔던 여행객들의 발이 묶여 버린 겁니다.

[켄 혼/여행객 : "내일 출근해야 해요. 원래라면 글래스고로 가야 하는데 버밍엄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스페인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그리스와 불가리아, 멕시코 등 전 세계 수십 개국 공항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요.

모두 집으로 돌아갈 비행편을 구하지 못해 일어난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피해를 본 수많은 여행객이 모두 한 여행사를 이용했다는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영국 여행사인 '토머스 쿡(Thomas Cook)'이라는 곳인데요.

1841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제일 처음 만들어진 여행삽니다.

전 세계 16개 국가서 여행과 항공 사업을 하고, 호텔 체인도 소유한 글로벌 기업인데요.

자금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파산했습니다.

토머스 쿡을 이용했던 여행객들은 대체 항공편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BBC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와 영국 간 편도 항공권은 22일 42만 원에서 이틀 만에 149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픽시 플래글/여행객 : "최악입니다. 정말 충격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도 안 나와요. 함께 온 첫 휴가란 말이에요."]

불똥은 토머스 쿡 소유 호텔에 머물고 있던 고객에게도 튀었습니다.

터키에선 일부 호텔들이 추가 비용 납부를 거절한 손님들을 그대로 내쫓았고, 튀니지에서도 같은 이유로 투숙객들을 밖으로 못 나가게 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럼, 현재 토머스 쿡 상품을 이용 중이거나 예약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답변]

전 세계적으로 약 6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유럽인들인데, 영국인이 15만 명으로 가장 많고, 독일인도 14만 명이나 됩니다.

[앵커]

170년 넘게 운영되던 여행사가 끝내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가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부채 때문입니다.

누적 부채 규모가 17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토머스 쿡은 지난달 지분의 상당량을 중국 기업에 넘겼지만, 파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는데요.

영국 정부에 3천억 원 규모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토머스 쿡은 지난해 매출만 약 96억 파운드, 14조3천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는데요.

올해 들어 급격히 경영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회사가 무너질 정도로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외신들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들어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고요.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토머스 쿡이 여행 업계의 빠른 변화를 읽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저비용 항공사와 온라인 여행사들이 성장하는 동안, 토머스 쿡은 여전히 패키지 상품에 주력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요.

실제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영국인은 7명 중 1명꼴로, 나머지는 모두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이몬 칼더/여행 전문 기자 : "토머스 쿡은 뒤처지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시내 중심가의 비싼 (임대료 등)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디언은 특히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최대 수혜자라고 전했는데요.

에어비앤비의 경우 2017년 기준, 이용자 수가 약 1억6천만 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인과 유럽인들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2분기 매출도 8억 파운드, 약 1조2천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만 믿고 여행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들이 결국 피해를 떠안게 됐는데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답변]

영국인 여행객의 경우, 여행 보험에 가입했다면 원칙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는 있는데요.

언제 받을 수 있다는 기약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리고 항공권만 구매한 경우엔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이때는 카드사에 따로 환불을 청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유럽 내 공항에선 때아닌 수송 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수백여 편의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는 건데요.

영국 정부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머스 쿡 파산으로 인한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2만2천여 명이 실직할 위기에 놓인 건데요.

BBC는 토머스 쿡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12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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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178년 된 英 여행사 ‘파산’…“온라인·저가 상품에 밀렸다”
    • 입력 2019-09-25 18:14:46
    • 수정2019-09-25 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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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엔 자유여행도 많이 가지만, 해외여행 갈 땐 여행사 통해 항공권은 물론 호텔 예약하는 분들도 적지 않죠.

그런데 여행 도중, 이 여행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영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월요일 한 여행사가 파산했는데, 전 세계 60만 명이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항공기 출발을 알리는 공항 전광판에 온통 결항 표시가 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거나, 아예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휴가차 놀러 왔던 여행객들의 발이 묶여 버린 겁니다.

[켄 혼/여행객 : "내일 출근해야 해요. 원래라면 글래스고로 가야 하는데 버밍엄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스페인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그리스와 불가리아, 멕시코 등 전 세계 수십 개국 공항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요.

모두 집으로 돌아갈 비행편을 구하지 못해 일어난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피해를 본 수많은 여행객이 모두 한 여행사를 이용했다는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영국 여행사인 '토머스 쿡(Thomas Cook)'이라는 곳인데요.

1841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제일 처음 만들어진 여행삽니다.

전 세계 16개 국가서 여행과 항공 사업을 하고, 호텔 체인도 소유한 글로벌 기업인데요.

자금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파산했습니다.

토머스 쿡을 이용했던 여행객들은 대체 항공편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BBC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와 영국 간 편도 항공권은 22일 42만 원에서 이틀 만에 149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픽시 플래글/여행객 : "최악입니다. 정말 충격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도 안 나와요. 함께 온 첫 휴가란 말이에요."]

불똥은 토머스 쿡 소유 호텔에 머물고 있던 고객에게도 튀었습니다.

터키에선 일부 호텔들이 추가 비용 납부를 거절한 손님들을 그대로 내쫓았고, 튀니지에서도 같은 이유로 투숙객들을 밖으로 못 나가게 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럼, 현재 토머스 쿡 상품을 이용 중이거나 예약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답변]

전 세계적으로 약 6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유럽인들인데, 영국인이 15만 명으로 가장 많고, 독일인도 14만 명이나 됩니다.

[앵커]

170년 넘게 운영되던 여행사가 끝내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가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부채 때문입니다.

누적 부채 규모가 17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토머스 쿡은 지난달 지분의 상당량을 중국 기업에 넘겼지만, 파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는데요.

영국 정부에 3천억 원 규모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토머스 쿡은 지난해 매출만 약 96억 파운드, 14조3천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는데요.

올해 들어 급격히 경영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회사가 무너질 정도로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외신들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들어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고요.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토머스 쿡이 여행 업계의 빠른 변화를 읽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저비용 항공사와 온라인 여행사들이 성장하는 동안, 토머스 쿡은 여전히 패키지 상품에 주력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요.

실제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영국인은 7명 중 1명꼴로, 나머지는 모두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이몬 칼더/여행 전문 기자 : "토머스 쿡은 뒤처지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시내 중심가의 비싼 (임대료 등)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디언은 특히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최대 수혜자라고 전했는데요.

에어비앤비의 경우 2017년 기준, 이용자 수가 약 1억6천만 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인과 유럽인들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2분기 매출도 8억 파운드, 약 1조2천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만 믿고 여행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들이 결국 피해를 떠안게 됐는데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답변]

영국인 여행객의 경우, 여행 보험에 가입했다면 원칙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는 있는데요.

언제 받을 수 있다는 기약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리고 항공권만 구매한 경우엔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이때는 카드사에 따로 환불을 청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유럽 내 공항에선 때아닌 수송 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수백여 편의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는 건데요.

영국 정부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머스 쿡 파산으로 인한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2만2천여 명이 실직할 위기에 놓인 건데요.

BBC는 토머스 쿡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12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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