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황화수소’ 피해 여고생 숨져…두 번 우는 가족들

입력 2019.10.04 (08:25) 수정 2019.10.04 (09: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한 여고생이 황화수소에 노출돼 의식불명에 빠졌던 사고 전해드렸는데요.

두 달 만에 여고생이 숨을 거뒀습니다.

두 달 전 취재 당시 가족들은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는데요.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장례식장.

한쪽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책가방들이 놓여있는가 하면 교복 차림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앳된 얼굴의 문상객들.

지난 7월 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의 회센터 건물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19살 A양의 친구들입니다.

사고 두 달 만에 A양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A양 어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문상을 와서 앉아있는 그곳에 우리 딸도 끼어 앉아서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앉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인사를 건넬 시간조차 갖지 못했던 친구들도 지금도 친구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습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힘든 일 있거나 하면 바로 달려와 주고 다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고 되게 재밌고 좋은 친구였어요. 그냥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안 믿기기도 하고…."]

장례가 치러지는 내내 매일 같이 빈소를 찾아오는 이도 있습니다.

사고 당시 함께 있었던 A양의 친구, 두 달 전 그날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집에 가기 전에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15분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계속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들어가서 보니까 벽에 기대서 쓰러져 있는 거예요."]

당시 화장실에선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인 15ppm의 60배가 넘는 100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영습/동아대학교 환경보건센터장 : "100ppm 이상이라는 거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죠. 황화수소는 우리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단위,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 결합을 방해해 바로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그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가진 유독가스입니다."]

건물 아래 오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 세면대 배수구를 통해 화장실로 유입됐다는 겁니다.

문제는 누구보다 건강했고 꿈 많았던 19살 여고생이 누구나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 변을 당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당장 법적으로 책임질까 봐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 한마디를 진짜 안 하는 것 같아요."]

[A양 어머니/음성변조 :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 상황이 진짜 저희는 너무 힘들어요. 구청이나 그 건물 쪽이나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이건 정말 억울하잖아요. 우리 (딸은) 이렇게 돼버렸는데…."]

사과는 커녕 손해 배상을 받을 길마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화장실은 공공시설물이 가입하는 영조물배상 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영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일반 공공건물은 다 가입이 돼 있어요. 여러 가지 재난재해에 대비해서 그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이니까 가입이 돼 있죠. (해당 화장실은) 개인 민간건물이라서 가입이 안 되어있다고 합니다."]

회센터 건물 역시 구청에 무상으로 화장실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회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상인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거는 그냥 상식선에서 조금 지나치다고 우리가 돈을 10원도 받은 거 없고 20년 넘게 무상으로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구청에서 안고 가야죠."]

경찰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해당구청 관계자와 회센터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어려운 형편에 쌓여가는 병원비까지 이중고에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형편이) 윤택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병원비며 어떤 비용을 가족들이 사비로 아니면 도움을 어딘가에 요청해서 해결하고 있거든요. 피해자인데 이런 보상 하나 받지 못 하는 게 말이 진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장례비용도 걱정입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장례식도) 삼일장에 맞춰서 비용을 어떻게 여기저기서 구해놨는데 부검을 안 하면 장례가 진행이 안 된다고 해서 부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육일장이 됐어요."]

부검 당일, 경찰은 황화수소로 인한 저산소증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그냥 제도가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이게 장례가 끝난다고 해결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또 장례가 끝나면 법적 싸움을 해야 하고 이게 너무 웃기잖아요. 저 입장은 그래요."]

부검 다음 날, A양은 친구들이 있는 모교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허망하게 친구를 떠나보내야하는 학생들에게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습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어른들이 학생이 그렇게 됐는데 책임 안 지는 게 한심하고 그냥 화가 나고 제대로 가족들한테 보상해줬으면 좋겠고 사과 똑바로 했으면 좋겠어요."]

[A양 친구/음성변조 : "왜 그렇게 모르는 척하고 부끄럽게 행동할까. 안 부끄럽게 좀 상식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사과를 하든 보상을 하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으로."]

A양의 유족들은 곧 부산을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A양에 대한 그리움에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겪고있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가족들에 대해 누가 손을 내밀어줄 수 있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황화수소’ 피해 여고생 숨져…두 번 우는 가족들
    • 입력 2019-10-04 08:26:37
    • 수정2019-10-04 09:07:31
    아침뉴스타임
[기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한 여고생이 황화수소에 노출돼 의식불명에 빠졌던 사고 전해드렸는데요.

두 달 만에 여고생이 숨을 거뒀습니다.

두 달 전 취재 당시 가족들은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는데요.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요?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장례식장.

한쪽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책가방들이 놓여있는가 하면 교복 차림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앳된 얼굴의 문상객들.

지난 7월 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의 회센터 건물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19살 A양의 친구들입니다.

사고 두 달 만에 A양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A양 어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문상을 와서 앉아있는 그곳에 우리 딸도 끼어 앉아서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앉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인사를 건넬 시간조차 갖지 못했던 친구들도 지금도 친구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습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힘든 일 있거나 하면 바로 달려와 주고 다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고 되게 재밌고 좋은 친구였어요. 그냥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안 믿기기도 하고…."]

장례가 치러지는 내내 매일 같이 빈소를 찾아오는 이도 있습니다.

사고 당시 함께 있었던 A양의 친구, 두 달 전 그날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집에 가기 전에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15분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계속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들어가서 보니까 벽에 기대서 쓰러져 있는 거예요."]

당시 화장실에선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인 15ppm의 60배가 넘는 100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홍영습/동아대학교 환경보건센터장 : "100ppm 이상이라는 거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죠. 황화수소는 우리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단위,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 결합을 방해해 바로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그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가진 유독가스입니다."]

건물 아래 오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 세면대 배수구를 통해 화장실로 유입됐다는 겁니다.

문제는 누구보다 건강했고 꿈 많았던 19살 여고생이 누구나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 변을 당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당장 법적으로 책임질까 봐 누구 하나 나서서 '미안하다.' 한마디를 진짜 안 하는 것 같아요."]

[A양 어머니/음성변조 :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 상황이 진짜 저희는 너무 힘들어요. 구청이나 그 건물 쪽이나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이건 정말 억울하잖아요. 우리 (딸은) 이렇게 돼버렸는데…."]

사과는 커녕 손해 배상을 받을 길마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화장실은 공공시설물이 가입하는 영조물배상 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영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일반 공공건물은 다 가입이 돼 있어요. 여러 가지 재난재해에 대비해서 그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이니까 가입이 돼 있죠. (해당 화장실은) 개인 민간건물이라서 가입이 안 되어있다고 합니다."]

회센터 건물 역시 구청에 무상으로 화장실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회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상인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거는 그냥 상식선에서 조금 지나치다고 우리가 돈을 10원도 받은 거 없고 20년 넘게 무상으로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구청에서 안고 가야죠."]

경찰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해당구청 관계자와 회센터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 어려운 형편에 쌓여가는 병원비까지 이중고에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형편이) 윤택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병원비며 어떤 비용을 가족들이 사비로 아니면 도움을 어딘가에 요청해서 해결하고 있거든요. 피해자인데 이런 보상 하나 받지 못 하는 게 말이 진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장례비용도 걱정입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장례식도) 삼일장에 맞춰서 비용을 어떻게 여기저기서 구해놨는데 부검을 안 하면 장례가 진행이 안 된다고 해서 부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육일장이 됐어요."]

부검 당일, 경찰은 황화수소로 인한 저산소증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A양 친척/음성변조 : "그냥 제도가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이게 장례가 끝난다고 해결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또 장례가 끝나면 법적 싸움을 해야 하고 이게 너무 웃기잖아요. 저 입장은 그래요."]

부검 다음 날, A양은 친구들이 있는 모교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허망하게 친구를 떠나보내야하는 학생들에게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습니다.

[A양 친구/음성변조 : "어른들이 학생이 그렇게 됐는데 책임 안 지는 게 한심하고 그냥 화가 나고 제대로 가족들한테 보상해줬으면 좋겠고 사과 똑바로 했으면 좋겠어요."]

[A양 친구/음성변조 : "왜 그렇게 모르는 척하고 부끄럽게 행동할까. 안 부끄럽게 좀 상식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사과를 하든 보상을 하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으로."]

A양의 유족들은 곧 부산을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A양에 대한 그리움에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겪고있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가족들에 대해 누가 손을 내밀어줄 수 있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