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한인 부부 성공 신화 ‘포에버21’ 결국 파산…LA 한인경제 ‘먹구름’

입력 2019.10.10 (18:07) 수정 2019.10.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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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한인의 '아메리칸 드림' 성공신화를 썼던 의류회사 '포에버21'이 결국 파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추세 속에 또 다른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인데요.

포에버21의 파산보호 신청은 의류시장으로 일어선 LA 한인경제에도 먹구름을 몰고 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최동혁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한인 기업이죠, 포에버21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했군요?

[기자]

네, 미국내 한인 사회의 '성공 신화'를 썼던 포에버21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포에버21은 지난달 29일, 델라웨어 주에 있는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고 현지언론이 전했습니다.

포에버21은 저가 의류로 패션 대중화에 기여 해온 대표적인 미국의 한인 의류업체입니다.

앞서 포에버21은 최근 계속되는 매출 부진으로 자회사를 포함해 부채가 수조 원에 달하고 전 세계 수백 개 매장이 문을 닫는 글로벌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포에버 21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매장을 즐겨 찾던 고객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베로니카 마코하/고객 : "슬프네요, 포에버21이 파산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항상 그곳에서 쇼핑하는데, 만약 떠나게 되면 방문할 매장이 없어지게 될 겁니다. 파산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매우 슬퍼요."]

[앵커]

포에버21은 미국판 '동대문 신화'로 불릴 정도로 미국 한인 이민사회의 대표적인 한인의 성공 사례를 썼던 기업이 아닌가요?

[기자]

포에버21은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란 뜻으로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 간 한국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업체입니다.

스물다섯 평 작은 옷가게에서 시작한 매장은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8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의 5대 의류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백화점이나 단일 브랜드보다 빨리 최신 유행을 도입해 저가 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 전략으로 젊은 고객들을 파고 들었습니다.

특히 장 씨 부부는 옷가게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접시 닦기, 경비, 주유소 직원 등 서너 가지 일을 동시해 해 가며 회사를 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 부부는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미주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잘나가던 포에버21이 왜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됐나요?

[기자]

한마디로 시대 변화에 둔감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저가 의류를 찾는 '패스트 패션' 유행도 지나갔다는 분석입니다.

젊은 층이 한 번 입고 마는 의류에 대한 흥미를 잃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패스트 패션을 외면한 결과라는 겁니다.

또 포에버21이 온라인 쇼핑의 거대한 파도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데도 무리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면서 대형화를 추구한 공격 경영이 비용 증가를 불러와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겁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산보호 신청 전 포에버21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의 16%에 불과했습니다.

[슐레이카 발렌수엘라/LA 의류업 관계자 : "포에버 21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다른 기업이 새롭고 다른 시도를 함으로써 그들은 따라잡히게 됐고, 또 온라인 매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것도 한몫했어요."]

[앵커]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자바시장하면, 한인들의 의류가게가 모여 있는 유명한 곳이죠.

LA 한인 경제에 '젖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무래도 영향이 크겠죠?

[기자]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LA 시내의 한인 의류도매업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나마 최근 매출 부진이 쌓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에 일부 업체들은 준비를 해 왔지만 실제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소식은 충격입니다.

봉제업계는 일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타운의 소비 심리도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어렵게 유지해온 한인 의류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최영재/LA 교민 : "그래도 (엘에이) 다운타운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한테 여파가 많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 좀 많이 됩니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큽니다."]

[앵커]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이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포에버21이 회생할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미국 파산법 11조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즉각 청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영업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회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에 직면한 포에버21은 무엇보다 유동성, 즉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회생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에버21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3억5천만 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파산보호 신청을 한 기업이 결국 파산법 7조, 즉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50%를 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대한 팽창, 시대 변화에 둔감했다는 지적을 받는 포에버21의 회생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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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한인 부부 성공 신화 ‘포에버21’ 결국 파산…LA 한인경제 ‘먹구름’
    • 입력 2019-10-10 18:13:36
    • 수정2019-10-10 18:17:27
    통합뉴스룸ET
[앵커]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한인의 '아메리칸 드림' 성공신화를 썼던 의류회사 '포에버21'이 결국 파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추세 속에 또 다른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인데요.

포에버21의 파산보호 신청은 의류시장으로 일어선 LA 한인경제에도 먹구름을 몰고 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최동혁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한인 기업이죠, 포에버21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했군요?

[기자]

네, 미국내 한인 사회의 '성공 신화'를 썼던 포에버21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포에버21은 지난달 29일, 델라웨어 주에 있는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고 현지언론이 전했습니다.

포에버21은 저가 의류로 패션 대중화에 기여 해온 대표적인 미국의 한인 의류업체입니다.

앞서 포에버21은 최근 계속되는 매출 부진으로 자회사를 포함해 부채가 수조 원에 달하고 전 세계 수백 개 매장이 문을 닫는 글로벌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포에버 21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매장을 즐겨 찾던 고객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베로니카 마코하/고객 : "슬프네요, 포에버21이 파산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항상 그곳에서 쇼핑하는데, 만약 떠나게 되면 방문할 매장이 없어지게 될 겁니다. 파산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매우 슬퍼요."]

[앵커]

포에버21은 미국판 '동대문 신화'로 불릴 정도로 미국 한인 이민사회의 대표적인 한인의 성공 사례를 썼던 기업이 아닌가요?

[기자]

포에버21은 '영원한 21세를 위한 옷'이란 뜻으로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민 간 한국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의류업체입니다.

스물다섯 평 작은 옷가게에서 시작한 매장은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8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의 5대 의류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백화점이나 단일 브랜드보다 빨리 최신 유행을 도입해 저가 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 전략으로 젊은 고객들을 파고 들었습니다.

특히 장 씨 부부는 옷가게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접시 닦기, 경비, 주유소 직원 등 서너 가지 일을 동시해 해 가며 회사를 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 부부는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미주 한인 최초로 미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잘나가던 포에버21이 왜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됐나요?

[기자]

한마디로 시대 변화에 둔감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저가 의류를 찾는 '패스트 패션' 유행도 지나갔다는 분석입니다.

젊은 층이 한 번 입고 마는 의류에 대한 흥미를 잃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패스트 패션을 외면한 결과라는 겁니다.

또 포에버21이 온라인 쇼핑의 거대한 파도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데도 무리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면서 대형화를 추구한 공격 경영이 비용 증가를 불러와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겁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산보호 신청 전 포에버21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의 16%에 불과했습니다.

[슐레이카 발렌수엘라/LA 의류업 관계자 : "포에버 21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다른 기업이 새롭고 다른 시도를 함으로써 그들은 따라잡히게 됐고, 또 온라인 매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것도 한몫했어요."]

[앵커]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자바시장하면, 한인들의 의류가게가 모여 있는 유명한 곳이죠.

LA 한인 경제에 '젖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무래도 영향이 크겠죠?

[기자]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LA 시내의 한인 의류도매업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나마 최근 매출 부진이 쌓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에 일부 업체들은 준비를 해 왔지만 실제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소식은 충격입니다.

봉제업계는 일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타운의 소비 심리도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어렵게 유지해온 한인 의류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최영재/LA 교민 : "그래도 (엘에이) 다운타운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한테 여파가 많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 좀 많이 됩니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큽니다."]

[앵커]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이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포에버21이 회생할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미국 파산법 11조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즉각 청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영업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회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에 직면한 포에버21은 무엇보다 유동성, 즉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회생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에버21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3억5천만 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파산보호 신청을 한 기업이 결국 파산법 7조, 즉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50%를 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대한 팽창, 시대 변화에 둔감했다는 지적을 받는 포에버21의 회생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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