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입주 1년도 안 됐는데…누수에 균열, 곰팡이까지

입력 2019.10.25 (08:29) 수정 2019.10.25 (10: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내가 사는 집이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입주 1년도 안 된 새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 집에 이사했다는 기쁨도 잠시, 꿈이 악몽으로 바뀐 입주민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입주한지 9개월이 채 안 된 신축아파트인데, 이곳 주민들은 요즘 '내 집'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에 굉장히 일찍 나가고 굉장히 늦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설렘을 안고 마련한 새 보금자리인데, 왜 집에 있는 게 고역이 됐을까요?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윗부분에 곰팡이 잠식된 부분들은 제거해주셨는데 그 밑부분에서 내장재들이 마르면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24시간 동안 계속 공기청정기 켜놔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집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은 물론이고 방 안까지 비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인데요.

모두 곰팡이가 가득 핀 벽지를 뜯어낸 자리입니다.

입주 8개월 만에 집안 곳곳은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고, 그야말로 누더기가 됐습니다.

1년도 살지 않은 새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정말 오랫동안 계속 두통약 먹고 있거든요. 매일 정말 힘들고. 뜯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청소 열댓 번씩 해야 되고 이게 계속 반복되는 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이게 좀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이런 고통을 겪는 게 이 씨 집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체 350여 세대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여세대가 누수와 균열, 또 곰팡이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비 오는 날 찍은 영상에 심각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요.

꽉 닫힌 창문 아래로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릅니다.

베란다 바닥에 찬 물은 퍼내도 퍼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창문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듯이 물이 넘치고 저희가 정말 걸레나 이런 걸로 (해결) 할 수가 없어서 이불 같은 거를 덮어도 그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처음 누수 등의 문제를 제기한 건 70여 세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찾아온 태풍 타파 이후 누수 관련 민원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집안 뿐만 아니라 공용 공간에 드러난 균열 등도 입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전○○/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 위에 있는 자국들은 옥상에 나있던 균열을 땜질 보수한 자국들이 이렇게 있는 겁니다."]

그런데, 입주민과 건설사의 입장은 명확히 달라보입니다.

입주민들은 건설사 쪽의 부실시공을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건설사 측은 하자 접수의 70%이상이 기상 영향 때문이라며 최대한 빨리 보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답변이 온 게 딱 하나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때문에 한 거니까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해줄 수가 없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답변에 대해 입주민들은 정확한 원인진단과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입주민들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시죠.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당연히 여름에 우기니까 비가 많이 오는데 왜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이렇게 집을 지었는지 그것도 이상하고."]

[지○○/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이) 워터파크라는 말까지 하고 있어요, 지금. 마음이 아프죠. 저희 전 재산이고 대부분이 그럴 건데 이런 상황이 왔으니까요."]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곰팡이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는 거예요.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 추운 날 저녁에 하루 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합니다. 아기 있는 세대는 친정에 아기를 맡기고 임산부들은 집에 못 들어오고 가끔 옷가지만 가지러 왔다 갔다하고."]

이번엔 울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된 이 곳 역시 1년이 되지 않은 신축아파트지만 각종 하자로 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벽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로 물바다가 된 바닥, 보이십니까?

비만 오면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인 골프연습장은 이렇게 물바다로 변합니다.

복도와 내벽 곳곳은 누수로 엉망이 됐고, 옥상 외벽도 갈라진 모습입니다.

[최○○/아파트 주민 : "누수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도 있죠. 엘리베이터가 정지한다든지 빗물이 유입돼서 배전반으로 물이 타고 들어간다든지 그런 것들이 계속 발생하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집집마다 남아 있는 이런 공사의 흔적, 마감이 제대로 됐는지 의심스러운 집까지 주민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습니다.

[김○○/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환기시스템 자체가 고장 나서 전혀 환기를 할 수가 없고요. 그리고 곳곳에 실리콘 코팅되어 있는 거 그런 게 마감 안 돼 있는 거 그런 건 아주 기본이고요."]

하지만 입주 9개월이 지나도록 하자 보수에 대한 건설사 측의 대응은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최○○/아파트 주민 : "새 아파트로 온다는 기대감도 크고 좋은 집에서 예쁘게 살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지금 이렇게 힘들게 고통받으면서 사니까…. 하자 문제가 해결돼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그다음이 이런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저희 같은 제2,3의 피해자가 안 생겼으면 합니다."]

최근 3년 동안 국토부에 접수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하자 분쟁 건은 모두 만 천여 건.

해마다 4천여 건 안 팎에 달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새 집에 이사하게된 것도 감사할 일인데요.

새로 입주한 우리 집, 제발 이런 집이 아니길 빌어야 하는 걸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입주 1년도 안 됐는데…누수에 균열, 곰팡이까지
    • 입력 2019-10-25 08:30:43
    • 수정2019-10-25 10:39:44
    아침뉴스타임
[기자]

내가 사는 집이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고 곳곳에 곰팡이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입주 1년도 안 된 새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 집에 이사했다는 기쁨도 잠시, 꿈이 악몽으로 바뀐 입주민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입주한지 9개월이 채 안 된 신축아파트인데, 이곳 주민들은 요즘 '내 집'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에 굉장히 일찍 나가고 굉장히 늦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설렘을 안고 마련한 새 보금자리인데, 왜 집에 있는 게 고역이 됐을까요?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윗부분에 곰팡이 잠식된 부분들은 제거해주셨는데 그 밑부분에서 내장재들이 마르면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24시간 동안 계속 공기청정기 켜놔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집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거실은 물론이고 방 안까지 비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인데요.

모두 곰팡이가 가득 핀 벽지를 뜯어낸 자리입니다.

입주 8개월 만에 집안 곳곳은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고, 그야말로 누더기가 됐습니다.

1년도 살지 않은 새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정말 오랫동안 계속 두통약 먹고 있거든요. 매일 정말 힘들고. 뜯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청소 열댓 번씩 해야 되고 이게 계속 반복되는 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이게 좀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이런 고통을 겪는 게 이 씨 집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체 350여 세대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여세대가 누수와 균열, 또 곰팡이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비 오는 날 찍은 영상에 심각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요.

꽉 닫힌 창문 아래로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릅니다.

베란다 바닥에 찬 물은 퍼내도 퍼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창문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듯이 물이 넘치고 저희가 정말 걸레나 이런 걸로 (해결) 할 수가 없어서 이불 같은 거를 덮어도 그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처음 누수 등의 문제를 제기한 건 70여 세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찾아온 태풍 타파 이후 누수 관련 민원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집안 뿐만 아니라 공용 공간에 드러난 균열 등도 입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전○○/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여기 위에 있는 자국들은 옥상에 나있던 균열을 땜질 보수한 자국들이 이렇게 있는 겁니다."]

그런데, 입주민과 건설사의 입장은 명확히 달라보입니다.

입주민들은 건설사 쪽의 부실시공을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건설사 측은 하자 접수의 70%이상이 기상 영향 때문이라며 최대한 빨리 보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답변이 온 게 딱 하나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 때문에 한 거니까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해줄 수가 없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답변에 대해 입주민들은 정확한 원인진단과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입주민들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시죠.

[이○○/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당연히 여름에 우기니까 비가 많이 오는데 왜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이렇게 집을 지었는지 그것도 이상하고."]

[지○○/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이) 워터파크라는 말까지 하고 있어요, 지금. 마음이 아프죠. 저희 전 재산이고 대부분이 그럴 건데 이런 상황이 왔으니까요."]

[박○○/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곰팡이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는 거예요.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 추운 날 저녁에 하루 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합니다. 아기 있는 세대는 친정에 아기를 맡기고 임산부들은 집에 못 들어오고 가끔 옷가지만 가지러 왔다 갔다하고."]

이번엔 울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된 이 곳 역시 1년이 되지 않은 신축아파트지만 각종 하자로 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벽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로 물바다가 된 바닥, 보이십니까?

비만 오면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인 골프연습장은 이렇게 물바다로 변합니다.

복도와 내벽 곳곳은 누수로 엉망이 됐고, 옥상 외벽도 갈라진 모습입니다.

[최○○/아파트 주민 : "누수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도 있죠. 엘리베이터가 정지한다든지 빗물이 유입돼서 배전반으로 물이 타고 들어간다든지 그런 것들이 계속 발생하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집집마다 남아 있는 이런 공사의 흔적, 마감이 제대로 됐는지 의심스러운 집까지 주민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습니다.

[김○○/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환기시스템 자체가 고장 나서 전혀 환기를 할 수가 없고요. 그리고 곳곳에 실리콘 코팅되어 있는 거 그런 게 마감 안 돼 있는 거 그런 건 아주 기본이고요."]

하지만 입주 9개월이 지나도록 하자 보수에 대한 건설사 측의 대응은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최○○/아파트 주민 : "새 아파트로 온다는 기대감도 크고 좋은 집에서 예쁘게 살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지금 이렇게 힘들게 고통받으면서 사니까…. 하자 문제가 해결돼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그다음이 이런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저희 같은 제2,3의 피해자가 안 생겼으면 합니다."]

최근 3년 동안 국토부에 접수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하자 분쟁 건은 모두 만 천여 건.

해마다 4천여 건 안 팎에 달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새 집에 이사하게된 것도 감사할 일인데요.

새로 입주한 우리 집, 제발 이런 집이 아니길 빌어야 하는 걸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