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성난 칠레 민심…50원 인상에 폭발

입력 2019.10.26 (21:39) 수정 2019.10.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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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 칠레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칠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행금지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시위를 촉발시켰다고 하는데, 인상 철회에도 불구하고 더욱 격렬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보도본부 국제부 남종혁 기자 연결합니다.

[리포트]

네, 칠레는 1인당 GDP가 만 6천 달러 정도로, 남미에서는 비교적 잘 살고 안정적인 나랍니다.

이런 칠레에서 시위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폭동수준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돈 50원 정도의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 폭발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기폭제는 젊은 대학생들입니다.

지하철 역으로 대학생 수백명이 달려들어 갑니다.

학생들은 순식간에 개찰구를 뛰어넘습니다.

아예 시설물을 부수기까지 합니다.

지하철 역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선 겁니다.

[녹취/칠레 대학생 : "돈을 내지 않겠습니다! 싸움 이외의 방법은 없습니다!"]

지하철 요금을 우리돈 천 330원에서 천 380원 정도로, '50원' 기습 인상한 게 시위의 발단입니다.

소통없는 일방적 조치에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산티아고 시민 : "젊은 학생들이 나와서 시위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정부가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안 오르고, 요금만 올랐으니까요."]

시위는 곧바로 칠레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대지만, 사태만 악화시킬 뿐입니다.

혼란이 거듭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요금 인상을 철회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지하철 요금 인상을 중단하겠습니다. 법의 신속한 승인 절차를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시위는 오히려 더 불붙었습니다.

버스를 불태우는 등 방화가 잇따랐고, 곳곳에서 약탈도 이어졌습니다.

소득 불균형과 잦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분석입니다.

[산티아고 시민 :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물가는 가장 높은 데, 월급은 쥐꼬리만합니다."]

[산티아고 시민 : "요금 인상은 아주 오래된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었지만, 이제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칠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와 야간통행금지를 선포했습니다.

피노체트 독재시절 이후 30년 만입니다.

무장병력과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대중교통 운행은 중단됐고, 학교도 문을 닫는 등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카탈리나 마가냐/산티아고 시민 : "몇년간의 불황이 이어졌고, 불행한 세월이 있었어요. 정부가 몇년간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했어요."]

시위는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달았고, 칠레 정부는 한발 더 물러섰습니다.

기초연금 20%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양극화 완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모든 근로자의 한 달 최저임금을 30만 1천 페소에서 35만 페소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더욱 늘어만 갑니다.

심지어 교사와 공무원까지, 수십만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칠레 정부의 양극화 완화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나탈리카/교사 : "쓸 돈이 없습니다. 인상될 임금과 연금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를 놀리는 겁니다."]

시위대는 더 나아가 헌법을 바꿀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한 기업들을 국영화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나탈리/공무원 : "새로운 개혁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연금제도가 필요합니다."]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도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20여 명이 숨지는 등 희생자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3백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2천여 명은 체포됐습니다.

[희생자 가족 : "군인들이 아들의 다리에 총을 쏘았어요. 그런데도 아들이 계속 걸어가자, 이번에는 트럭으로 치었어요."]

야간통행금지령으로 밤 8시만 되면 산티아고 도심은 컴컴한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립니다.

우리 외교부는 칠레 여행자제를 권고하는 여행경보 2단계를 발령한 상탭니다.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엔은 시위대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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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성난 칠레 민심…50원 인상에 폭발
    • 입력 2019-10-26 22:04:21
    • 수정2019-10-26 22:28:4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남미 칠레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칠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행금지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 시위를 촉발시켰다고 하는데, 인상 철회에도 불구하고 더욱 격렬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보도본부 국제부 남종혁 기자 연결합니다.

[리포트]

네, 칠레는 1인당 GDP가 만 6천 달러 정도로, 남미에서는 비교적 잘 살고 안정적인 나랍니다.

이런 칠레에서 시위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폭동수준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돈 50원 정도의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 폭발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기폭제는 젊은 대학생들입니다.

지하철 역으로 대학생 수백명이 달려들어 갑니다.

학생들은 순식간에 개찰구를 뛰어넘습니다.

아예 시설물을 부수기까지 합니다.

지하철 역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선 겁니다.

[녹취/칠레 대학생 : "돈을 내지 않겠습니다! 싸움 이외의 방법은 없습니다!"]

지하철 요금을 우리돈 천 330원에서 천 380원 정도로, '50원' 기습 인상한 게 시위의 발단입니다.

소통없는 일방적 조치에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산티아고 시민 : "젊은 학생들이 나와서 시위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정부가 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안 오르고, 요금만 올랐으니까요."]

시위는 곧바로 칠레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대지만, 사태만 악화시킬 뿐입니다.

혼란이 거듭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요금 인상을 철회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지하철 요금 인상을 중단하겠습니다. 법의 신속한 승인 절차를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시위는 오히려 더 불붙었습니다.

버스를 불태우는 등 방화가 잇따랐고, 곳곳에서 약탈도 이어졌습니다.

소득 불균형과 잦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분석입니다.

[산티아고 시민 :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물가는 가장 높은 데, 월급은 쥐꼬리만합니다."]

[산티아고 시민 : "요금 인상은 아주 오래된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었지만, 이제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칠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와 야간통행금지를 선포했습니다.

피노체트 독재시절 이후 30년 만입니다.

무장병력과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대중교통 운행은 중단됐고, 학교도 문을 닫는 등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카탈리나 마가냐/산티아고 시민 : "몇년간의 불황이 이어졌고, 불행한 세월이 있었어요. 정부가 몇년간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했어요."]

시위는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달았고, 칠레 정부는 한발 더 물러섰습니다.

기초연금 20%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양극화 완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칠레 대통령 : "모든 근로자의 한 달 최저임금을 30만 1천 페소에서 35만 페소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더욱 늘어만 갑니다.

심지어 교사와 공무원까지, 수십만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칠레 정부의 양극화 완화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나탈리카/교사 : "쓸 돈이 없습니다. 인상될 임금과 연금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를 놀리는 겁니다."]

시위대는 더 나아가 헌법을 바꿀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한 기업들을 국영화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나탈리/공무원 : "새로운 개혁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연금제도가 필요합니다."]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도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20여 명이 숨지는 등 희생자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3백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2천여 명은 체포됐습니다.

[희생자 가족 : "군인들이 아들의 다리에 총을 쏘았어요. 그런데도 아들이 계속 걸어가자, 이번에는 트럭으로 치었어요."]

야간통행금지령으로 밤 8시만 되면 산티아고 도심은 컴컴한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립니다.

우리 외교부는 칠레 여행자제를 권고하는 여행경보 2단계를 발령한 상탭니다.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엔은 시위대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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